“어떻게 말로 다합니까.” 어떤 기억은 자신의 말을 넘어설 수가 없다. 어떤 기억은 온 몸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저 참혹했던 4·3을 살았던 누군가에게 그 고통으로 감겨진 기억은 여전히 현재다. 그러니까 이루 말할 수 없는 날들의 이면에 조금은 닿을듯도 하다.
4·3의 겨울이 또 다시 거세게 우리에게 왔고, 우린 이제 그 말들을 서둘러 정리해야 했다. 기억이란 것은 이미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일어설 줄 모르다가, 어느 날 부활하기도 한다. 이번 작업 속에서 우리는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처음 뱉어냈던 말들이 모든 것이 아니고, 그 밖의 것들을 들어주고 질문하는 자에 의해 또 기어이 살아나기도 한다는 것을.
제주4·3연구소는 4·3이 꽉 억눌려 숨조차 쉬기 어렵던 시절부터 4·3을 살아낸 사람들의 4·3을 기록해왔다. 《4·3과 여성》 시리즈를 시작한 지 어느새 5년이 흘렀다. 이 세월 동안 4·3으로 뒤엉킨 개인사를 살아내야 했던 여성들을 기록했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강숙자·터진목에만 가면 서러워
고옥화·낭 장사하고 학교 가야 했어
김옥자·죄를 묻지도 않고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문희선·다행이난 이때까지 살아진 게
신희자·바느질 매듭 풀 듯
정순희·쥐와 고양이, 그리고 열두 살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