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몸짓’이던 공대 자퇴생, 무작정 들어선 낯선 세계에서 모양과 향을 갖춘 ‘꽃’이 되다!
충동을 모험으로 바꾸고, 온갖 난관을 소중한 추억으로 만들어 낸 마력 같은 이야기
일의 영역에서 삶을 성찰하는 에세이 시리즈 ‘일하는 사람’의 열일곱 번째 책은 꽃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플로리스트의 일상을 담았다. 저자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공대에 다니다가 학업을 스스로 그만두고 플로리스트가 되어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다. 인생의 방향이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달라졌기에, 또한 그때까지의 삶에서 플로리스트를 꿈꿀만한 경험이나 영향을 준 지인조차 없던 탓에 그의 이력을 알게 된 주변인들에게 저자는 “왜 플로리스트가 되었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운명 같은 서사를 기대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항상 진심을 담아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77쪽) 그는 일과 삶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쏟아낸다. “진지하고 단단한 다짐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수 있는 태도가 직업인을 길러내는 것 같다”(78쪽)고.
이 책에는 이토록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플로리스트의 흥미롭고 따스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군복무 중인 말년 병장 시절 휴가를 나왔다가 무턱대고 동네 꽃집에 들어가 일자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플로리스트의 세계에 들어선 저자는 몇 개월 뒤 더 많은 역량을 기르고 더 높은 도약을 꿈꾸며 영국 플라워 학교로 연수를 떠난다. 갑작스럽게 대학을 자퇴하고 진로를 바꾼 일이나 연고도 없는 영국에서 유학을 감행한 일은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충동적이고 돌발적인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저자의 행동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되고 결말을 짐작할 수 없는 엉뚱한 모험에 응원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새로운 환경에서 부딪치는 뜻밖의 난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려는 저자의 태도와 변하는 시대와 낯선 사람들 틈에서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자세 덕분이다.
저자는 직업인으로서의 삶 또한 자신의 삶의 영역이라는 점을, 일은 단순한 경제적 활동이 아닌 자신의 삶을 더 넓은 차원으로 확장해 주는 소중한 수단이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일깨워 준다.
Contents
프롤로그 … 6
1장. 사람을 보아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
꽃과 현실 사이의 세계 … 15
시간을 달리는 꽃길 … 22
디지털 기기가 무용해지는 한밤의 향연 … 30
‘플랜B’는 언제나 필수 … 37
사실은 모두가 꽃 같은 존재 … 45
사람을 이해해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 … 53
가끔은 꽃 이름을 묻지 않기로 해요 … 62
2장. 누구에게나 씨앗이었던 시절이 있다
어쩌다 해야 제맛! … 71
열흘 동안만 붉은 꽃을 틔워도 괜찮다 … 79
열 사람은 열 송이 꽃 … 86
런던의 외노자 플로리스트 … 93
공짜 꽃으로 인사 건네기 … 102
새벽 설렁탕에 소주 한잔으로 빚어낸 거름 … 109
화이트데이의 악몽 … 117
3장. 기쁨도, 절망도 꽃에서 피고 꽃으로 지는 운명
외발 자전거 위의 플로리스트 … 129
꽃으로 피우는 인생 … 137
소리 없는 아우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 143
꽃 선물의 묘미는 ‘내돈내산’ … 151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쁨과 슬픔 … 159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서 꽃을 만지고 있을 거다 … 167
웨딩 전문 플로리스트의 좌충우돌 결혼식 … 175
4장. 꽃도, 직업도 리폼이 가능하다
마음속의 잔금을 버티고 사는 사람들 … 185
이토록 고단하고 짜릿한 출장 중독 … 195
35년 묵은 엄마의 신묘한 예지몽 … 204
직업도 수선이 된다 … 212
향기로 남은 아버지와 나 … 222
스스로 벌거벗은 플로리스트 … 228
우리는 죽기 전까지 계속 피었다 지는 현재를 살아간다 … 235
에필로그 … 242
Author
이윤철
적성에 전혀 맞지 않은 공대(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플로리스트였다. 그때까지 꽃과는 전혀 접점 없이 살아왔지만, 그 생뚱맞은 결정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무작정 ‘꽃(으로 향하는) 길’에 발을 디뎠다.
작은 꽃집의 신입직원으로 시작해서, 영국의 플라워 스쿨의 연수를 거쳐 런던의 여러 플라워 업체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 귀국 후 30대 중반까지 대형 호텔, 백화점 디스플레이 담당업체, 웨딩홀 등에서 일했고 현재는 웨딩 분야의 전문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알레르기는 물론 ‘테니스엘보’와 ‘골프 엘보’ 등 질환은 기본으로, 한때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질병을 달고 살기도 했다. 이 세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도, 사랑을 이루고 가정을 꾸리게 된 것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모두 꽃 덕분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번 생에서는 꽃과의 질긴 인연을 죽을 때까지 즐겨볼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적성에 전혀 맞지 않은 공대(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하고 나서야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떠올린 것이 플로리스트였다. 그때까지 꽃과는 전혀 접점 없이 살아왔지만, 그 생뚱맞은 결정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무작정 ‘꽃(으로 향하는) 길’에 발을 디뎠다.
작은 꽃집의 신입직원으로 시작해서, 영국의 플라워 스쿨의 연수를 거쳐 런던의 여러 플라워 업체에서 2년 가까이 일했다. 귀국 후 30대 중반까지 대형 호텔, 백화점 디스플레이 담당업체, 웨딩홀 등에서 일했고 현재는 웨딩 분야의 전문 플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알레르기는 물론 ‘테니스엘보’와 ‘골프 엘보’ 등 질환은 기본으로, 한때 공황장애라는 마음의 질병을 달고 살기도 했다. 이 세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방법도, 사랑을 이루고 가정을 꾸리게 된 것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도 모두 꽃 덕분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번 생에서는 꽃과의 질긴 인연을 죽을 때까지 즐겨볼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