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훤당이 ‘수양과 실천의 주체인 도학자’였으니, 한훤당은 틀림없는 광풍제월의 소유자이다. 세상에서는 여러 이름으로 한훤당을 광풍제월의 소유자라고 칭송하고 있다. 어느 칭송어이든 간에 휘황찬란하다. 예컨대, 『선조수정실록』 권8, 선조 7년 11월조에서 ‘계왕성개래학繼往聖開來學’이라고 했고, 모재 김안국은 ‘수창성리지학’이라고 했고, 퇴계 이황은 ‘도학지종’이라고 했다. 그 뜻을 순차적으로 풀이해보면, ‘성현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후손에게 전한 자’, ‘도학을 처음으로 주창한 자’, ‘당대 도학자 중의 최고봉’이 된다. 군자급 내지 성인급에게나 붙이는 칭송어가 한훤당에게 붙어 있으니, 한훤당이야말로 최소한 군자급 더 나아가서는 성인급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군자급 혹은 성인급을 거론하기 위해서는 근거를 제시해야 옳다. 한훤당의 행적 그 자체에 근거가 있다.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소학小學』 공부와 도학운동이 그것이다. 위기지학이란 ‘천리가 넘쳐흘러 자기 마음뿐만 아니라 천지만물에까지 두루 은택을 미치는 경지’이고, 『소학』 공부란 ‘신독愼獨하고 계신공구戒愼恐懼하며 율신수기律身修己하는 일용함양공부’이고, 도학운동이란 ‘도학을 전파하고자 하는 『소학』 교육과 결사結社 활동’이다. 이런 특징을 모두 갖추기가 어렵다. 경敬으로 율신돈인하고 타인을 감화시키는 경지에 이르러야 갖출 수 있다. 여타 도학자들도 모두 갖추지 못했음을 상기할 때, 한훤당이야말로 군자급 내지 성인급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만하다.
한훤당은 대구 사람들에게 낯익은 호칭어이다. 대구 사람치고 ‘한훤당 고택’과 ‘한훤당 고택 카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한훤당’을 낯익은 호칭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낯익다고 해서 속속들이 알려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훤당’이 누구인 줄 모른다. 어쩌면 ‘한훤당’을 성명 정도로 알고 있는 듯도 하다. ‘한’은 성이요, ‘훤당’은 명인 셈이다. ‘한훤당’을 김굉필金宏弼의 호號로 안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김굉필이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도동서원에 배향되어 있으니 훌륭한 인물이겠거니 하고 짐작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문제의 깊이를 확인하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이유가 여기서 생긴다.
Contents
머리말 : 한훤당 도학, 그 광풍제월光風霽月의 경지
Ⅰ. 왜 ‘한훤당寒暄堂 도학道學’인가?
1. 한훤당에 대한 올바른 인식
2. ‘광풍제월’ 이해를 위한 기본 지식
3. 「소학」의 대중 교육, 그 광풍제월 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