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큰글자책)

다정한 문장으로 담아낸 흡족한 인생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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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402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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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4/05/28
Pages/Weight/Size 210*290*20mm
ISBN 9791194021056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먹으면 뭐라도 한 줄 쓸 거리가 생기니까.”
여행과 음식을 통한 인생의 긍정

작가는 20년 이상 여행작가로 살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낭만적인 직업이지만 현실은 고단하다. 무거운 장비를 메고 낯선 곳을 헤매야 하고 이상한 음식도 먹어야 한다. 에티오피아 여행 중에는 호수에서 잡은 민물회를 먹어야 하는 일도 생긴다. 절대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지만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한다. 그게 그의 일이니까. 그는 가방 속에 아스피린을 비롯해 각종 약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민물회를 삼킨다.

“아와사(Hawasa)에는 차모 호수(Chamo Lake)라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 가이드 데스(Dess)는 이른 아침부터 나를 깨워서는 호숫가에서 열리는 어시장으로 데려갔다. 시끌벅적한 어시장 풍경을 기대했지만 나를 반긴 건 쓰레기 가득한 호숫가 풍경이었다. 호숫가에는 생선 난전이 펼쳐져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자 비린내와 하수도 냄새가 훅 끼쳐왔다. 사진을 찍으러 가다가 진창에 발이 빠졌는데, 그날 밤 신발을 버려야 했다. 악취 때문에 도저히 신발을 방 안에 둘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시장 한쪽에 자리한 간이식당에서는 그 호수에서 잡은 생선을 회로 뜨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 도마 위에는 생선 비늘이 잔뜩 흩어져 있었다. 요리사는 손바닥을 청바지에 문질러가며 생선의 비늘을 벗겼다. “아디스아바바에서는 회를 못 먹어. 로 피쉬(raw fish)는 이곳만의 별미지.” 데스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나는 그가 이 말을 하며 침을 삼키는 것도 보았다. 이 자식, 설마 나한테 이걸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하는 짐작은 언제나 현실이 된다. 데스는 접시 위에 담긴 회를 내 앞으로 가지고 왔다. 소스도 있었다. “이건 뭐야?” 내가 물었다. “핫 소스야. 찍어 먹으면 더 맛있어. 먹어봐.” 데스는 커다란 회 한 점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아와사 시청 관계자, 시장 현지 안내인, 나와 함께 온 여행사 직원, 드라이버 등 모두가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0.1초 정도 망설였지만 먹기로 했다. 트렁크에 배탈약과 설사약, 아스피린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눈을 감고 입을 벌리자 뭔가 물컹하고 비린내로 가득하면서도 매운 것이 혀 위에 올려졌다. 에라 모르겠다. 대충 몇 번 씹고는 꿀꺽 삼켰다.” (본문 182~183쪽)

인도 어느 오지에서는 애벌레를 먹는다. 살아서 꿈틀대는 애벌레를 차마 씹지 못하고 꿀꺽 삼키지만, 애벌레는 그의 목에 걸린다. 다시 한번 목구멍에 힘을 주고 꿀꺽. 애벌레는 그의 식도를 따라 천천히 내려간다.

그는 왜 이토록 고난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하는 것마저도 포기해버린다. 고민한다고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여행을 왔기 때문에 여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벌레를 먹어야 한다면 그냥 먹어버리는 게 편한 것이다.
Contents
최갑수 | 엮은이의 말 _ 돈과 나와 일, 그 사이를 헤쳐가는 당신을 위한 유용한 지도 그리고 응원 · 5
이원지 | 여행 유튜버 _ 지금 내가 소비하고 있는 것이 나의 미래다 · 10
케이채 | 사진가 _ 나는 부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 30
남형석 | MBC 기자 _ 의무와 직업 사이에서 · 48
김의성 | 배우 _ 내가 돈을 많이 받고 싶은 이유 · 64
이연 | 드로잉 에세이스트 · 디자이너 _ 예술가로 살아남기 · 78
오은 | 시인 _ 있다가도 없는, 잊다가도 있는 · 96
정우성 | 작가 · 콘텐츠 크리에이터 _ 베이루트와 도쿄, 사무이 섬의 현자들이 알려준 것들 · 112
레이먼 킴 | 요리사 _ 돈과 꿈은 같은 높이에 있다 · 130
김중혁 | 소설가 _ 돈과 재미, 그 기울기 또는 균형에 관하여 · 150
구선아 | 작가 · ‘책방연희’ 운영자 _ 나에겐 낭만적인 돈벌이 · 170
허태우 | 에디터 · 디렉터 · 발행인 _ 일희일비, 잡지라는 ‘희’와 비즈니스라는 ‘비’ 사이에서 · 188
박찬일 | 요리사 · 음식칼럼니스트 _ 돈은 지독한 사람에게 간다 · 202
김광혁 | 작가 · 디자이너 · 문화해설가 _ 일은 돈을 담는 항아리 · 218
Author
최갑수
작가이자 프리 워커.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작가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여행보다 우리의 인생을 더 기쁘게 하고 사랑을 더 찬란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래서 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번 생이 다행스럽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20년 동안 여행기자와 여행작가로 일하며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세계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론리 플래닛], [더 트래블러], [트래비] 등 신문과 잡지에 여행 칼럼을 썼다. 지금도 각종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많은 책을 썼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의 에세이를 펴냈다. 모두 여행에 관한 혹은 생에 관한 책들이다. 국내 여행에 관한 책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행지 50곳을 소개한 『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이 있다. 『문학동네』 에 시 「밀물여인숙」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으로 『단 한 번의 여행』을 펴냈다.
일과 삶을 성장시키는 에세이'라는 주제로 뉴스레터 [얼론 앤 어라운드alone&around]를 발행하고 있다. 유튜브, 뉴스레터 서비스,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출판사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며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고 있다.
사진전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2015)와 ‘밤의 공항에서’(2019)를 열었다.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담아낸 그의 사진은 꿈처럼 몽환적이고 안개처럼 낭만적이다.
작가이자 프리 워커. 한국을 대표하는 여행 작가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여행을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다니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다. 여행보다 우리의 인생을 더 기쁘게 하고 사랑을 더 찬란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래서 여행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이번 생이 다행스럽고 행복하다고 여긴다. 20년 동안 여행기자와 여행작가로 일하며 [조선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세계일보], [서울신문], [한국경제신문], [매일경제신문], [론리 플래닛], [더 트래블러], [트래비] 등 신문과 잡지에 여행 칼럼을 썼다. 지금도 각종 매체에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많은 책을 썼다.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등의 에세이를 펴냈다. 모두 여행에 관한 혹은 생에 관한 책들이다. 국내 여행에 관한 책으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여행지 50곳을 소개한 『하루 여행 하루 더 여행』이 있다. 『문학동네』 에 시 「밀물여인숙」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으로 『단 한 번의 여행』을 펴냈다.
일과 삶을 성장시키는 에세이'라는 주제로 뉴스레터 [얼론 앤 어라운드alone&around]를 발행하고 있다. 유튜브, 뉴스레터 서비스,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출판사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운영하며 프로젝트를 기획, 실행하고 있다.
사진전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2015)와 ‘밤의 공항에서’(2019)를 열었다.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담아낸 그의 사진은 꿈처럼 몽환적이고 안개처럼 낭만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