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어느 도시든 이야기의 시작은 사소할 만큼 일상적이다. 터미널 대합실에서 들려온 낯선이의 통화 내용에서는 지친 하루의 노곤함을 건져내고, 택시기사에게서 동네의 대소사와 명소를 알아내고, 이윽고 도달한 그곳에서는 몇 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풍경과 마주한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이지만, 맛깔나게 기록하고, 깊이 있게 드러내는 것은 글쟁이의 내공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지상 작가의 지금까지 글들이 그러했듯, 사소하면서도 섬세하고, 무심하면서도 따뜻한 그만의 시선이 역사와 문화, 음식과 사람, 그리고 여행이라는 무한루프의 주제로 독자들을 이끈다.
여행과 인문의 경계에서 즐기는,
또 하나의 문화유산답사기
팬데믹 이전의 저자는 세계를 여행하는 작가였다. 이 고약한 역병이 누구에겐들 시련이 아니었을까만, 여행작가에게 팬데믹은 유독 정체성을 돌아보게 하는 혹독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삶이 멈출 수 없듯, 여행도 멈출 수 없었다. 더 이상 멈춰 있을 수 없어서 시작한 국내 여행이, 마지막은 세상 어느 곳보다 간절히 기록하고 싶은 ‘주제 넘는 여행기’가 되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에 예외는 없었다. 들여다보고, 공부하고, 직접 즈려밟는 동안 때로는 추억이, 때로는 역사가, 또 때로는 해외의 어느 풍경이 오버랩되며 오래된 여행자의 글 그물에 걸려든다. 세상을 다 돌며 찾아다닌 파랑새처럼, 비로소 가까이서 찾은 ‘사랑스런’ 대한민국 땅과 역사가 온전히 글이 되어 우리 곁에서 발견된다.
Contents
PART 1 경상
경주 _ 천년을 간직한 처음시간
죽음의 흔적은 평화롭고, 삶의 몸짓들은 정겹다
알에서 나온 박혁거세
알이 발견된 우물, 나정
죽음과 탄생의 흔적들, 오릉과 알영정?
석탈해가 인도 타밀지방에서 왔을 가능성
신라가 시작된 곳, 월성
북방에서 온 김알지가 나타난 곳, 계림
하늘을 담고 있는 우물, 첨성대의 비밀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동궁과 월지
청보리밭에 취하고 분황사 향기에 취하고
신라의 정신적 기둥, 황룡사 9층 목탑
죽음조차 아름답게 만드는 경주
감포 _ 대왕암, 용의 전설
아름답고 굳센 여인을 닮은 감은사지탑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리라, 문무대왕릉
아늑한 해변, 감포의 추억
부산 _ 삶은 포기할 수 없는 그 무엇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부산 갈매기?
밀면 원조, 내호냉면집?
팍팍한 현실 속에 꽃피는 낭만, 흰여울 문화마을
추억이 서린 송도해안의 볼레길?
수육이 기가 막힌 60년 전통 돼지국밥집?
어린왕자와 함께 한 감천 문화마을의 야경?
삶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장엄한 '그 무엇'
떠나기도 전에 벌써 그립다, 이별의 부산 정거장
김해 _ 수수께끼 왕국 가야의 흥망성쇠
금관가야의 터전, 김해?
김수로왕비 허황옥은 정말 인도에서 왔을까?
이천 년 전 우리 민족은 다문화였다?
왜가 가야를 200년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의 비교, 무엇이 맞는가?
일본의 역사 조작과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
오래되고 질긴 인연, 왜와 백제와 신라
임나일본부설을 무너뜨린 대성동 고분군
일본서기와 천황제는 허구다
PART 2 충청
논산 _ 은진미륵과 호국의 도시
대한민국 군필자의 타임캡슐, 논산
육군훈련소 계백장군의 묘와 논산8경 탑정호
현대에 다시 주목받는, 관촉사의 은진미륵
부여 _ 오래 봐야 보이는 백제의 시간
아는 만큼 느끼는 부여?
백제 몰락의 이유는 지도층의 분열
삼천궁녀는 허구지만 그날의 비극은 사실이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이 깃든 궁남지
성왕의 비극과 금동대향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탑, 정림사지 오층석탑
공주 _ 백제의 트라우마
아늑하고 포근한 곰나루, 공산성에 오르다
무령왕은 일본의 섬에서 태어났다?
공주의 재발견, 제민천?
백제와 충청도의 정신은 검이불루 화이불치
PART 3 전라
목포 _ 근대화의 미명
세상 끝의 도시, 목포의 추억
코롬방제과점의 원조 싸움, 둘 다 맛있더라
낮술을 마시며, 민어회와 중깐?
근대화와 트렌드세터들의 도시, 목포
양지바른 동네 온금동?
이제 목포의 새로운 명물은 케이블카다
그래, 역시 목포는 '목포의 눈물'이야
나주 _ 여러 겹의 시간과 맛
마한의 땅, 나주?
그곳에는 누가 살았을까, 복암리의 아파트형 고분
고려 시대 황제의 외갓집이 있던 나주?
나주 곰탕거리 VS. 영산포 홍어거리
군산 _ 현재진행형의 시간여행
1930년대의 시간을 사는 도시?
이러니 군산을 안 좋아할 수가 있나
낭만과 각성 사이, 시간여행 속의 충돌
군산의 저력, 역전의 명수
PART 4 섬
제주도_세상의 끝이라 여겼던 섬
너무 가까워진 제주도?
단군 시대부터 시작된 탐라국의 역사
광해군의 선물, 광해우?
세상의 끝, 광해군이 도착했던 행원포구
수양의 길과 도의 세계, 추사 김정희 유배지
모슬포에서 한라산 소주를 마시며?
대한민국 최남단, 다시 보자 마라도야!
Author
이지상
오래된 여행자, 작가, 에세이스트.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동 대학원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 배낭 하나 메고 타이완으로 떠난 그는 돌아와 대한항공에서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세계일보에 [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을 비롯하여 언론에 여행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詩 콘서트' 등에서 여행과 책, 문화를 소개했다. 대학에서 여행과 여가에 대한 강의를, KT&G 상상마당에서 여행작가 수업을 진행했다. 그동안 400여 개 도시를 여행하고 『도시탐독』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등 20여 권의 여행책을 썼다.
오래된 여행자, 작가, 에세이스트. 서강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동 대학원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던 해, 배낭 하나 메고 타이완으로 떠난 그는 돌아와 대한항공에서의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여행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세계일보에 [이지상의 세계문화기행]을 비롯하여 언론에 여행 칼럼을 기고해왔으며, EBS 라디오 '책으로 행복한 12시' '詩 콘서트' 등에서 여행과 책, 문화를 소개했다. 대학에서 여행과 여가에 대한 강의를, KT&G 상상마당에서 여행작가 수업을 진행했다. 그동안 400여 개 도시를 여행하고 『도시탐독』 『그때, 타이완을 만났다』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등 20여 권의 여행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