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들이 밀려오는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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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4/06/25
Pages/Weight/Size 128*208*20mm
ISBN 9791191897784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시간이 지나가는 곳 사라지는 선율들

[악기들이 밀려오는 해변]은 서영처 시인의 세 번째 신작 시집으로, 「북해」 「털실 고양이」 「눈먼 코끼리를 위한 바흐」 등 45편이 실려 있다.
서영처 시인은 2003년 [문학/판]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피아노 악어] [말뚝에 묶인 피아노] [악기들이 밀려오는 해변], 산문집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의 시대] [예배당 순례] [가만히 듣는다]를 썼다.

서영처 시인은 산문집 [노래의 시대] 프롤로그에서 “모든 감각의 근원은 소리”라고 말한다. 특히 노래는 “마음의 가장 깊숙하고 후미진 곳까지 침투해서 존재의 의미를 확인시킨다”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존재의 의미는 개인적 층위의 단독자적 자리에 제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가 세계와 맺는 공동체적 관계에 의해 유연하게 작동한다. 그렇기에 “노래는 개인의 기억과 추억을 지배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공동체의 기억과 추억을 지배하”며 시대적 맥락을 양식화한다. 이를 내면화한 개인에게 노래 및 음악은 사적 인식의 범주를 넘어서는 공동체적 사유를 야기하고 사회와 세계로 주체의 시선을 넓힐 계기를 제공한다. 시인은 “예술이 주는 환희와 황홀은 인간의 감성과 의식을 변화시키고 보다 확장된 무한한 세계로 인도한다”고 진술함으로써 이에 응답한다. 이는 서영처 시인이 이전 시집 [피아노 악어]와 [말뚝에 묶인 피아노]를 통해 형상화한 세계에 대한 시적 감각의 기원을 짐작하게 하는 유의미한 진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시적 감각은 세 번째 시집 [악기들이 밀려오는 해변]에서도 반복, 재생된다. 그것은 피아노를 전유해 ‘세계의 원리’를 거칠게 형상화한 시 「피아노의 세계, 세계의 원리」에 잘 드러난다. 피아노 건반의 형상을 ‘0’과 ‘1’의 디지털 코드로 환원하며 시작하는 이 시는 이 코드를 “실득실득실실득”과 “공색공색공공색”, “모자모자모모자”로 변주함으로써 얻고 잃음, 허무와 욕망, 파편화된 언어적 질서 등 존재를 둘러싼 세계의 원리를 비교적 간단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접한 우리는 어떤 정동적 동요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음악적 감성과 의식을 통해 “얼어붙은 흰 들판”에서도 “흑백 논쟁”에 매몰되어 있거나 “이해(利害)를 따지”는 세태를 비판하고 소비주의적 사회의 기만적 폭력성이 삶의 배면에 놓여 있음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시인은 “어디로 가는가 파이드로스여”라고 묻는 소크라테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나아가 “아름다움은 두 얼굴을 지닌 것이 아니”라는 전언을 시의 끝에 배치함으로써 ‘0’과 ‘1’의 세계, ‘흰색’과 ‘검은색’이 분리된 것이 아닌 동일한 방식으로 존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지시킨다. ‘실’과 ‘득’, ‘공’과 ‘색’, ‘모’와 ‘자’는 각각 이중적인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나 분리 불가능한 원리로써 작동하고 있음을 분명히 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은 피아노의 음악적 감각을 전유하여 저 바깥의 세계에 공명함으로써 내적 울림을 가능케 하는 데로 이어진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 이병국 시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Contents
시인의 말

지하철역에서 - 9
폭설 - 10
다시 봄, - 11
콘트라베이스 - 12
북해 - 14
라 팔로마 - 16
털실 고양이 - 18
환상수림 - 20
난민 캠프 - 24
여름 음악 캠프 - 25
얼룩말 - 28
수렵도 - 29
도시의 규격 - 30
여배우 - 32
그믐 - 34
경계 - 36
베를린 천사 - 38
아시아의 밤 - 40
이후의 해변 - 41
해변 - 42
삼월 - 44
건기 - 46
필름 - 48
달리의 해변 - 50
종이 피아노 - 52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54
한여름 밤의 숲 - 55
비단길 - 56
가뭄 - 58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헌화 - 60
장미의 세계 - 62
골짜기의 백합 - 64
우리 동네 - 66
장미맨션 - 68
이 어둡고 깊은 우물 - 70
바코드 - 72
나쁜 피 - 73
마술 피리 - 76
그해 가을 - 78
피아노의 세계, 세계의 원리 - 80
이 시간 - 82
Mississippi Blues - 84
아마도 - 86
프레임 - 88
눈먼 코끼리를 위한 바흐 - 89

해설 이병국 시적 공명, 그 수행의 울림 - 91
Author
서영처
대학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며 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계간 『문학/판』에 시 5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피아노 악어』와 『말뚝에 묶인 피아노』, 인문학을 바탕으로 쉽고 편안하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음악 에세이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를 통해 시대정신과 대중의 욕망을 해석한 문화연구서 『노래의 시대』, 유서 깊은 예배당이 간직한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며 삶의 가치를 탐색한 『예배당 순례』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며 국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계간 『문학/판』에 시 5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데뷔했다. 지은 책으로 시집 『피아노 악어』와 『말뚝에 묶인 피아노』, 인문학을 바탕으로 쉽고 편안하게 클래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쓴 음악 에세이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를 통해 시대정신과 대중의 욕망을 해석한 문화연구서 『노래의 시대』, 유서 깊은 예배당이 간직한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며 삶의 가치를 탐색한 『예배당 순례』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