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는 ‘천수경신앙’이라 할 정도로 천수경의 다라니 천수주(대비주)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그런데 천수경은 천수다라니를 중심으로 의례에서 활용하는 것이지 상호 독립적인 의례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치 천수경을 읽지 않으면 뭔가 빠진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경전과 의궤와 달리 천수경은 여러 의례에서 활용되는 것을 모아 놓아 사실상 연속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과연 천수주 염송 이후 사방찬 도량찬을 하지만 사방으로 감로수를 쇄수도 하지 않고 쇄수했다고 이해하며 그래서 도량이 청량해졌다고 찬탄한다. 하지 않은 것을 하였다고 하게 되어 일어나는 모순에 대해 일체를 마음으로 했다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다.
이것은 여러 의궤가 독송용으로 모여진 것을 ‘천수경’이라는 하나의 경전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태이다. “천수경, 의례로 읽기”에서는 현행 한국불교의 천수경은 천수다라니행법, 도량엄정행법, 참회행법, 준제행법, 서원행법, 설단행법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행법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나눠보지 않고 연결해서 하나의 의례로 이해하다 보니 이상한 분과도 나오고 이상한 해석도 일삼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다.
이 책은 2011년 3월 정우서적에서 첫선을 보였고, 십수년이 지나면서 제반 사정의 변경으로 금번 정우북스에서 다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첫판과 다른 점은 개경게와 준제행법을 보완하고 첫판에서 발생했던 오자 등을 교정하고 윤문하였다. 한국불교에서 너무나도 사랑받고 활용되는 천수경의 안팎을 모르고 한국불교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 아님을 알아차릴 때 본질은 더욱 선명하게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