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깍! 불이 꺼지고 어둠이 밀려오면 어둠 저편에 무언가 무시무시한 것이 숨어 있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밀려옵니다. 어른들에게도 어둠은 공포의 대상인데 하물며 어린 아이들에겐 어떨까요!
《이불 여행》 속 삼남매에게도 불 꺼진 뒤의 어둠은 두렵기 짝이 없는 대상입니다. 이불을 코끝까지 끌어 덮은 채 컴컴한 천장을 바라보며 누운 세 아이들의 모습은 그 순간 아이들의 심정이 어떤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큰일 났습니다. 이불을 덮고 누워도 무서운데 둘째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은 대낮에, 불을 켜고 앉아 있어도 왠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곳이 아니던가요. 그런데 한밤중에, 게다가 불이 다 꺼진 캄캄한 집 안을 지나가야 하다니요.
환한 낮에 동생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무슨 소리야?’하며 핀잔을 주었겠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평소엔 죽도록 싸우다가도 누군가 한 명이 곤경에 처하면 물불을 안 가리게 되는 것이 바로 형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형제들이 그렇듯, 《이불 여행》에서도 맏이가 해결사 노릇을 합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다 같이 화장실에 가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맏이는 화장실까지 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한 바다 속 탐험으로 탈바꿈시킵니다. “무서워하지 마. 우린 바다 속을 탐험하는 중이야.” 동생들을 안심시키는 이 한 마디에 화장실 가는 길은 더 이상 무섭고 두려운 길이 아니라 형제가 함께 가는, 신 나고 재미있는 탐험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