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교육과정 1

이 책은 역사와교육학회와 동국대학교 역사교과서연구소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회씩 공동 주최한 각 교육과정기 국사과 교육과정과 국사교과서에 대한 학술회의에서 발표되고, 역사와교육학회가 발행하고 있는 학회지 『역사와교육』을 비롯한 여러 학회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수정, 정리하여 3권의 시리즈로 출판한 것 중 제1권이다.

1945년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 한국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파괴되었던 국어와 국사의 연구와 교육이 요구되었다. 이는 해방된 한국의 민족정신과 국민 통합을 위해 필수적이고 시급한 것이었다. 일제의 교육정책에 따라 한글과 국사를 교육받지 못한 해방된 한국인들은 문맹 상태에 가까웠고, 일본사 속에서 향토사의 한 부분으로 교육된 한국사는 식민사관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방된 한국의 현실은 국제적인 냉전체제의 최전방에 위치하였다. 한반도의 북부는 러시아가, 남부는 미국이 통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한반도 북부지방에는 사회주의가, 남부지방에는 자본주의체제가 이식, 성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한반도 남부에서는 좌우의 대립이 심각하게 전개되어 반공주의체제가 성립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제하 친일·부일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면서 친일파 청산을 둘러싼 대립도 극심하였다.

이러한 좌우 대립은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는 좌익세력을 교육 현장에서 제거하는 한편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의 이식을 위한 교육정책을 수립하여 학교 교육에 적용하였다. 특히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이승만 정부는 겉으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면서 이른바 ‘민주적 민족주의’를 강조하였다. 그러나 ‘민주적 민족주의’는 결국 개인을 전체에 예속시키는 전체주의의 면모를 갖는 것이었고, 이는 곧 이승만 중심의 정치질서를 수립하고 옹호하는 것이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승만 정권은 이른바 ‘도의교육’과 ‘반공방일교육’을 내걸었다. 이는 식민지와 전쟁을 거치면서 기존의 도덕질서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바탕에는 반공주의가 내포되어 있었다. 1957년 ‘반공방일교육’은 ‘도의교육’에 포함시켜 교육하도록 하였으나 1960년 4·19혁명과 1961년 5·16군사정변을 계기로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즉 박정희정권은 반공주의를 바탕으로 한 도의교육은 지속하였으나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를 계기로 반일교육을 국제친선교육으로 전환시켰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5·16군사 정변 직후 군사정권은 『혁명과업 완수를 위한 향토학교 교과과정 임시운영 요강』을 발표하여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것을 강제하였으며, 제2차 교육과정이 마련된 1963년 문교부는 「국사교육을 위한 지도지침(중·고등학교)」를 발표하여 국사교육에 힘쓸 것을 교육현장에 요구하였다. 이 지침에서 문교부는 교재의 연구가 필요하다, 교수의 사전 계획이 필요하다, 민족의식 앙양에 힘쓰자, 현대사를 중시하여야 한다, 향토사를 활용하자, 시사문제를 활용하자, 인물 취급에 유의하자, 나열적인 강의 중심을 지양하자, 정치사 중심을 지양하자 등 9개항의 유의사항을 지시하였다.

이는 군사정변으로 권력을 장악한 정부가 부족한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사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였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박정희정권의 국사교육은 제2차 교육과정기에도 여전히 작용하여 1972년 이른바 ‘10월유신’ 선포 이후 제3차 교육과정기에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기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