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 새우난초, 금강애기나리, 금꿩의다리, 반디지치, 호자덩굴꽃……
길 위에서 만난 꽃들과 주고받은 이야기
《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 저자가 이번에는 길 위에서 만난 꽃들 이야기로 찾아왔다. 우연히 꽃섬 풍도의 바람꽃 소식에 처음으로 우리 꽃에 관심을 가진 이후 곳곳의 꽃길에서 얻은 책으로, ‘꽃과 함께한 순례의 기록’이다. 꽃이 피는 산과 들, 특히 겨울이 지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초봄의 자연은 말 그대로 야생이다. 저자는 그 야생에서 태초의 순간을 기억해내며 창조주의 시간을 생각한다. 그 시간은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묻는 시간이기도 하다. 책은 창세기의 세 번째 날을 상기시키는 꽃과의 만남에서 성경과 신화, 시와 노래들을 넘나들며 꽃들이 전해주는 말들을 기록한다. 영원의 여정 안에서 너무나 짧은 인생을 비춰주는 거울이기도 한 꽃들은 때로 지상의 양식, 지상의 길동무, 지상의 스승이 되기도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놀라움은 그 만남이 ……참되다는 보증서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저자는 매번 찾아오는 계절에 다시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늘 반갑고 고맙고 경탄하는 자신이 꽤 행복한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그 꽃길에서 얻은 120여 컷의 사진에는 기후변화나 인간의 욕심으로 훼손되고 사라져가는 우리 꽃들도 있다. 그 때문에도 지금 이 순간 만날 수 있는 꽃들이 더 반갑고 귀하다. 그 만남으로 모두를 초대한다.
Contents
들어가는 글
1. 꽃을 만나는 몇 가지 자세
넌 이름이 뭐니?
세 번째 날의 숲
뒷모습이 진실이다
엠마오
빛이 없다니
우리의 따뜻한 거리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우리의 멋진 묘지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네 장미에게 책임이 있어
지상의 양식
모든 꽃이 장미가 되려고 하면 봄은 그 사랑스러움을 잃어버릴 거예요
2. 내가 아는 꽃, 나를 만난 꽃
봄, 찬란한 예배
내 사랑 못난이, 너도바람꽃
봄은 바람꽃으로부터 온다
늘 거기 있었구나, 변산바람꽃
어디에나 있는, 어디서도 예쁜 제비꽃
무게를 배운다, 한계령풀
콜롬바, 매발톱꽃
숲속의 왕녀, 깽깽이풀
얼레지의 엘레지
이토록 찬란한 순간, 새우난초
보기만 해도 그저 좋은 금강애기나리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동강할미꽃
세상 모든 좋은 꽃말, 은방울꽃
나를 잊지 말아요, 양귀비
마음으로 오는 푸른 별, 반디지치
너를 모르고 살았다니, 앵초
여름, 느껴봐, 미풍의 순간
흔들리며 흔들리며 선백미꽃
섭리 혹은 변덕, 수국
흔들리고 있구나, 병아리난초
너 돌아갈 곳 어디니? 엉겅퀴에게
화엄에 물들다, 연꽃
나도 꽃, 나도수정초
비 내리고, 버섯들의 마을
그 숲의 보석상자, 금꿩의다리
부드럽게 천진하게, 호자덩굴꽃
가을, 혹은 빈자리
가을엔 나뭇잎을 닮아볼까
우주가 네 안에 있구나, 좀바위솔
겨울,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위안의 꽃말, 미선나무꽃
겨울 지나며 다시 찾아온 희망의 말, 스노드롭
나가는 글
Author
이선미
《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에 이어 다시 길 위에서 씁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산과 들과 바닷길에도 책이 있습니다. 바람결과 햇빛과 추위와 무더위, 때로는 비와 눈 속의 그 길에 꽃이 핍니다. 수없이 많은 길의 수많은 꽃들은 세상 곳곳에 새겨진 다채로운 활자입니다. 꽃들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의미도 담아줍니다. 말하자면 꽃들은 가장 역동적인 책이 되어줍니다. 그 길에서 만나고 배운 시간들을 책으로 엮습니다. 꽃길에서 얻은 책입니다.
국문학을 배우고 짧게 신학을 공부했지만 길을 나서고야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고 시와 음악과 그림의 문턱을 넘습니다. 매번 들어서는 길이 가르쳐주는 것들에 겸허하게 귀 기울입니다. 길에서 만나는 것들, 사람들을 환대하며 길을 걷고 싶습니다. 길을 걷는 것은 경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경계를 넘어 사랑하게 되고 연민과 공감이 확장됩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라는 말씀이 꼭 이런 뜻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발길 닿는 곳, 시선이 마주치는 이들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어떤 경계들을 넘어서고 싶습니다.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모든 여정이 영원으로 향하는 시간임을 잊지 않고 다시 걷고 싶습니다.
《오래된 시간, 발칸유럽: 발칸에서 동서방교회를 만나다》에 이어 다시 길 위에서 씁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산과 들과 바닷길에도 책이 있습니다. 바람결과 햇빛과 추위와 무더위, 때로는 비와 눈 속의 그 길에 꽃이 핍니다. 수없이 많은 길의 수많은 꽃들은 세상 곳곳에 새겨진 다채로운 활자입니다. 꽃들은 문장으로 이어지고 의미도 담아줍니다. 말하자면 꽃들은 가장 역동적인 책이 되어줍니다. 그 길에서 만나고 배운 시간들을 책으로 엮습니다. 꽃길에서 얻은 책입니다.
국문학을 배우고 짧게 신학을 공부했지만 길을 나서고야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고 시와 음악과 그림의 문턱을 넘습니다. 매번 들어서는 길이 가르쳐주는 것들에 겸허하게 귀 기울입니다. 길에서 만나는 것들, 사람들을 환대하며 길을 걷고 싶습니다. 길을 걷는 것은 경계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경계를 넘어 사랑하게 되고 연민과 공감이 확장됩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라는 말씀이 꼭 이런 뜻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발길 닿는 곳, 시선이 마주치는 이들을 축복하는 마음으로 또다시 어떤 경계들을 넘어서고 싶습니다.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모든 여정이 영원으로 향하는 시간임을 잊지 않고 다시 걷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