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채집』은 다섯 개의 도시들을 산책하며 채집한 이유운 작가의 언어적 기록과 황유경 작가의 이미지적 기록을 융합하여 만든 책이다. 톨레도에서 발리, 이즈미르, 안탈리아, 기타큐슈, 그리고 서울에까지 이어지는 도시의 긴 길을 지나면서, 두 작가는 과거의 일들과 현재의 감상을 독특한 미감으로 종합한 그들만의 가능세계를 만들어 낸다.
『산책채집』에서 이유운 작가는 여러 종류의 여행 중에 수집되는 이야기들을 빛나는 철학적 사유와 연결 지으며, 그것을 자신만의 아름다운 이론으로 밝혀낸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유예’ 챕터가 있는데, 호텔 로비나 공항, 영화관, 고속버스터미널 등의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느릿한 기록은 여행 끝 캐리어 안에 눌러 담긴 기념품처럼 애써 주워오고 싶었던 사유의 조각들 그 자체이다. 허탈한 사랑과 빛나는 기억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유랑자의 단상은 정확도 높은 탁월한 글 속에서 산발적으로 빛난다.
『산책채집』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그러한 글과 황유경 작가의 그림이 하나의 튼튼한 갈래를 형성하며, 연인의 키스처럼 분리불가하게 섞여든다는 점이다. 이미지와 텍스트는 독립적으로 나열되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를 보충하면서 용매와 용질처럼 완전한 하나가 된다. 『산책채집』 속 삽화는 그 이웃인 글이 담고자 하는 어둡고 비밀스러운 이야기의 실제적인 형상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의 상상을 매우 적절한 정도로 자극하며 더 먼 곳으로 끌고 나간다.
그리하여 『산책채집』은 이루어지지 못한 열망들을 담고 있는 동시에, 그럼에도 우아한 걸음으로 산책을 계속할 것을 선언하는 주체의 기록이다. “아직까지는, 그러니까 아직까지는……”이라고 되뇌는 말미의 중얼거림처럼, 어떤 걸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섣불리 낙망하지도 않고 낙관하지도 않는, 한 인간의 굉장하게 아름다운 노력이 『산책채집』 속에 구체적인 생김새로서 영원히 살아 있다.
Contents
여는 글
1장. 햇빛 도시에서 눈물 말리기
1) 스페인, 톨레도
- 소심한 박하사탕 이론
+ 유예, 호텔 로비
2) 인도네시아, 발리
- 신들의 도시에는 권태가 없다
+ 유예, 공항
3) 튀르키예, 이즈미르 기차역과 안탈리아
- 불투명한 봉투에 담긴
+ 유예, 영화관
4) 일본, 기타큐슈
- 평범의 신성
+ 유예, 고속버스터미널
2장. 빛을 통과한 장소와 소리를 투과한 시간에 대하여
1) 서울 생활 1:
- 가장 간단한 생활의 유지
+ 유예, 흡연 구역
2) 서울 생활 2:
- 빈칸과 빈칸 사이
+ 유예, 카페 테라스
3) 서울 생활 3:
- 거울을 비추는 얼굴
+ 유예, 새벽 시장과 빵집
4) 서울 생활 4:
- 이것은 모독이 아니다
+ 유예, 6인용 병실
닫는 글
Author
이유운,황유경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한다.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와 『사랑과 탄생』을 썼다.
이화여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문학을 한다. 『변방의 언어로 사랑하며』와 『사랑과 탄생』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