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평범하지만 그리 간단치 않다. 일상은 수많은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속에서 변화무쌍하고 복잡하게 돌아간다. 복잡한 일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개념과 이론이라는 기본기를 갖추고 개인과 개인의 상호작용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경로 의존성, 근본귀인오류, 변동 강화 계획, 손실 회피 등 다양한 사회과학 개념을 공자, 손자, 노자 등의 동양고전, 시와 소설, 『이솝 우화』, 『법구경』 등에 의존하여 우리의 일상을 종횡무진 탐색한다.
우리는 아는 만큼 현실을 본다. 그러므로 전문가가 된다는 의미는 더욱 풍부한 개념을 획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성격 전문가는 사람의 성격을 일반인들보다 훨씬 세부적으로 이해할 것이며 패션 전문가는 옷과 옷 입는 방식에 대한 개념이 풍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알수록 우리는 미묘한 현실의 차이를 더 많이 찾아내고 진단할 수 있다. 많이 알수록 많이 볼 수 있고 더욱 재미있고 현명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구체적 사건에서 일반적 원칙을 도출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지만 통계적 혹은 추상적 원칙으로부터 구체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이 책은 사회과학의 원리를 이용해서 일상사를 다룬다. 이를 통해 구체적 사건에서 일반 원칙을 도출하고 추상적 원칙을 평범한 일상에 적용하여 수많은 일상의 경험을 한 차원 더 깊게 이해하려고 한다.
사실 이 책은 사회과학 연습 문제 풀이에 가깝다. 연습을 통해 책 속의 개념과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 때 지식은 비로소 살아 있는 지식이 되고 우리는 지식을 넘어 지혜를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연습을 시작해야 할까? 저자는 연애와 사랑, 부부 싸움, 술자리, 지하철 자리 앉기, ‘포샵질’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문제들을 의도적으로 다룬다. 하지만 가볍다고 느껴지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적 분석은 오히려 독자를 놀라게 하고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실용성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큐레이터가 설명해 주면 그림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고 요리 연구가와 함께 장을 보면 식재료 하나하나가 이야깃거리가 되듯이 사회과학에 비추어 일상을 재조명하면 무미건조한 경험에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Contents
시작하며
1 사랑이 제일 쉬웠어요
선점하라/기대와 가능성의 희비쌍곡선/연인관계의 시작, 양인지/고통과 사랑의 비례 원칙/믿음의 함정/기대 수준을 조정하라
2 싸움의 고수
오만과 지피지기/지금 당장 구속하라! 당신 자신을/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에 날개를 편다/선수의 기술, 잠수를 타다/프레임의 힘: 착각과 배신
3 대학탐구생활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공유지의 비극/교양 수업이 어려운 이유/친구와 연인/질문 있습니다/학점 제한, 자기 결박의 기술/청강, 공공재의 너그러움/대학교에 없는 왕따/내재적 동기와 군자
4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만장일치제에서 매력의 위험/교수 되기 전략: 신비주의/키 작은 엘리트에서 나타나는 경로 의존성/승자 독식과 새옹지마/달마는 동쪽으로, 청춘은 어디로/인식 편향에 따른 직업 선택의 원칙/그래도 멋진 사람이 되자: 중용의 멋
5 생활의 발견
비교쟁이, 따라쟁이/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지하철 자리 앉기와 음모론/사람을 믿어라, 그래도 차 문은 닫고 다녀라/포토샵과 김영란법/선별의 지혜/선물의 기술/가끔은 거울을 보자
마치며
후주
용어 해설
참고문헌
Author
한병진
여전히 정치가 사회의 근본 문제이자 해결책이라 믿는 정치학자이다. ‘독재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자비한 독재자는 왜 침상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정치적인 것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회과학 모델과 이론을 통섭, 종합할 때 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등 주요 사회과학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러시아의 옐친과 푸틴의 시장개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빈곤의 정치경제, 사회주의 시장개혁, 독재정권의 내구성, 혁명 등 정치 변동의 양상 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광장의 법칙: 머리띠 두르고 백전백승을 거두는 정치의 기술』(2019), 『나는 네가 어제 한 행동을 알고 있다: 행동과학으로 눈치채는 인간의 속사정』(2018)이 있다.?
여전히 정치가 사회의 근본 문제이자 해결책이라 믿는 정치학자이다. ‘독재 권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자비한 독재자는 왜 침상에서 편안히 죽음을 맞이하는가?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정치적인 것들의 특징은 무엇인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에 대해서는 다수의 사회과학 모델과 이론을 통섭, 종합할 때 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등 주요 사회과학 분야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버펄로 뉴욕주립대학교에서 러시아의 옐친과 푸틴의 시장개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빈곤의 정치경제, 사회주의 시장개혁, 독재정권의 내구성, 혁명 등 정치 변동의 양상 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광장의 법칙: 머리띠 두르고 백전백승을 거두는 정치의 기술』(2019), 『나는 네가 어제 한 행동을 알고 있다: 행동과학으로 눈치채는 인간의 속사정』(2018)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