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마리 섬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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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1/12/27
Pages/Weight/Size 145*210*22mm
ISBN 9791190966030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나는 한 마리 섬나비
나비야! 날아라. 바람 속을 사뿐사뿐 날아라.”
지극히 비현실적인 문학과 현실적인 임상 진료실에서
역사와 현실, 양심과 사상을 고뇌하며 쌓아올린 언어의 탑


의사이자 수필가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조영남은 1945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40세에 진도로 귀향하여 외과의로 일하는 한편, 1991년 [월간 수필문학]에 수필을, [현대문예]에 평론을 발표하며 문필활동을 시작하였다. 전남문학상 및 불교문학상을 받았고, 영호남수필 회장, 전남 수필문학회 회장, 전남 문협 부회장, 불교문인협회 중앙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2017년 8월 25일 조영남 수필가가 세상을 떠났고, 2020년 그의 유작 원고가 진도문화원으로 옮겨졌다. 자그마치 25박스였다.

당초 오대양을 유랑하는 마도로스가 꿈이었던 저자가 의사의 길에 들어서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의사란 평생 동안 자신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한 곳 한 자리에 붙들리고 박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일만 반복할 뿐 아니라 오직 생명을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하고 헌신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 기질과 성격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저자가 6세이던 1950년 한국전쟁의 참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겨레피아골 총성 앞에 스러지고 만 할아버지와 아버지, 처참하게 무너진 빈터에서 그동안 헐벗고 주린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길은 오직 사상, 정치, 다른 무엇이나 타인으로부터 간섭을 일체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양심과 자유의지로써 살아갈 수 있는 의사의 길밖에 없었다. 더불어 그 길이 어려운 만큼 고귀하고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기에도 충분했다.

그렇게 의대에 들어선 첫봄, 당시 우리 사회 모든 젊은 꿈들이 꿈꾸는 저 서유럽 화려한 현대문명 사회의 한 시인이 저자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현대문명 사회와 그 현대인들의 모든 병리는 저마다 자신의 마음의 고향을 상실한 데 있다.”라고. 이미 남쪽 고향 섬을 탈출하고 아메리칸 드림의 돛폭을 올렸던 저자는 비로소 병든 자신의 허상을 보았다. 보통 의사들보다 보다 근본적이고 큰 병리를 통찰하는 시인들이야말로 정작 큰 의사들이었다. 그토록 그동안 굳게 믿고 꿈꾸며 사랑한 모든 실상과 허상이 일시에 뒤바뀌는 앞에서 비로소 저자는 그 자신이 스스로 버린 섬과 자신이 다시 보였다고 전한다.

어느 시인의 진단 앞에 다시 태어난 직후 또 큰 의사가 저자에게 다가와 의사의 길을 조용히 귀띔해준다. “보통의사는 몸의 병을 고치고 좀더 나은 의사는 마음의 병을 치유한다. 그러나 정작 그보다 나은 의사는 병든 사회 속으로 뛰어든다.”라고. 당초 의사였던 손문이 왜 삼민주의 혁명의 길에 몸을 바쳤던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본문 ‘소록도 탐방’에서 발췌)

저자는 이제 수술칼날과 언어칼날을 양손에 쥐고 평생 바다하늘을 넘나들었다. 스스로 ‘시골 섬 돌팔이’라 부르며 병원 진료실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밤이면 바람소리 파도소리 사이로 위태롭게 언어의 탑을 쌓았다. 낮시간은 남의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고, 밤시간은 오로지 ‘내’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다. 그 만 번의 밤을 나며 수십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더미. 육신의 생이 다해 날아오른 섬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일지, 비극적인 운명에 몸부림치며 외쳐댄 울음일지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Contents
책을 펴내며

1장 틈새를 슬퍼하고 미워할 이유
새, 날개 그리고 꿈
기젓
틈새
나리의 향수
그루터기
전후생 여인
어머니의 등
여름비
섬에 살리라
비가 새는 지붕
용마람
길과 집 그리고 문

2장 눈을 잃어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
어중금침
피의 울음
별들의 고향
소록도 탐방
두 마리 토끼
눈을 잃은 외과의사
무덤터 진찰실
몽유
존재와 질병

3장 사그라들지 않는 유월의 총성
아버지 초상화
3대 비가조와 나
석장 길
별이 빛나는 밤
분노의 세월
탄피껍질 유월
보배섬 동백꽃 침묵
영원한 아프리카 강물

4장 천년 같은 하룻밤
가시풀꽃 여인
열무김치
설녀와 설하
꽃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준다면
첫사랑, 끝사랑
개여울 갈대밭
데카르트에게
가장 큰 인생 기적

5장 바다비원을 떠도는 유랑자
밤바람 파도소리
자연의 마법
난심
떠나는 마음
하찮은 행복
물리지 않는 것들
매듭 고예술
시골 장터 굿판 광대
너무 행복해서 시(詩)가?
나는 한 마리 섬나비
삶과 꿈의 끝자리
Author
조영남
의사이자 수필가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조영남은 1945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2017년 세상을 떠났다. 전남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40세에 진도로 귀향하여 외과의로 일하는 한편, 1991년 《월간 수필문학》에 수필을, 《현대문예》에 평론을 발표하며 문필 활동을 시작하였다. 전남문학상 및 불교문학상을 받았고, 영호남수필 회장, 전남 수필문학회 회장, 전남 문협 부회장, 불교문인협회 중앙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수필집으로 『적도바다에 들려오는 영혼의 모음』(1991), 『계절풍의 열국들』(1994)이 있다.

저자는 수술칼날과 언어칼날을 양손에 쥐고 평생 바다하늘을 넘나들었다. 스스로 ‘시골 섬 돌팔이’라 부르며 병원 진료실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밤이면 바람소리 파도소리 사이로 위태롭게 언어의 탑을 쌓았다. 낮시간은 남의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고, 밤시간은 오로지 ‘내’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다. 그 만 번의 밤을 나며 수십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더미. 육신의 생이 다해 날아오른 섬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일지, 비극적인 운명에 몸부림치며 외쳐댄 울음일지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이다.
의사이자 수필가이면서 문학평론가인 조영남은 1945년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2017년 세상을 떠났다. 전남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40세에 진도로 귀향하여 외과의로 일하는 한편, 1991년 《월간 수필문학》에 수필을, 《현대문예》에 평론을 발표하며 문필 활동을 시작하였다. 전남문학상 및 불교문학상을 받았고, 영호남수필 회장, 전남 수필문학회 회장, 전남 문협 부회장, 불교문인협회 중앙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수필집으로 『적도바다에 들려오는 영혼의 모음』(1991), 『계절풍의 열국들』(1994)이 있다.

저자는 수술칼날과 언어칼날을 양손에 쥐고 평생 바다하늘을 넘나들었다. 스스로 ‘시골 섬 돌팔이’라 부르며 병원 진료실에서 고향 사람들을 만나고, 밤이면 바람소리 파도소리 사이로 위태롭게 언어의 탑을 쌓았다. 낮시간은 남의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고, 밤시간은 오로지 ‘내’ 생명을 살리는 시간이다. 그 만 번의 밤을 나며 수십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글더미. 육신의 생이 다해 날아오른 섬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일지, 비극적인 운명에 몸부림치며 외쳐댄 울음일지는 읽는 사람 마음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