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성에 이름은 홍. 홍은 전주 기방 월야관에 속한 동기로 곧 창기가 될 운명인 여인이다. 그런 그녀 앞에 시헌이 나타난다. 그는 중전의 남동생이자 파락호라는 소문의 공자. 그들은 불길처럼 서로에게 이끌린다. 가장 귀한 사내와 가장 천한 계집의 만남이었기에 끝은 불보듯 뻔했다. 그래서 원망했다. 비천한 운명을, 태생을, 세상을. 모든 걸 가진 사내는 그 무엇도 가져 본 적 없는 여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답게 살아본 적 없는 여인은 그의 삶을 엿본 후에야 비로소 제가 개돼지만도 못한 것을 알았다. 차라리 무지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것은 오히려 고통이고 비극이었다.
그들은 어긋나고 비틀리기를 반복했다. 사랑하면서도 상처입히고, 원하면서도 미워했다. 그러나 끝내 마음을 인정했다. 미칠 만큼 사랑한다는 것을, 보지 못하면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러자 운명도, 타고난 신분도 아무 의미 없어졌다. 그리하여 도주를 감행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피에 끼어든 사내 최만춘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예상치 못한 잔혹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