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미메시스

한국문학공간의 언어와 재현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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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0/09/20
Pages/Weight/Size 139*225*20mm
ISBN 9791196456283
Categories 소설/시/희곡 > 비평/창작/이론
Description
작가와 비평가, 두 존재의 언어와 욕망이 만들어낸 춤사위
“사랑을 모방할 순 없지만, 사랑은 결국 닮아간다”


비평은 단순히 작품을 해설하거나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충분히 해석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작업이다. 작품을 창작한다는 건 자신만의 세계와 언어를 구축한다는 의미이며, 작품을 읽는다는 건 작가가 짜 넣은 세계와 언어의 공간에 관여하는 일이다. 여기서 비평가의 욕망구조가 작동한다. 비평행위는 비평가의 욕망구조가 은밀하게 침투하며, 작가의 욕망구조를 교란하고 작가의 욕망구조와 충돌하는 곳에서 생산되는 춤사위다.

그렇다고 칼춤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는 작품 해석과 평가를 넘어서 텍스트를 난도질하고, 그래서 비평가가 애초에 구상한 ‘사유의 침대’ 에 작품을 욱여넣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자처하는 일이 되고 만다. 지금의 비평이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외면 받은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일지도 모른다. 펜대에 힘을 주고 과잉된 자의식으로 텍스트를 움켜쥔 데서 비롯하는 비평적 권위는 정작 텍스트의 결을 일그러뜨린다. 더 나아가 텍스트의 목소리를 틀어막아 비평가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텍스트 해석을 독자 앞에 내놓는다. 독자들이 대개 텍스트만을 선호하고, 그 텍스트에 대한 비평은 소홀히 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가시기 때문이다. 비평이 난해한 까닭도 있지만, 독자의 텍스트 독법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금을 긋는 듯한 비평언어에 독자들이 기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모든 비평언어가 태생적으로 지니는 숙명이 바로 메타담론의 형식을 가장한, 작품에 대한 훈수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게 사실이다. 작가를 두고 비평가가 한 마디 던질 수는 있지만, 텍스트의 신비한 물결을 두고 창백하면서도 날 선 언어로 말의 윤슬에 돌팔매질을 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가는 표현의 욕망에 결국 굴복한, 나약하지만 고귀한 존재다. 비평가는 그 작가의 운명을 수긍하고, 그럼으로써 고독한 작가의 운명에 동참하는 동반자가 아닐까. 이 두 존재가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는 길은 험난하고도 가파르다. 그럼에도 저자는 이들이 행복하다고 확신한다. 맞잡은 두 손에 송글송글 맺혀 피부를 적시는 땀방울은 이 세계와 힘겹게 싸우고 겨룬 흔적이자 자국에 가깝다. 작가의 눈길과 비평가의 눈길이 교차하는 좌표에서 둘은 부둥켜안고 아이처럼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해답이 묘연한 이 세계에서 글쓰기로 함께 하는 짧은 시공간의 터가 바로 천국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각자의 포즈와 마음으로, 또한 제각각 다양한 곡절로 ‘천국의 전장’ 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결코 증오의 짝패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그렇다면 사랑?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에게 사랑은 필요하되, 완전히 제거될 길이 요원한, 증오와 시기와 원한을 야기하는 욕망의 시스템을 스스로 멈출 각오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Contents
머리말 - 사랑과 절망을 넘어서

제1부

업둥이 비평의 운명 - 고현철 비평이 남긴 숙제를 생각하며
시가 무엇인지 묻는 일, 혹은 ‘고쳐 쓰기’의 시론
말과 몽상 - 비평에 대한 또 다른 생각
종교와 문학, 혹은 ‘기도’와 ‘글쓰기’에 대하여

제2부

아무것도 아니면서 그 모든 것, 김수영의 ‘사랑의 시학’에 관한 소고(小考) - 사랑의 미메시스
성스러움의 그늘 - 구상의 종교시에 나타난 미메시스의 한 양상
김지하의 시론과 생명사상
우울과 순수 - 김민부 시의 두 측면
산조(散調)의 시와 투명한 정신의 삶을 위한 엘러지(elegy) - 임수생 시의 세계
무중력 시학의 무늬와 빛깔 - 이린 시의 세계

제3부

시의 상처와 언어의 ‘거스름’ - 사회적 트라우마의 시적 재현의 극복을 위한 방식 하나
재현의 한 양상 - 박남철의 시 「왼쪽 삼각형 정원의 나무」 의 경우
생이 소진하는 어귀, 혹은 다시 부풀어 오르려는 고요의 잠 - ‘독거’ 라는 이름의 존재방식
로컬리티, 삶 - 생명으로서의 축전 현장 - 생명축전은 지역생명운동의 일환이어야 한다

미주
Author
정훈
문학평론가. 1971년 마산 석전동에서 태어나 창원 성주동, 의령 유곡면(송산리)과 궁유면(압곡리)을 거쳐 지금은 부산 영주동에 살고 있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 - 기형도론」으로 등단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김지하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등에서 문학과 교양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평론집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과 공저 『지역이라는 이름의 아포리아』 외 다수가 있다. '절영파' 동인으로, 바람처럼 풀처럼 연락이 닿을 때쯤 우리는 시와 삶을 입에 올리곤 한다.
문학평론가. 1971년 마산 석전동에서 태어나 창원 성주동, 의령 유곡면(송산리)과 궁유면(압곡리)을 거쳐 지금은 부산 영주동에 살고 있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약시와 투시, 그 황홀한 눈의 운명 - 기형도론」으로 등단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김지하 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부산대학교, 한국해양대학교, 등에서 문학과 교양을 가르쳤다. 저서로는 평론집 『시의 역설과 비평의 진실』과 공저 『지역이라는 이름의 아포리아』 외 다수가 있다. '절영파' 동인으로, 바람처럼 풀처럼 연락이 닿을 때쯤 우리는 시와 삶을 입에 올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