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은 바라봄에서 시작되고, 그래서 바라봐준다는 것은 바라본 시선을 허투루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두 시선이 포개어질 때 마침내 시작되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인식할 수 있고, 오해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고, 슬퍼할 수 있다. 눈이 만들어낸 통로가 있다면 그것은 눈길일 테고, 서로 다른 눈길이 연결될 때 세상은 한껏 너그러워진다. 그 통로에서 마주한 눈빛과 눈빛은 세상을 보다 환하게 밝힌다.
식물, 산, 모터사이클, 할머니, 동네, 부조리, 죽음, 당신… 송하영은 자신이 목도한 여러 장면을 첫 산문집에 오롯이 담았다. 빛이 들지 않는 마음 깊은 곳까지 샅샅이 들여다보며, 바라보는 행위 너머의 의미를 발견해낸다. 나를 살게 하기도, 좌절에 빠뜨리기도 한 시선 사이에서 자신만의 눈길을 굳건하게 지켜내면서.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감을 보여주면서. 다정한 시선이 서로를 지켜준다고 믿으면서. 그런 눈으로 바라본 이야기가 이 책에 있다. 그런 눈으로 바라봐주기를 기다리며…
Contents
작가의 말 · 7
1부│보살피듯 살피기
다듬은 말 · 13
스토크 · 14
혼자 술 마시면 무슨 재민겨 · 15
웃을 일을 만들자 · 16
오랜 우리 동네 · 17
눈에 별을 새긴 사람 · 19
먼저 간 사람, 나란히 걷는 사람 · 20
아는 사이 · 21
I’m fine · 22
꼼수 · 24
아무도 없는 방 · 25
외로움 · 27
작은 사회 · 28
가늘고 긴 삶의 방식 · 29
전깃줄 · 31
강아지 · 32
아름다움을 따라서 · 33
가을에 본 나무 · 34
언니 · 35
걷기 좋은 날 · 36
겨를 · 37
생활체육 · 38
사놓고 안 쓰는 물건 있으세요? · 42
재활용 · 44
단순한 기분 · 45
깊이 안녕 · 47
꽃의 효능 10가지 · 49
2부│반복되는 계절처럼
제주 · 53
뿌리채소 · 54
산 · 56
소원 · 59
여름 관찰 · 61
모터사이클이 가져다 준 변화 · 62
어서와요 아가씨 · 66
마음 반죽 · 68
중간이 어려워요 · 69
홀로움 · 71
울고, 웃고, 놀랍고 · 72
우연한 기다림 · 73
어린 대담함 · 74
가장 늦은 환영 · 78
글 쓰며 만난 사람들 · 79
무슨 일이라도 있다는 듯이 · 80
배움의 동료 · 82
경험도 물러줄 수 있습니까 · 84
조그만 질환 · 87
에너지 기울기 · 89
오늘도 24시 · 90
휴일 · 91
3부│끈끈하고도 끈적한
제3 · 95
2401호 저녁 · 96
이모 · 98
원산지 · 100
리듬 · 101
남매 · 103
세 가지 씨 · 105
대가 없는 사랑 · 107
물물교환 · 108
남과 자 · 109
애도 · 113
0개 국어 · 114
영원한 언니에게 · 115
위로라는 처방 · 118
여행 · 120
끝을 향해 시작으로 가서 · 121
4부│진심 어린 진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