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키 단편선

카연갤(카툰-연재 갤러리)에 혜성같이 등장한 아마추어 만화가 - dc위키

진부한 표현이지만 정말로 그랬다. 실제로도 작가가 만화를 올린 곳은 자신의 블로그와 디시인사이드 뿐이었고 불과 반년 만에 그림판에 끄적인 듯한 만화로 힛갤에 7번 입성해 ‘힛갤곤볼’을 받게 되었다. 뭐가 뭔지 모르는 말들로 보이는 분들도 있을 테니 풀어서 설명하자면 다수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말이다. 결국 2017년 상반기부터 웹툰 플랫폼 탑툰에 만화를 연재하게 되었다.

그래서 작품이 어땠느냐 물으면 ‘대충 보기 좋은 만화’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만화’ 정도면 괜찮은 설명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무성의한 느낌의 그림이었지만 웹툰 연재와 단행본에서는 훨씬 깔끔하고 특징적인 작화로 이전의 단편들을 새로 그렸다. 여전히 단순한 그림체이기도 하지만 바꿔 말하면 단순함의 매력이 돋보인다. 직설적이고 과격하지만 상황과 주제를 잘 짚어내는 대사로 강조하고 싶은 바를 명확히 이야기와 연계해서 활용한다. 부조리함과 불합리, 인간의 나약하거나 악한 면 등 언제 어디서나 실존하는 인간군상이나 실제로 찾아볼 수 있는 상황들을 담아낸 단편들이 있는가하면 그저 상상력에서 출발한 가벼운 웃음을 주는 단편들도 있다.

작품들은 크게 신·동물·인간 편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단행본인 이 책에서는 신·동물을 다루고 있다. 우화에 참 어울리는 캐릭터들이 아닐까 싶다. 욕설마저 쉽게 내뱉는 신과 동물들이 펼치는 우화의 세계를 잠시 엿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