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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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3/04/14
Pages/Weight/Size 145*200*20mm
ISBN 9791192964218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엄마와 나의 평행선은 끝내 만날 수 있을까”
종갓집 전통 고택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어머니와의 갈등과 반목, 화해와 치유의 이야기!


‘산수헌’ 고택에서 종가의 전통 장맛을 이어가며 살고 있는 정순임의 에세이. 4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우복 종가 산수헌(山水軒)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유서 깊은 고택으로, 글쓴이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집이다. 외지에서 한문학 관련 일을 하던 저자는 오십이 되어 종부(宗婦, 종가의 맏며느리)인 어머니로부터 간장, 된장, 고추장, 떡, 조청 등등을 만드는 법을 전수받고 브랜드화 하기 위해 귀향을 결심한다.

상주·안동 지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하, 그 집 딸내미로구먼!” 하던 종갓집이었지만, 지금은 일가를 이루던 친척집들이 사라지고 고즈넉하게 혼자 남아 있다. 이곳에서 글쓴이와 어머니와의 동거는 시작된다. 아버지와 일찍 사별한 후 홀로 오랫동안 집안의 대들보로 살아온 어머니. 가업을 잇겠다는 딸이 미쁘고 대견스러울 것 같기도 하련만, 귀향 초반 두 모녀의 한집살이가 마냥 알콩달콩하고 그러진 않다.

15대에 걸쳐 400년을 내리 한집에서 살아온 가문, 일 년에 열다섯 번 조상 제사를 지내는 종갓집이라고 하면 누구나 짐작하듯이, 봉건적 전통이 대대로 이어져 온 집안이다. 그런 집안의 둘째로, 그것도 딸로 태어난 저자는 일찍부터 차별을 감당해야 했다. 집안에서의 차별은 사랑이 바탕이 되기라도 했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 편입되면서부터 경험하고 목도한 차별은 견디기 힘들었다. 한집안 안에서라면, 그런 딸과 가부장적 전통의 수호자라 할 종가의 종부(宗婦)인 어머니 사이 세계관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일일 테다.

상처는 덧나고 곪아가기만 했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 것일까, 바뀌어 가는 것일까. 이대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저자는 남은 미래를 걸고 가출을 감행한다. 나이 오십에. 제주도 한적한 마을에 거처를 마련하고 어린 시절부터의 일들을 복기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쓰지 않고는 얽히고설킨 매듭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그 실마리를 찾기 전에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을 것만 같아서였다.

가부장제의 상징 같은 고택에서 태어나 자랐고 결국 그곳으로 돌아왔지만, 성차별에 반대하는 대의에는 동감한다. 한편으로는 정말 깨어 있는 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지식하며 차별적인 어머니, 너무 좋지만, 한편으로 너무 밉기도 하다. 이 모순에서 오십 대 여성 정순임은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것은 그 답을 찾는 이야기다. 고택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으로서의 생애사와 감정을 담담하고 다감하게 때론 격렬하게 풀어내고 있다.
Contents
머리글 005

1장 종가집의 둘째, 그리고 딸

밖에선 별당 아씨, 안에선 가시나 . 013
뚝배기보다 장맛 . 016
아버지, 내 첫 번째 남자 . 019
따뜻했던 사람들의 기억 . 022
봄이면 과수원 나가신다 해놓고 . 026
예기치 않았던 일들 . 032
품이 넉넉했던 우천할매 . 035
순하고 선했던 무섬아지매 . 042
삶과 죽음 속에서 나는 자랐다 . 045
겨울에도 놀거리는 많고도 많았다 . 048
나도 출세하면 안 돼? . 052
가면 밝아지고 가면 밝아지고 . 056
우리집을 거쳐 간 사람들 . 059

2장 단지 여자이고 여자였을 뿐

사랑은 원하는 것을 주는 거야 . 065
흘린 눈물이 아깝고 분해서 . 069
나는 괜찮지 않았다 . 075
사랑은 왜 배우지 못했을까 . 080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한 시절 . 084
그건 아내를 못 믿는다는 뜻이지 . 089
결혼에 어울리지 않는 여자 . 092
‘옆집 아줌마’는 무슨 뜻일까 . 096
관습적 피해자 . 100
그 아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105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 109
마녀가 돼도 괜찮아 . 112
여자의 일생 . 117

3장 엄마와 나의 평행선

가자, 가족 품으로 . 123
그 술 내가 마셨냐고요 . 126
콩이 튀고 팥이 튀는 날들 . 129
내 죽거들랑 그때나 울어라! . 134
누가 우리 엄마 좀 말려 주세요 . 140
니가 뭘 안다고! . 143
우리 사이에는 ‘사이’가 필요하다 . 148
다시 시작하는 나이 . 152
세월이 약이 되려면 . 155
사랑 혹은 타령 . 158
어매, 아껴 쓰시게 . 161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이름 . 164
지질하고 짠해서 버리지 못하는 꿈 . 167

4장 모든 길은 가족에 닿는다

트렁크에 상처와 용기를 욱여넣고 . 173
엄마가 버텨낸 시간들 . 178
오십이 넘어 가출이라니 . 182
당신이란 여행지 . 187
사소하고 유치한 슬픔 . 191
오빠야 조금만 기다려 줘 . 194
곧 당신께 돌아가겠습니다 . 199
슬픔이 건네는 말들 . 203
집으로 가는 길 . 207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 211
우리 엄마가 달라졌어요 . 215
있어 줘서 고마워 . 220
나는 나, 우리는 가족 . 225
산수헌의 나날 . 229
Author
정순임
400년을 한 곳에서 살아온 가문, 15대에 걸쳐 봉건적 전통을 이어온 집안의 둘째이면서 딸로서의 삶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 번역일로 밥벌이를 하며 아이들 두 명과 우당탕탕 살았다. 오십에 귀향해 된장 고추장 담그며 산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한 번쯤 으쓱해 보이고 싶었으나, 갱년기를 지나며 돌아보니 보잘것없는 생만 허무하다. 죽음이 삶의 결승점이라면 보잘 것도 좀 챙기고, 허무 대신 충만이랑 많이 친해진 뒤에 왁자지껄 환하게 통과하고 싶다.
400년을 한 곳에서 살아온 가문, 15대에 걸쳐 봉건적 전통을 이어온 집안의 둘째이면서 딸로서의 삶이 만만치 않았다. 대학원에서 한문학을 공부하면서부터 번역일로 밥벌이를 하며 아이들 두 명과 우당탕탕 살았다. 오십에 귀향해 된장 고추장 담그며 산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한 번쯤 으쓱해 보이고 싶었으나, 갱년기를 지나며 돌아보니 보잘것없는 생만 허무하다. 죽음이 삶의 결승점이라면 보잘 것도 좀 챙기고, 허무 대신 충만이랑 많이 친해진 뒤에 왁자지껄 환하게 통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