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에 머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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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715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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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4/07/31
Pages/Weight/Size 120*205*9mm
ISBN 9791197155956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시집을 다 읽고도 고개를 들 수 없다. 작은 틈이라도 내어달라, 우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들숨과 날숨 사이가 너무 좁다. 여느 시와 같이 편안하게 시를 읽을 수 없다.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 묘사와 이미지로 현재화(現在化)한 이윤학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곁에 머무는 느낌』이 간드레 시 03번으로 출간되었다. 풍경이 말하는 시, 풍경의 연구가, 풍경의 투시자, 숙명적인 상실의 독을 말갛게 걸러낸 치유의 시집. (박형준 시인) 그의 시는 카메라 렌즈를 갖다 댄다. 조리개를 돌린다. 낱낱의 잠자고 있던 사물이 언어에 의해 되살아난다. 단어 하나, 한 문장도 함부로 쓰이지 않고, 그냥 스쳐 가는 법이 없다. 마치 시인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쓰인 듯한 시는 정체불명의 뜬금없는 어휘나 문장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언어와의 고군분투는 오직 언어와 결탁하고, 언어와의 대면 속에서 시어의 조탁이 이루어진다. 그러니 그의 시를 읽기 위해서는 집중하고, 문장의 결을 따라가야 한다. 묘사의 힘이 이런 것인가. 시인은 굳이 의미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시인이 눈으로 본 것만 치밀하게 묘사할 뿐이다. 묘사로서 이미지를 그려낸다. 그럴 때 시는 그림이 되고, 사진이 되고, 풍경이 되고, 한 사람의 처절한 삶의 장면으로 프린팅된다. 거기 시가 존재하고, 시가 완성되기까지 그는 시인으로서 존재한다.

“본다는 것은 거리를 전제로 한다……. 보고자 하는 그것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감촉으로 당신을 건드리는 듯할 때, 또한 보는 방식 그 자체가 일종의 감각적인 접촉일 때, 그리고 보는 것이 거리를 둔 접촉일 때, 그때는 어떻게 되는가……. 거리를 둔 접촉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이미지며, 매혹은 이미지에 대한 정열이다. 우리를 매혹하는 것은 우리에게서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앗아가 버린다...... 세계의 내면으로 은둔해 우리를 그곳으로 끌어당기고...... 이 공간은 말하자면 절대적인 공간인데...... 그것은 이미지의 배후에 있는 무제한적인 깊이이다...... 물체들이 의미에서 멀어져 이미지 속으로 무너져내릴 때, 물체들은 바로 이 깊이 속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 매혹의 장소에서 우리가 보는 것, 그것은 시선을 붙들고 그 시선을 끊임없는 것으로 만든다.” -모리스 블랑쇼

이윤학 시인의 시가 위의 문장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의미를 나타내지 않는 이미지 글쓰기. 이미지로서 의미를 숨겨두는 방식, 그리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이미지 속으로 걸어 들어가 의미가 되는 방식. 그러므로 그의 시는 자세히 관찰하듯 집중해서 읽어야 이미지의 놀라운 힘을 느낄 수 있다.
Contents
시인의 말

1부

루시제(祭)ㅣ 거기 앉은 섬ㅣ 철둑ㅣ집 근처 수목장ㅣ 내륙 등대/ 웃는다ㅣ 메밀들길ㅣ소한(小寒)ㅣ 장엄한 상고대ㅣ 흑장미 꽃꽂이ㅣ 꽃기린 엄동(嚴冬)ㅣ 소국(小菊)ㅣ 아직, 파란, 밤송이ㅣ 가을 저녁 빛ㅣ 꽃씨 받는 사람ㅣ가는잎오이풀, 꽃피다

2부

초록 잉크를 기억해요ㅣ 갓길ㅣ원형 돔 하우스ㅣ퍼걸러ㅣ대숲ㅣ파리는 왜 촛농에 빠지는가ㅣ혼인관계증명서ㅣ뻐꾸기 날다ㅣ장박(長泊)ㅣ종점낚시 민박ㅣ심방(尋訪)ㅣ 고개를 끄덕거린다ㅣ째깐한 코스모스들, 피어난 새시ㅣ목을 조이는 잠이 찾아와ㅣ한낮의 태양은ㅣ원형 탁자 깔판 유리ㅣ웃는다 2ㅣ졸망제비꽃

3부

서부 -부루쌈ㅣ서부 -뱃머리 슈퍼ㅣ서부 -미정ㅣ서부 -오디ㅣ서부 -모과ㅣ서부 -사철나무 열매ㅣ서부 -댓잎에 폭설ㅣ서부 -댓잎에 폭설 2ㅣ서부 -풀새밭ㅣ서부 -붉은 벽돌집ㅣ서부 -폐다리ㅣ서부 -정금ㅣ서부 -살구꽃ㅣ서부 -옴(싹)이 난다ㅣ서부 -밑불ㅣ서부 -두더지ㅣ서부 -사슴농원ㅣ서부 -돼지감자꽃

4부

수선화ㅣ바다제비ㅣ부엉이ㅣ붉은 구름ㅣ캠핑ㅣ맨드라미ㅣ스토커ㅣ스트라이크 존ㅣ첫 장미ㅣ칠면조 목울대ㅣ요새ㅣ 타구(唾具)ㅣ사금(砂金) 채취 동호인ㅣ솔숲이 보이는 단독ㅣ너구리ㅣ그리마ㅣ방음ㅣ진공상태ㅣ배추 뿌리ㅣ붉은 매화

에필로그 l 호수의 한 점 섬에서
Author
이윤학
1965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는 말더듬이예요』, 『나 엄마 딸 맞아?』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1965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산문집 『환장』, 소설 『졸망제비꽃』, 어른을 위한 동화 『내 새를 날려줘』, 장편 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는 말더듬이예요』, 『나 엄마 딸 맞아?』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작품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