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인문학자의 미술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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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2/10/05
Pages/Weight/Size 150*210*25mm
ISBN 9791192229126
Categories 인문 > 인문/교양
Description
“그림은 침묵의 시이고, 시는 언어로 표현된 그림이다.”
인문학으로 읽는 루브르의 깊고 장대한 이야기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새로운 미술독법을 제시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가 6년 만에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개정 작업은 ‘작품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에 초점을 두었다. 도판의 크기는 최대한 키우고, 가까운 거리에서 관람할 때만 포착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자 했다. 상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거리를 좁혀야 하듯이, 그림을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폴 들라로슈의 〈젊은 순교자〉는 손이 묶인 채 강물에 던져진 소녀를 몽환적이고 아름답게 그린 작품이다(412쪽). ‘젊음의 희생’을 묘사한 이 그림은, 모두가 지나쳤던 배경의 어둠에 집중하면 다른 해석의 길이 열린다. 소녀의 죽음에 무너져 내린 두 사람이 어스레한 빛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 소녀의 부모로 짐작되는 실루엣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소중한 이를 잃고도 생을 이어가야 하는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책무를 상기하게 된다.

조각은 정면, 후면, 측면 등 여러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을 담았다.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에서 새로운 인상이 발견되듯이, 작품을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지면 감상의 지평이 넓어진다. 〈죽어가는 노예〉는 미켈란젤로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작품이다(154쪽). 그러나 완성도 높은 정면만 봐서는 ‘미완’이라는 데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죽어가는 노예〉는 전후좌우 모습을 모두 담았다. 거친 뒷면과 측면으로 보이는 덜 다듬어진 원숭이 형상을 통해, 우리는 미켈란젤로가 앞에서 뒤쪽 순으로 조각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미술 작품은 예술가가 표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던 것만큼, 읽어내기 위해서는 그만한 정성이 필요하다. 명작의 반열에 오른 작품일수록 그 속엔 신화와 종교, 철학, 역사, 문학, 예술은 물론 인간의 삶까지 담겨 있다. 그림의 침묵을 깨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인문학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서로 맞닿아 있는 관계나 역사·문화적 배경 등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를 ‘콘텍스트(context)’라고 한다. 인문학은 예술 작품의 콘텍스트를 헤아리고 작품과의 소통을 돕는 가장 탁월한 도슨트다.
Contents
개정판 머리말 _ One Step, Un Pas. 한 걸음 더 가까이

Chapter 1. 신화와 종교를 비춘 미술

01. 신화로 읽는 ‘키스’ 이야기 : 프시케를 깨우는 큐피드의 키스 _ 카노바
02. 전염병을 막아 주던 수호성인 : 성 세바스티안 _ 만테냐
03. ‘평화의 신’은 ‘풍요의 신’을 어디로 데려간 걸까? : 풍요를 데리고 가는 평화 _ 비제-르 브룅
04. 세례자 요한의 입가에 모나리자의 미소가! : 세례자 성 요한 _ 다 빈치
05. 신화 속 비련의 아픔을 조각하다 : 디도의 죽음 _ 카이요
06. 성스러움이 결여된 어느 성화 이야기 : 성모의 죽음 _ 카라바조
07. 그림의 이면을 살펴보다 : 안젤리크를 구하는 로저 _ 앵그르
08. 예수의 부활을 그린 ‘빛의 화가’ : 엠마우스의 순례객들 _ 렘브란트
09. 승리의 간절함이 빚어낸 결정체 : 사모트라케의 승리의 여신상 _ 작자 미상
10. 여신은 반드시 아름다워야만 하는가? : 삼미신 _ 크라나흐
11. 세상 어디에서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 아카디아의 목동들 _ 푸생
12. 회개와 용서를 비추는 등불 : 등불 앞의 막달라 마리아 _ (조르주) 라 투르
13. 천사가 차려주는 식탁 : 천사들의 부엌 _ 무리요
14. 물을 술로 만든 예수의 첫 번째 기적 : 카나의 결혼잔치 _ 베로네제
15. 근대 회화의 아버지가 위대한 성인에게 보내는 오마주 : 성흔을 받는 프란치스코 _ 조토
16. 독서와 교육의 상징이 된 예수의 외할머니 : 성 안나와 함께 있는 마리아와 예수 _ 다 빈치

Chapter 2. 역사를 비춘 미술

17. 화가, 저널리스트가 되다 : 키오스 섬에서의 학살 _ 들라크루아
18. 시대의 위선에 맞선 ‘낭만주의’라는 난파선 : 메두사 호의 뗏목 _ 제리코
19. 그림으로 역사와 문학을 읽는다 :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 _ 들라로슈
20. ‘공화’란 무엇인가? :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_ 다비드
21. 혁명의 피를 그만 멈추어라! : 사비니의 여인들 _ 다비드
22. 프랑스 왕실의 치정을 엿보다 :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의 자매 비야르 _ 작자 미상
23. 정복자 교황의 전리품 : 죽어가는 노예 _ 미켈란젤로
24. ‘조각 같은 미모’의 기원 : 안티누스의 흉상 _ 작자 미상
25. 철학자를 닮고 싶었던 어느 로마 황제의 초상 : 하드리아누스의 흉상 _ 작자 미상
26. 권력을 그린 화가 : 아일라우 전투의 나폴레옹 _ 그로
27. 이집트에서 발굴된 죽은 여인의 초상화 : 여인의 초상(유럽 여인) _ 작자 미상
28. ‘정신적 생존권’을 위하여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_ 들라크루아
29. 루브르에서 놓치기 쉬운 ‘숨겨진 명작’ : 체르베테리 부부의 관 _ 작자 미상
30. 권력은 소멸하지만 예술은 영원하다! : 마리 드 메디치의 대관식 _ 루벤스
31. 베르사유 궁전의 동방 여인? : 오달리스크 _ 부셰
32. “찾아라, 발견할 것이다!” : 앙기아리 전투 _ 루벤스
33. 이슬람을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 : 사르다나팔 왕의 죽음 _ 들라크루아

Chapter 3. 예술을 비춘 미술

34. 루브르에서 만난 원숭이 : 원숭이 화가 _ 샤르댕
35. 프랑스 최초의 누드화에 관하여 : 에바 프리마 판도라 _ 쿠쟁
36. 예술과 외설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 전원 합주곡 _ 티치아노
37. 연극을 그림으로 감상하는 묘미 : 두 대의 마차 _ 질로
38. 그림의 2차원성을 극복한 과학원리 : 산 로마노 전투 _ 우첼로
39. 고전 읽어주는 화가 : 시인의 영감 _ 푸생
40.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으로 평가해야 하는가? : 뮤즈의 두상 _ 라파엘로
41. 벽 속에서 발견한 미의 여신들 : 젊은 여인에게 선물을 내놓는 비너스와 삼미신 _ 보티첼리
42. 고정관념에 갇히면 더 이상 예술이 아니다! :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_ 앵그르
43. 스승의 그림자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 두 명의 기증자에게 경배받는 십자가의 예수 _ 엘 그레코
44. 미술이 곧 일상인 삶이란? : 오후 4시의 살롱 _ 비아르
45. 어느 낭만주의자들의 허무했던 사랑 : 쇼팽의 초상화 _ 들라크루아
46. 초현실주의자들이 칭송한 16세기의 ‘위트’ : 봄 _ 아르침볼도
47. 비유와 상징을 읽는 즐거움 : 풍요 _ 부에
48. 세상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허리? : 그랑드 오달리스크 _ 앵그르
49. 그림의 배경까지 감상하는 묘미 : 세례자 요한과 함께 있는 마리아와 예수 _ 라파엘로

Chapter 4. 인간을 비춘 미술

50. 프랑스 사교계 최고 미인의 초상화 : 마담 레카미에 _ 다비드
51.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다 : 도살된 소 _ 렘브란트
52. 초상화에 성모 마리아가 등장한 사연 : 재상 롤랭의 성모상 _ 에이크
53. 루브르의 작품 해설이 불편했던 기억 : 흑인 여인의 초상화 _ 브누아
54. 소중한 순간을 영원히 간직한다는 것 : 노인과 어린 소년의 초상 _ 기를란다요
55. 4500살 먹은 인간 석상을 만나다 : 이집트 서기상 _ 작자 미상
56. 도난당한 〈모나리자〉 자리에 걸렸던 그림 : 발다사르 카스틸리오네의 초상화 _ 라파엘로
57. ‘가족’을 그리다 : 아침식사 _ 부셰
58. 어느 위대한 인문학자의 인생을 그린다는 것 : 글을 쓰는 에라스무스 _ 홀바인 2세
59. 지적으로 보이고 싶었던 한 여인의 초상 : 퐁파두르 후작 부인 _ (모리스) 라 투르
60. ‘광기’에 관하여 : 도박에 미친 여인 _ 제리코
61. ‘죽음’을 조각하다 : 죽음의 알레고리 _ 작자 미상
62.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어 : 몽유병에 걸린 맥베스 부인 _ 푸셀리
63.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여류화가의 자화상 : 마담 비제 -르 브룅과 그녀의 딸 _ 비제-르 브룅
64. 그림에 포착된 인간의 불온한 속성 : 사기꾼 _ (조르주) 라 투르
65. 미술관에 걸린 슬픔 : 젊은 순교자 _ 들라로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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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안현배
예술사학자로서 예술을 사회학 및 역사의 관계 속에서 살피는 ‘예술수업’을 통해 예술을 보다 넓은 콘텍스트 안에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시야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파리1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정치사를 공부했고,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립사회과학고등연구소에서 ‘예술과 정치의 사회학’을 연구했고, 예술사학과 순수예술사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분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다음에 프랑스 국립예술사연구소에서 ‘19세기 후반 프랑스 미술의 다양성과 발전 과정’을 연구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스포츠경향]에 「미술로 보는 인류학」을 연재했고,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를 출간했다.
예술사학자로서 예술을 사회학 및 역사의 관계 속에서 살피는 ‘예술수업’을 통해 예술을 보다 넓은 콘텍스트 안에서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시야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파리1대학교에서 역사학과 정치사를 공부했고, 사회주의와 아나키즘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국립사회과학고등연구소에서 ‘예술과 정치의 사회학’을 연구했고, 예술사학과 순수예술사 분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분야로 박사 과정을 수료한 다음에 프랑스 국립예술사연구소에서 ‘19세기 후반 프랑스 미술의 다양성과 발전 과정’을 연구했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서울대학교, 한국과학기술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스포츠경향]에 「미술로 보는 인류학」을 연재했고,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