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넘치는 상상력으로 SF와 실제를 넘나드는 소설가 심너울이
철저히 ‘1인칭 전업작가’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각자도생의 현실
상상에서 출발했으면서도 무엇보다 현실을 잘 반영한 이야기로 한국 SF 독자뿐 아니라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 심너울의 에세이 《일인칭 전업작가 시점―각자도생의 시대에서 글쟁이로 살아남는 법》이 출간되었다. 2021년에 나온 첫 에세이에 이어 3년 만에 출간되는 심너울의 두 번째 에세이로, 이 책에서 저자는 2018년 소설가의 길에 들어선 이후 전업작가로 살면서 어쩔 수 없이 깨닫게 된 좋거나 나쁜 사실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는다.
일단, 작가란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글을 쓰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소설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또 그중에서도 좋은 작가/소설가는 “독자의 세상을 침범하고 그 세상을 헤집어서, 독자가 이전에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92쪽)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어쨌든 먹고살긴 해야 할 것 아닌가?”(16쪽)
소설가 심너울이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전업작가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다. “작가라는 존재는 자본주의 신용 사회에서 투명인간이나 다름없다.”(31쪽) 작가는 대출을 받기도 힘들고, 원고료로만 생계를 잇기는 턱도 없으며,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인세로 먹고살기도 힘들다. 뇌가 작동하는 몸과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혹은 필기도구만 있으면) 글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 비해 마진은 높지만, 애초에 책은 생산량 자체가 적다. 책은 5,000부만 팔려도 성공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만약 어떤 제과회사에서 생산한 초콜릿이 전국에서 5,000개 팔리는 데 그쳤다면 그 제품은 틀림없이 실패작일 것이다.
“작가 일이라는 건 몇 개월 운이 좋다고 해서 평생 전업으로 삼을만한 일이 아니”(17쪽)라고 말하면서도 저자는 글쟁이로, 매문(賣文)으로 먹고살고자 한다. 왜냐는 물음에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그 질문에는 결국 ‘당신은 왜 맨날 길길이 뛰고 욕을 하면서까지 야구를 챙겨 보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똑같은 말을 할 수밖에 없다.”(18쪽)
2018년 처음 쓴 단편소설이 공모전에서 당선되고 뇌가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도박 중독자의 뇌와 같이 강렬히 맥동”하는 것을 느낀 저자는 “‘1년만 전업작가로 살아보고 망하면 그냥 딴 일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6년째 이 일”(이상 17쪽)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 그대로 슬슬 위기감에 잠식되고 있으며, 몇 년 뒤에는 본가로 돌아가 아버지처럼 횟집을 운영하거나 외조부가 하셨던 조개 양식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도 그럴 것이, 전업작가로 먹고살자 마음먹은 뒤로 매년 어느 문학상 수상 상금을 받는 것을 가정하고 소비 계획을 짜지만 아직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년 〈젊은작가상〉이나 〈이상문학상〉 등 거대한 상의 수상 상금을 받는 것을 가정하고 소비 계획을 짜는데 6년 동안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 〈SF 어워드 대상〉을 받긴 했는데 이는 장르문학에 한정된 상이고 상금도 없었다. 내가 수상한 바로 다음 해부터 상금을 주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몹시 슬펐던 기억이 난다.(‘서장_자기소개서: 작가’에서)
이 책은 전업작가로 먹고살고자 하는 한 젊은 소설가의 솔직하다 못해 조금 발칙하게까지 느껴지는 고백이다.
Contents
서문. 자기소개서: 작가
짧게 말하는 심너울의 역사
나는 왜 광기에 보수적일까?
(슬프게도) 나는 글만 쓰는 사람이 아니야
내가 보기에 나는 SF 작가다
1장. 존재 가능한 세계관의 다양성
존재 가능한 세계관의 다양성
내가 나에게 간절히 해주고 싶은 이야기
평면적인 존재를 추구하는 다면적인 존재
편견에 도전하기
선과 악의 문제
아마도……
2장. 세계를 바라보는 렌즈: 예술에서의 형식에 대하여
제목 쓰는 법
자신 있게 말하기
사건 vs 관계
서사예술의 선구자
3장. 세상 이해하는 척하기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자
인공지능으로 진짜진짜 돈 버는 법
인터넷에서 글 쓰고 살아남기
증정본의 문제
출판 시장 CPR하기, 아니 부활시키기? 아니 탄생시키기?
평가에 익숙해지기
최저원고료!
자가출판을 하기 전에
아무도 미래를 볼 수 없으니, 우리 점이나 볼까?
사람들은 왜 야구를 좋아하는가
4장. 타인의 천국
운명과 자유의지: 〈오이디푸스 왕〉
세상은 조잡한 허구에 의해 분쇄된다: 〈틀뢴, 우크바르, 오르비스 테르티우스〉
작품이 가장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인간을 흔드는 법: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게임만이 가능한 이야기의 방식: 〈다크 소울〉
자폐스펙트럼과 이야기: 〈던전밥〉
외계인 체스에 다양성 입히기: 〈엑스컴: 키메라 스쿼드〉
단편을 더 잘 쓰는 작가: 〈안녕, 에리〉
회고: 《갈아만든 천국》(2024)
종장. 오징어가 흉년이면 뭐 고등어는 풍년이겠지?
Author
심너울
1994년 마산에서 태어났고, 서강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2018년 서교예술실험센터 ‘같이, 가치’ 프로젝트에서 단편소설 〈정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중편소설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장편소설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산문집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가 있다.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년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 토리코믹스어워드를 수상했다.
1994년 마산에서 태어났고, 서강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2018년 서교예술실험센터 ‘같이, 가치’ 프로젝트에서 단편소설 〈정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꿈만 꾸는 게 더 나았어요』, 중편소설 『이런, 우리 엄마가 우주선을 유괴했어요』, 장편소설 『우리가 오르지 못할 방주』, 산문집 『오늘은 또 무슨 헛소리를 써볼까』가 있다. 〈세상을 끝내는 데 필요한 점프의 횟수〉로 2019년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과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안 필름 마켓 토리코믹스어워드를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