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

갑작스럽게 급성림프모구선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을 하던 중 소아난치병아동들 소원을 이뤄주는 메이크어위시 재단의 도움을 받아 나의 그림들로 채워진 그림책 『Dream』을 출판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본격적인 수험생활이 시작되는 시기에 항암을 하게 돼서 몸도 마음도 많이 힘들었었다. 그 힘든 상황을 잠시라도 잊고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이 그림이었다. 평소 그림그리기를 좋아했어서 항암생활 중에 그림을 자주 그렸는데 주로 간호사, 의사 선생님들이나 같이 치료받는 소아암 환아들을 그렸었다. 그림을 그리고 선물을 하는 과정에서 받는 사람과 선물하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내 그림으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감정들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래서 개인SNS에 여러 그림들과 만화 형식의 항암일기를 그려서 올리기 시작했고 좀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기쁨과 보람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소아난치병아동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국제 비영리 단체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의 도움을 받아 나의 그림들로 채워진 그림책을 출판하게 되었고 판매해서 얻은 수익금을 소아난치병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했다. 이 그림책의 그림들은 내가 항암을 하면서 생각한 ‘계절별 가고 싶은 여행지’들이고 이 책에는 꿈꾸는 주체인 ‘나’, 꿈속으로 이끌어주는 ‘나비’, 그리고 꿈속에서 여행다니는 ‘세 친구’들이 나온다. 내가 꿈꾸던 장소를 꿈을 통해 여행해 보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 제목을 『Dream』으로 정했고 나비가 꿈속으로 이끌어 주는 매개체인 만큼 모든 그림에는 나비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꿈속에서 여행을 다니는 세 친구들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같이 치료받는 동갑내기 남자애 두명이 있었는데 나 포함 셋이 병동에서 ‘트리오’로 불려졌었다. 나중에 모두 퇴원하면 꼭 같이 놀러 다니기를 약속하며 같이 걸으며 얘기하고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였다. 먼저 퇴원하고 기다리던 중 둘의 상태가 많이 안좋아졌다는 소식을 들었고 결국 둘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까지 듣게되었다. 사이가 각별했던 만큼 충격과 슬픔이 컸고 꽤 오랜 시긴동안 힘들어 했었다. 마음이 약간 진정 됐을 즈음 그림책을 제작 할 기회가 생겼고 그림으로라도 같이 여행가고 싶어서 가고 싶었던 여행지에 우리 트리오를 그리게 되었다.
내가 항암하며 꿈꿨던 여행지를, 나비를 통해 꿈속에서, 우리 트리오들이 함께 여행다니는 이야기인 그림책 『Dream』. 뒷 이야기를 모르고 보면 이쁜 그림들로 채워진 책이지만 뒷 이야기를 알고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이는 책인 것 같다. 그런 만큼 힘들 때 이 책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