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이 되어도 동생은 여전히 짜증나게 하고 엄마는 잔소리만 한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고, 바뀌는 것은 내가 곧 중학생이 될거란 것 뿐이다.”
6학년의 마지막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김영원은 이제 곧 중학생이 된다. 아들 둘을 홀로 키우는 엄마는 일 하느라 집에 없을 때가 많다. 그러면 영원이는 엄마가 차려놓은 밥을 먹고 동네를 쏘다닌다. 동생이랑 노는 것은 짜증나고 재미도 없다. 동네 형들과 어울려 다니면 조금 무섭긴 해도 든든하다. 그렇게 어른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지며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기도 한다. 그런 영원이에게 관심을 줄 어른이 있었으면 좋으련만, 아빠는 없고 엄마는 하루하루 살아가기조차 버겁다.그래도 다행인 것은 영원이를 사랑해줄 엄마가 있다는 것이다. 그 시절의 평범한 아이들처럼 영원이도 겨울방학동안 사소하거나 크고 작은 일을 겪는다. 그 전에는 못했던 생각을 하기도 한다. 아이는 짧은 순간에도 혼자서 자라고 있다.
책은 2000년의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낡은 건물에 다닥다닥 붙은 상가와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문방구, 어딘가의 흔한 골목길이 있는 동네, 지금과는 다른 뚱뚱한 텔레비젼, 그 시절에 유행하던 장난감 등이 그렇다. 책을 읽는 누군가는 주인공 영원이에게 공감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는 영원의 엄마나, 친구 또는 미선에게 공감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