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

미시경제학 초판을 출간한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초판 이후로 완성도 높은 개정 작업을 하고자 의도는 하였지만 뜻대로 되지 못하였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에 더하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혼돈의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시기에 더욱 크게 와닿는 질문은 경제학이, 경제학자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바라며 경제학을 공부한다. 그러나 주류 경제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는 경제학 본연의 역할에 대해 의심과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는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복잡계 예측 모형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를 경제이론의 기초가 되는 근본적인 가정들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균형’의 의의에 중심을 두고 있는 주류 경제학으로서는 다양성의 확대와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격변의 소용돌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제는 ‘균형’이 아닌 변화를 ‘정상’ 상태로 하는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양자물리학의 예측 과정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종류의 모델을 경제 시뮬레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는 양자경제학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논의의 기본적 공통점은 경제를 “경제변수만을 가지고 분석하는가의 여부”에 달렸다. 대부분의 분석체계에서는 역사, 제도, 사회학 등의 비경제변수를 포함한 분석을 전개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실 경제는 그 경제가 작동하는 국가의 역사나 정부의 제도, 현실정치, 그리고 사회현상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으므로 가능한 다양한 변수를 포함한 이론 전개를 추구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시경제학의 기본 모델에 이러한 다양성을 모두 포함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타난다면 그보다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우조차도 기본 이론이 가지는 의미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미시경제학 학습을 통해 ‘더 나은 삶’,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가장 크게는 현실 사례를 설명하는 Thinking을 대체 또는 보완하였고, 본문 내용에서 필요한 부분들을 수정·보완하였다. 다음으로 저자의 변화가 있었다. 조현국 교수님이 새로운 필진으로 합류하여서 앞으로 본서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개정 작업에서 여러분의 도움을 받았다. 특히 본서로 강의를 담당하면서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에 참여해 주신 김상춘 교수님, 기석도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또한 어려운 출판 여건 하에서 기꺼이 출판을 맡아주신 율곡출판사에도 고마움을 표한다. 3판 파일을 새롭게 편집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을 잘 마무리해 주신 방조일 편집장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