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나무를 심다

조선 최고의 ‘식목왕’, 정조의 특별한 생애를 최초로 밝힌다

해마다 4월 5일 식목일이 되면 전국적으로 나무심기 행사로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나무 한 그루 심어야겠다며 산과 들을 찾은 사람들도 있었고, 헐벗은 산에 심은 묘목을 보며 울창한 숲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광복 이후 식목일을 70번이나 맞이하면서, 식목일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기념일이 되어버렸다. 나무를 심으며 숲을 키워내야 할 식목일이 고사목처럼 말라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 산림자원학 박사 김은경 저자가 《조선왕조실록》과 《일성록》 등 고문서를 파고들며 조선 제22대 임금 정조의 나무 심은 기록을 추적한 이 책을 통해, ‘식목왕(植木王)’ 정조의 생애와 나무심기의 의미를 되새겨보려 한다. 저자는 2부 15장의 꼭지를 통해, 궁궐과 왕릉을 비롯해 나라 전역에 1,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던 정조의 나무심기를 치열하게 추적했다.

저자가 발굴한 기록을 보면, 조선의 중흥을 이끈 정조가 나무심기를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했음을 알 수 있다. 정조가 정리한 기록에는, 나무를 심었던 백성들의 이름과 이들이 일한 기간, 이들에게 지불한 품삯에 대한 정보가 남아있다. 또한 고을 사또와 아전들, 나무를 심었던 군인들, 나무 심는 일을 감독했던 관리들의 이름까지 드러난다. 정조는 나무를 심고 난 뒤에는 반드시 시상을 했으며, 이들에게 시상한 내역을 기록했다. 이때 심은 나무의 종류와 수량, 나무를 캐어 온 곳과 캐어온 사람, 운반한 사람들에 대한 기록까지 남아있다.

《다산시문집》 제14권에 나타난 정조의 말을 빌리면, “7년 동안 8읍(邑)에 나무 심은 것과 관련된 문서를 수레에 실으니 소가 땀을 흘릴 정도로 많구나.”라고 할 정도로 정조는 나무를 많이 심었다. 저자는 정조의 나무심기가 아버지 사도세자(장헌세자, 장조)를 향한 효심(孝心)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렇게 출발한 왕릉의 나무심기가 결국 백성의 미래를 준비하는 임금이자 어버이로서의 나무심기로 이어졌다고 보았다. 즉위한 시점부터 승하할 때까지 나무심기에 매진했던 정조의 생애를 들여다보며, 저자는 정조가 느티나무·소나무·버드나무·뽕나무·오얏나무 등을 특별한 장소에 심었던 까닭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