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풋풋하고 쌉싸래한 연애 이야기(오렌지와 사이다)부터 좋아하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을 뿐인 작가를 공황, 편집증, 폐쇄공포증, 해리장애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로 몰아넣은 사회와 군대의 극단적이고 부조리한 상황들(꽃불1, 2, 3, 4-1), 작가 개인의 정신증의 역사와, 거기서 기인한 상황들(1980.1.26.白鍾敏), 예술가의 일상과 자의식(지렁이), 예술가로서 먹고사는 일의 고단함(웃어라, 너 혼자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눈병) 등을 오직 펜선으로만 집요하게 완성한 흑백만화에 담았다.
작가의 정신증의 기원과 발전 양상, 증상 등을 작품 곳곳에서 엿볼 수 있는데, 작가가 느끼는 사회의 부조리와 분열, 내면의 풍경을 당사자 서사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텍스트다. 백종민 작가는 꾸준한 치료를 병행하며, 자신의 상태를 예술가로서 관찰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증상의 많은 부분을 해소하고 승화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인 만화를 통해 우리는 작가의 내면을 대리 체험할 수 있다. 이상의 「날개」를 오마주한 듯한, 폐허가 된 세상에서 아내에게 생계를 의지하며 벌레를 키우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기형」은 그로테스크한 그림과 서사로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인간성의 본질을 탐구한다.
Contents
원숭이 팔공산
우직한 남자
하늘에 두둥실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꽃불1
꽃불2
꽃불3
꽃불4-1
고양이가 있는 밤
지렁이
돌고래 공주님
두꺼비 왕과 코드피스
맹수들
외로움
기형
나는 태양이다
BUNG BUNG BUNG BUNG
적당한 햇빛과 물 한 컵만 주세요.
오렌지와 사이다
1980.1.26.白鍾敏
웃어라, 너 혼자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눈병
Author
백종민
2000년대~2010년대 새만화책 출판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로, 개인서사를 소재로 삼은 일군의 작가들과는 달리 내면의 이미지를 판타지로 풀어낸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는 정동장애라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작가의 개인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병은 만화 곳곳에 영향을 미쳤고, 이렇게 표현된 만화는 작가의 정신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괴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가득한 작품들이지만 자신의 상상력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얻어낸 서사는 단언컨대 한국만화 역사에 없던 것이다.
지은 책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2008), 개인만화지 『대방랑』 1, 2호(2009), 『기형』(2012), 『맹수들』(대방랑3호/2012), 『외로움』(대방랑4호/2012)이 있다. 그러나 이 책들은 절판되어 지금은 구할 수 없다.
2000년대~2010년대 새만화책 출판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로, 개인서사를 소재로 삼은 일군의 작가들과는 달리 내면의 이미지를 판타지로 풀어낸 독보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이는 정동장애라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작가의 개인사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병은 만화 곳곳에 영향을 미쳤고, 이렇게 표현된 만화는 작가의 정신세계에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괴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가득한 작품들이지만 자신의 상상력을 극한까지 몰아붙여 얻어낸 서사는 단언컨대 한국만화 역사에 없던 것이다.
지은 책으로 『내 마음 깊은 곳의 너』(2008), 개인만화지 『대방랑』 1, 2호(2009), 『기형』(2012), 『맹수들』(대방랑3호/2012), 『외로움』(대방랑4호/2012)이 있다. 그러나 이 책들은 절판되어 지금은 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