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일 때 10시를 가리키는 믿을 수 없는 시계를 생각해 보세요.
남자들은 바로 그런 존재라고요.”
“당신은 역사가들이 말하는 남녀 이야기를 사실이라고 믿는 거예요?
이런 역사는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는 남자들에 의해 씌어졌다는 걸 기억하세요.
어쩌다 실수로 사실을 말해버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죠.”
- 모데라타 폰테(Moderata Fonte)의 『여성의 진가』 중에서
위의 말들은 여성 모임에서 주고받는 농담의 일부일 뿐이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는 남성의 상대적 찬반양론, 여성을 유혹하는 작업 선수들, 음담패설, 연약한 남성성에 대한 이중 잣대 등 다양한 사례이다.
그러나 이 대화는 모순적이게도 낡은 동네 술집에 기대앉은 21세기의 남성 혐오자들이 아니라 16세기 점잖은 베네치아의 가든파티에 참석한 다양한 기혼녀, 과부, 미혼녀, 약혼녀 등 16세기 여성들 사이에서 펼쳐진다.
『여성의 진가』가 흥미로운 이유는, 16세기 이탈리아 여인들이 나누는 대화가 오늘날 21세기 한국 여성들이 SNS 대화방에서 나누는 대화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데 있다. 결혼에 대한 독설, 보상받지 못하는 여성의 헌신, 불온한 사회제도 등에 대한 16세기 여인들의 성토는, 현대의 페미니즘 관점에서 바라볼 때도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읽힌다. 16세기 이탈리아 여인들은 자기들이 너무 오랫동안 입 닥치고 살아왔으며, 그럴수록 더 고약한 것만 침묵의 대가로 주어졌다고 성토한다.
1980년대 전까지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던 모데라타 폰테의 1592년 대화록 『여성의 진가』는 오늘날 초기 페미니스트 사상이 담긴 훌륭한 고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위트 넘치고 도전적이고 실감나게 씌어진 『여성의 진가』는 여성의 지위에 대한 놀랄 만큼 독창적인 담론으로서 뿐만 아니라, 중요한 문학작품으로서 평가된다.
지은이 모데라타 폰테는 모데스타 포조의 필명이자, 기사 로맨스 『플로리도로(Floridoro)』를 썼던 베네치아의 시인이다. 모데라타 폰테는 역사 혹은 전기에 나오는 일반 베네치아의 여인들과는 다르게 놀랄만한 독창성과 대담성을 보여 준다. 1980년대 전까지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던 모데라타 폰테의 1592년 대화록 『여성의 진가』는 오늘날 초기 페미니즘 사상이 담긴 훌륭한 고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폰테는 『플로리도로(Floridoro)』, 『철학 가면극(philosophical masque)』, 『그리스도의 열정에 대한 운문 서사(verse narrative of Christ’s passion)』 등의 작품을 남겼다.
지은이 모데라타 폰테는 모데스타 포조의 필명이자, 기사 로맨스 『플로리도로(Floridoro)』를 썼던 베네치아의 시인이다. 모데라타 폰테는 역사 혹은 전기에 나오는 일반 베네치아의 여인들과는 다르게 놀랄만한 독창성과 대담성을 보여 준다. 1980년대 전까지 사실상 알려지지 않았던 모데라타 폰테의 1592년 대화록 『여성의 진가』는 오늘날 초기 페미니즘 사상이 담긴 훌륭한 고전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폰테는 『플로리도로(Floridoro)』, 『철학 가면극(philosophical masque)』, 『그리스도의 열정에 대한 운문 서사(verse narrative of Christ’s passion)』 등의 작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