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들지 않는 확진자, 백신 부작용, 변이바이러스, 격리 공간과 치료제 부족, 무엇보다 감염되는 순간 사회적으로 낙인찍혀 사생활이 노출되고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 여기에다 전 세계 환자와 사망자 수가 실시간 공유되는 가운데 각국의 정책과 통제 아래 살아가는 상황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불러일으킨 질병에 대한 공포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러나 여전히 낯선 코로나 시국이 실은 100여 년 전 한국사회에 한센병이 처음 발병했던 상황과 오버랩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체내 세균의 유무로 병을 결정하며 병원균의 전파를 막기 위해 격리 시설과 나병원을 세우고, 국제나회의를 통해 한센병을 세계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며 해결하려던 노력은 오늘과 충분히 닮아 있다.
『질병, 낙인』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센병이 등장한 이후 의학과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치료와 관리에 개입했으며 환자들이 한 사회 내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역사적으로 풀어낸다. 한 사회가 ‘정상성’을 규정한 후, 특정 질병과 환자를 밖으로 밀어내는 과정을 촘촘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과 혐오의 메커니즘을 생각해보게 하기도 한다. 코로나19를 비롯해 앞으로도 예고 없이 찾아올 질병과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면 우리는 먼저 질병을 대하는 태도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 길에 분명 길잡이가 될 것이다.
Contents
책을 열며
1 세균설·인종주의·강제격리
노르웨이 그리고 ‘유전병’에서 ‘전염병’으로 | 식민지의 한센병 | 인종주의와 과학의 결합 | 전 세계에서 가장 혹독한 강제격리국, 일본 | 조선에 들어선 소록도자혜의원
2 식민지 조선과 한센병
늘어나는 부랑 한센병 환자 | 목숨을 끊고 버림받으며 | 살해당하는 여성들 | 문명국의 장애물, 도시의 방해물
3 생존과 치료를 향해
대풍자유의 등장 | 완치와 불치 | 살아남기 위한 조직화 | 나를 소록도로 보내주시오
4 소록도, 절멸의 수용소
죽어서도 나올 수 없는 곳 | 강제노동 속으로 | 죽음의 섬 | 단종수술과 낙태수술 | 스오 마사스에 그리고 이춘상
「전염병예방법」 개정에 대한 오해 |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 | 치료에서 장애 예방 및 재활로 | 격리시설 속 격리시설 | 실험대상이 되는 어린이들
10 음성나환자촌
완치의 의미 | 닭과 돼지를 키우며 모여 사는 사람들 | 한센병을 둘러싼 생명정치 | 벗어날 수 없는 ‘환자’의 굴레 | 음성나환자 단체 설립
11 치료를 향한 전 세계의 노력
유존균과 약제내성균 | 한국의 치료법 발전과 MDT 도입 | 급격하게 줄어든 환자들
12 지금 한센인은 어디에 있는가?
사라지지 않는 낙인과 차별 | 공론화된 한센인 문제 | 「한센인사건법」 제정과 한계 | 소송이 남긴 것들
책을 닫으며
미주
시각자료 출처
역사 속 한센병과 한센인
참고문헌
찾아보기
Author
김재형
전남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한센인의 격리와 낙인?차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함께 쓴 책으로 『절멸과 갱생 사이』,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질병관리의 사회문화사』 등이 있다. 앞으로도 몸과 의료, 낙인과 시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전남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한센인의 격리와 낙인?차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함께 쓴 책으로 『절멸과 갱생 사이』,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질병관리의 사회문화사』 등이 있다. 앞으로도 몸과 의료, 낙인과 시설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