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만큼이나 종을 막론하는 활동이 또 있을까. 먹는 것의 종류는 제각기 다를 지라도, 생명체라면 응당 무언가를 섭취해야만 생을 유지할 수 있으니. 그러나 섭식은 언제나 ‘살생’을 동반한다. 그중 가장 끔찍한 형태는 아마 언제 어디서든 양껏 ‘고기’를 먹겠다며 수많은 동물들을 학살하는 대규모 축산업일 것이다. 인류세 그 어디에도 없었던 광경을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손이 닿으면 그곳이 어디든 남아나지 못하는 세상.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죄책감’이지만, 거기 머무를 수만은 없다. 이 거대한 폭력의 고리를 조금이나마 끊어보려 식탁 위 ‘자그마한 저항’을 실천하기로 한다. 무엇보다 그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죄책감을 가지고 고기를 먹던 사람에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되기까지, 모든 음식을 다 먹고 싶어 하는 식탐 많은 사람에서 내 앞의 끼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되기까지, 몸의 아픔을 방치하고 몸에게 괜찮을 것을 강요했던 사람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 몸에게 잘해주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 사이의 기쁨과 슬픔, 번뇌, 불안, 동요 같은 것들을 하루하루의 일기로 써내려간 것이 이렇게 책이 되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식탁의 풍경이 말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거기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있고, 나와 관계 맺는 다른 사람들이 있고, 이미 죽음이 되어버린 어떤 생명이 있고,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땀도 배어 있다. 이 작은 ‘섭식일기’가 식탁 뒤 숨은 풍경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언니들 마음 70
주류 감각과 이방인 감각 82
채소를 생으로 먹으면 사람이 죽습니다 98
가족의 외식 106
모두의 배 속 사정이 제각각 다른데도 120
3. 나메살따구 말고: 즐거운 상상과 무한한 가능성
무엇이 걱정인가, 바게트가 있는데 132
대방어와 고통 없는 밥상 140
흑염소와 채개장 150
흥, 내가 맛없는 것 먹고 살 것 같은가 156
피드 관리 164
4. 허기와 부름 사이: 밥값 아닌 밥상을 위하여
배고픔에 대하여 170
영혼의 보약, 혼밥 180
스스로를 존중하는 법 184
죽이나 수프는 아니니까 190
옥상의 상추 196
에필로그 욕망의 재구성 207
도움받은 책 210
Author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 세상 온갖 일에 다 관심이 있어 이 직업을 택했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기사도 많이 썼지만 누구든지 더 나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믿는 편이다. 모두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그 가능성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몸을 써서 무언가를 배우고 작은 깨달음을 축적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경향신문 기자. 세상 온갖 일에 다 관심이 있어 이 직업을 택했다. 누군가를 비판하는 기사도 많이 썼지만 누구든지 더 나아질 가능성은 있다고 믿는 편이다. 모두 자기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그 가능성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몸을 써서 무언가를 배우고 작은 깨달음을 축적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