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불교이야기는 ‘옛날에 일반인의 능력을 훨씬 넘어서는 위대한 스님이 있었고, 그가 기적을 이루었다’라는 식으로 전개되었으며 신도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근거로도 이용되기도 한다. 오늘날에도 성철스님, 법정스님 등 큰스님의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스토리의 전개방식은 과거의 신화적 전개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러한 위대한 위인들의 이야기가 정말로 존재했었고 불교를 설명하는데 올바른 방식일 수도 있다.
이번에 『하늘돌에 새긴 사랑』을 낸 소설가 아닌 조각가 도학회는 전혀 다른 ‘위인’을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의 경외하는 위인이 아니라 지금, 일상적인 사람들을 위인으로 만들고 있다.『하늘돌에 새긴 사랑』 에서도 작가는 과거의 부석사 창건설화와 관련한 ‘의상대사와 선묘낭자’를 이야기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 주인공 금정과 유향을 위대하거나 초월적인 캐릭터로 만들지 않고 ‘일상의 스님과 여인’이 겪을 수 있는 일상적인 사랑과 갈등을 통하여 독자가 일상의 사고 속에서 깨달음을 생각하게 하는 담담하지만 마음 한 곳을 전율케 하는 소설이다. 뿐만 아니라 금정과 유향의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사랑의 기쁨과 고통을 겪고 나서, 여자는 일상 속의 한 여인으로 성숙하고, 남자는 깨달음의 세계로 돌아가 만인에게 사랑을, 자비를 베푸는 스님으로 거듭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