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에픽]이 창간된 지 1년이 흘렀습니다. 1년이란 어떤 시간일까요.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맞은 가을. 우리는 네 번의 계절과 365일 하고도 4분의 1만큼의 하루를 더 건너왔습니다. 연도의 맨 뒷자리 숫자가 바뀌었고, 팬데믹은 여전하며, 지구는 조금 더 뜨거워졌습니다. 지구. 그렇습니다. 우리가 무임으로 탑승해 있는 이 우주선의 시점에서 보면 우리는 광막한 어둠 속에서 9억 4천만 킬로미터를 더 여행했습니다. 얼핏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지만, 빅뱅 이후 우주가 점점 더 팽창하고 있다는 이론대로라면 우리는 결코 1년 전의 좌표와 같지 않은 곳을 지나고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우리가 시작된 어딘가로부터 조금 더 멀어졌습니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완전히 똑같은 계절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건 아마 그래서일 겁니다.
Contents
epigraph
문지혁 · 다시, 활주로에서 … 004
part1
i+i
황현진 · 감히 겁도 없이 … 021
creative nonfiction
한승태 · 유리의 집의 기록 … 056
김서울 · 한국 여자 김서울의 공포 … 100
정혁용 · 죽지 않고 눈뜰 때 … 124
part2
virtual essay
if I
이아립 · 뽀뽀뽀 … 160
1+1 review
강보원 · 자기 자신의 생각에 사로잡힌 인물들 … 170
서윤후 · 남김없이 태우기 … 178
이미화 · 수어로 꾸는 꿈 … 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