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가 오래전 단골 고객이던 분을 만났다. 지성적인 외모가 인상에 남았다. 그 때 그분은 내가 읽고 있던 책에 관심을 보였던 분이라 기억이 새롭다. 가벼운 눈인사 후 “지금도 독서를 하세요?”라고 묻는다. 나는 살짝 망설였지만 조금씩 글을 쓰고 있노라 하였다. 그분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 반갑게 격려와 축하를 해 주셨다. 그분을 지나쳐오면서 내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자문하여 보았다. 돌이켜보면 지금 내가 글을 쓰리라곤 상상하지도 않았다. 학창시절 문학소녀도 아니었고, 여느 문학인들처럼 책 속에 파묻혀 살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수필은 내게 손짓하며 다가왔고 나는 글쓰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그뿐이었다.
나는 작게나마 내일에 열정적이고 바쁘게 뛰어다녔다. 어느 날 우연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니 내 삶이 무엇인가 싶었다. 무인도에 혼자 있는 듯하였다. 불현듯 학생 때 일기 쓰던 기억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방황하던 길에서 집으로 돌아와 지금은 잔잔하고 고요하다.
수필집 『더 늦기 전에』를 펴낸 지 4년이 지났다. 나의 두 번째 수필집을 준비하면서 첫 수필집을 내던 설렘은 떨림과 부끄러움으로 붉어진다. 그런데 어쩌랴, 화려한 옷을 입는다고 내가 다른 사람이 될까. 고슴도치이든 망아지이든 내 모습 그대로 독자에게 다가가리라 한다. 내가 택한 길에서 저 끝까지 걸어가리라 한다. 나의 수필과 함께 울면서 웃으면서 걸어가리라 한다. 그리고 독자 앞에 겸허히 서리라 한다. 언제나 탈고하고 나면 늘 부족하고 모자라다. 부딪치며 몽돌이 되어가듯 후회하면서 무겁게 지고 갈 짐이리라.
Contents
책머리에
1부 어머니
어머니/호박/운수좋은날/소중한 인연/고양이 눈물/아픔은 별이 되어/말을 할때는/법대로 하세요/소확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