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환자를 살리고 싶어서 손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다. 삶과 죽음이 상존하는 병실 안 시시각각 조여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힘겹게 투병하고 있는 환자들을 돌보다 보면, 의사 역시 매 순간을 날선 긴장 속에서 살아가게 된다. 그러면서도 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한 육신과 영적 고통의 완화와 편안한 임종이라는 대의 앞에서 상황이나 시간에 관계없이, 거부하거나 회피하거나 해태할 수도 없이, 오직 필요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절대 책임만을 지고 가야 한다.
의사는 환자에게 공감할 줄 알아야 하지만, 반대로 환자의 감정에 휘둘려서는 안 되기에 언뜻 차갑고 냉정해 보일 때가 많다. 그러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서 있는 환자들을 놓칠 수 없기에 의사들은 오늘도 외로운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런 의사들의 마음속에도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유방암으로 수술받는 50대 여자 환자가 ‘멸공의 횃불’ 군가를 불렀던 순간, 25주의 초미숙아로 집에서 태어난 아기가 구급차로 실려 왔던 순간 그리고 환자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순간들까지……. 《유방암 환자의 군가》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끝까지 끌어안았던 환자들을 기억하며 의사들이 기록한 42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의료계의 신춘문예라고 불리는 한미수필문학상 여덟 번째 작품집을 통해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들의 진심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환자는 폭풍우를 지나고 있구나. 이 환자의 죽음으로 가는 길에 내가 우산이 되어주어야겠다.’ (p.225)
Contents
제1장 벼랑 끝에 서서
미워도 다시 한번 · 정진형
아기가 향수를 먹었어요 · 유은혜
심장이 뛴다 · 유새빛
애기, 엄마 · 이수영
폐경 유감有感 · 박천숙
확률과 선택 · 조동현
각자의 파란만장 · 이동준
벼랑 끝에 서서 · 박관석
제2장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
마지막 재회 · 이도홍
거북이의 눈물 · 채명석
마지막 소원 · 박관석
사망진단서 · 문윤수
운명의 무게, 430g · 허지만
언제든, 어디에서든 · 우샛별
창밖에 핀 여름꽃은 당신인가요? · 안상현
평안입니다 · 강준원
제3장 당신이 하루 더 살 수만 있다면
유방암 환자의 군가 · 최상림
뽀뽀를 하재요 · 김기경
회색, 그 모호한 경계에 대하여 · 한언철
엄마의 눈물 · 이수영
철을 깎는 파도 · 이진환
우리들의 블루스 · 구본대
말 한마디의 무게 · 정다정
밤 인사 · 박지욱
Que Sera, Sera케세라세라 · 장준호
제4장 내 삶의 하루를 나누어드립니다
법으로 막을 수 없는 것 · 최세훈
어떤 인연 · 이영준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기적, 뇌사자 장기기증 · 박성광
의사 생활하면서 정신이 번쩍 든 순간 · 유정주
불확실성 견디기 · 김준기
한 뼘의 벽을 사이에 두고 · 이한준
죽음을 맞이하는 의사라는 직업 · 김연수
제5장 다시 환자 곁으로
내 어린 고양이 유자 · 박진선
국경 없는 마을 · 유인철
평양 일기 · 김창근
반찬통과 테트리스 · 성혜윤
철심鐵心 의사 분투기 · 문성호
구멍 뚫린 날 · 박희철
수술방의 온도 · 박천숙
그녀의 신발 · 유새빛
이번엔, 제 차례입니다 · 박미희
너의 가족이 되어줄게 · 이신애
한미수필문학상 심사평 & 소개
· 제21회 한미수필문학상 심사평
· 제22회 한미수필문학상 심사평
· 제23회 한미수필문학상 심사평
· 심사위원 소개
· 한미수필문학상 제정 취지 및 선정 방법
· 수상작
Author
정진형,최상림,최세훈
내과 전문의. 전공의 생활 도중 제23회 한미수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작가로 등단하였다. 무작정 꿈이 큰 편이며, 하고 싶은 게 많고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막연하게나마 마음속에 정해 둔 목표를 잊지 않고 살다 보면,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요즘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
내과 전문의. 전공의 생활 도중 제23회 한미수필 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작가로 등단하였다. 무작정 꿈이 큰 편이며, 하고 싶은 게 많고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막연하게나마 마음속에 정해 둔 목표를 잊지 않고 살다 보면,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믿고 있다. 요즘은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