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는 동물이나 식물, 혹은 사물을 인격화하여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특히 우화의 대명사인 이솝우화의 풍자는 플롯이 익살맞아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주고, 이솝우화의 교훈은 사건의 결말을 알려주어 독자에게 삶의 길을 안내해준다. 그래서 독자는 이솝우화를 읽으며 즐거움과 유익함을 만날 수 있다. 그게 다일까? 더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곰곰이 꼼꼼히 생각하면 이솝우화가 촉발한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 발견한다. 예컨대, 이 책의 저자는 「꼬리 잘린 여우」 이야기에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의 차이를 따져보고,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이야기에서는 ‘부러움’과 ‘시샘’은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낸다. 또한 저자는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 이야기에서는 ‘아름다움’과 ‘유용함’은 배치되는지를 생각하고, 「야생 당나귀와 집 당나귀」 이야기에서는 ‘자유’와 ‘생존’은 서로를 위협하는 관계인지를 살핀다.
이처럼 저자 김태환 교수는 이솝우화의 여러 이야기에서 다양한 철학적 담론을 발견한다. 비교문학자인 저자 김태환 교수는 이솝우화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고, 그 질문을 논리의 심연으로 쥐고 들어가 스스로 해답을 내놓는다. 그 질문은 이를테면, 인간의 마음은 왜 보이지 않는지, 사랑을 실은 큐피드의 화살은 왜 때때로 죽음에 닿는지, 옷에는 어떤 다양한 용도가 있는지, 우월함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진정으로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인지, 미래를 준비하는 농부와 당장을 선택하는 사냥꾼 둘 중에 어떤 삶이 나은지, 왜 남의 잘못은 잘 보이고 나의 잘못은 안 보이는지 등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해답은 저자가 또 다른 이솝우화 이야기나 다른 텍스트들의 맥락을 합리로써 연결하여 그 관계들을 관찰하고 숙고하고 사회적 현실에 비추어 내린 결론들이다. 저자는 이솝우화를 꼼꼼히 읽고, 곰곰이 생각하고, 이것저것 비교하고, 현실을 관찰하여 이솝우화가 일으킨 철학적 질문에 논리적 해답을 내놓는다.
이로써 독자도 『우화의 철학』을 통하여 이솝우화에서 인문학적 인식을 확장할 수 있으며, 여러 이야기의 텍스트에서 다양한 철학적 질문들을 발견하는 안목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수준급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뜻있고 재미있지만, 그것이 수준급이 되는 까닭은 그 이야기들이 인간의 삶을 더 넓고 깊게 인식하게 해주는 질문도 촉발하기 때문일 테다. 그런데 그 질문의 몫은 언제나 독자에게 있다. 깊은 생각은 논리를 찾아내고, 정직한 논리는 진실에 닿는다.
Contents
책머리에: 이솝우화가 우리에게 묻는 것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어떻게 다른가: 「꼬리 잘린 여우」
고통의 역설: 「노인과 죽음」
합리적 형벌: 「개미에 물린 남자와 헤르메스」
부러움인가 시샘인가: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지배에 관한 우화: 「말과 당나귀」
지독한 사랑: 「사랑에 빠진 사자와 농부」
인간과 옷: 「도둑과 여관 주인」
빚이란 무엇인가: 「아테나이의 채무자」
재현의 정치: 「함께 길을 간 사람과 사자」
꾀의 영웅: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아름다운 것과 유용한 것: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
현재와 미래: 「어부와 멸치」
믿음을 상실한 세계: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남자」
자유와 생존: 「야생 당나귀와 집 당나귀」
나르시시즘의 위험: 「키타라 연주자」
면피의 정치학: 「여우와 나무꾼」
갈등 해결법: 「여주인과 하녀들」
자연과 문화: 「늑대와 노파」
환멸의 정치학: 「여우와 고슴도치」
내로남불의 기원: 「두 자루」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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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김태환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계간지 《문학과 사회》 편집 동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푸른 장미를 찾아서』, 『문학의 질서』, 『미로의 구조』, 『우화의 서사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모던/포스트모던』, 『피로사회』, 『시간의 향기』, 『투명사회』,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 『삶과 나이』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대학교에서 비교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평론 활동을 시작했으며, 계간지 《문학과 사회》 편집 동인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푸른 장미를 찾아서』, 『문학의 질서』, 『미로의 구조』, 『우화의 서사학』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모던/포스트모던』, 『피로사회』, 『시간의 향기』, 『투명사회』, 『심리정치』, 『에로스의 종말』, 『삶과 나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