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변화를 위해서는 문제의 ‘근본根本’을 파고들어야 한다. 우리 정신사를 형성해왔던 한국 현대 학문의 ‘뿌리’를 찾아 나섰던 『우리의 학맥과 학풍』도 우리 학계가 처한 문제의 근본에 다가가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은 출간된 지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개정판을 출간하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 현대 지성사를 조망한 유일한 저작이다. 당시 서른둘의 패기 넘치던 학술 기자 이한우는 ‘우리 스스로 학문 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고서 우리 학계의 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우리의 현대 학문들이 광복 이후 어떻게 도입되고 성장해 왔는지, 각 학문 분야 학자와 학파들의 면모는 어떠했는지, 한국 학계의 정확한 실상과 계승할 지적 유산은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그 결실이 바로 이 책 『우리의 학맥과 학풍』 이다.
이번 개정판은 1995년 이후 학계의 변화된 상황을 저자 이한우와 젊은 연구자 임명묵의 대담으로 보완하였다. 동서양 철학을 함께 공부하면서 번역서를 포함 100여 권의 책을 쓴 저자 이한우와 『K-를 생각한다』에서 20대라고는 믿기지 않을 놀라운 분석력과 통찰력을 보여준 청년 학자 임명묵과의 대담. 이 말들의 향연에서는 깊은 관록과 힘찬 패기가 때론 부딪치고 때론 조화를 이루면서 풍성한 대화의 숲을 만들어갔다. 또한 기존 본문 내용 중에서 어색한 문장들을 새롭게 다듬고, 사실관계를 일일이 다시 확인해서 정확하게 수정하였다. 개정판 『우리의 학맥과 학풍』에서 우리의 오늘을 만든 생각의 뿌리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책을 낼 때 강조했던 동?서양학문의 통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학문성의 철저화 또한 약간 개선된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의 현재성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하겠다. 역설적이지만 지난 30년 가까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한국 인문사회과학계의 부실함이 이 책에 현재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이 과제는 필자 스스로 어느 정도 수행해 오고 있다. 실록읽기에서 출발해 사서삼경 해독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중국 역사를 공부하고 태종실록으로 돌아와 최근 태종 이방원에 관한 책을 쓰면서 경經과 사史를 통합하는 학문 모델을 정립할 수 있었다.그러면서도 이 책은 과제를 다음 세대에게 넘긴다. 미안한 일이다. 필자는 믿는다. 반드시 다음 세대 중에 필자의 이 책을 훌쩍 뛰어넘는 저술을 쓰는 인물이 나올 것이라고. 그것이 역사의 역동성이다.
_ ‘개정판 서문’ 중에서
Contents
개정판 서문
개정판 출간 기념 대담
머리말
서론 : 한국 현대 지성사의 복원을 위하여
1. 전통의 복원
2. 나의 학문 이력
3. 지성사 복원의 의미
1장 전통 학문의 존재 방식
1. 전통 학문의 존재 방식을 물어야 하는 이유
2. 성균관의 쇠퇴와 서원의 등장
3. 사대부와 관료 양성을 위한 학문
4. 전통 학문의 현대화 문제
2장 동양철학
1. 동양철학의 전사前史 : 실종된 전통 철학
2. 주요 대학의 학풍 : 성균관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3. 동양철학계의 우뚝 선 기둥 현상윤
4. 유가철학 말고는 불모지
5. ‘한국철학’ 연구의 태동
6. 실학의 재발견과 다산철학
7. 미완의 과제 : 한국철학사의 집필
8. ‘한’ 철학의 허구성과 북한의 주체철학
9. 20세기 말의 선비 김충렬
10. 김용옥 신화의 허와 실
11. 동양철학의 현대화
3장 서양철학
1. 서양철학의 전사前史 : 궁리학에서 철학으로
2. 서양철학과 한국철학 기초를 다진 박종홍
3. 북으로 간 철학자 박치우와 신남철
4. 독후감 철학의 계몽과 교양
5. 에세이 철학자의 등장 : 안병욱, 김형석, 김태길
6. 오랜 연구 전통, 빈약한 연구 성과 : 현상학
7. 허공에 뜬 독일철학에 대한 반격 : 분석철학
8. 철학계의 이단아 박홍규
9.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대두
10. 학문의 본질과 텍스트 번역
11. 세대교체의 주역들
4장 역사학
1. 근대 역사학의 성립 : 단재사학과 백암사학
2. 문헌고증사학, 민족주의사학, 사회경제사학
3. 식민사학과 남북 분단이 미친 악영향
4. 이병도와 문헌고증사학
5. 민족주의사학자 홍이섭에 대한 재평가
6. ‘겸연쩍은 역사학도’ 천관우
7. 사회경제사학의 복원 : 김용섭, 강만길
8. 주요 대학의 학풍 :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9. 주요 학회와 연구단체
10. 한국통사의 서술 문제
11. 주목할만한 젊은 연구자들
5장 사회학
1. 사회학의 전사前史 : 구한말에서 해방까지
2. 구조 지향적 사회학 VS 역사 지향적 사회학
3. 산업화와 한국적 사회학의 모색
4. 서울대 실증주의 학풍에 맞선 신촌의 공동전선 : 《현상과 인식》
5. 좌파 사회학의 전성시대
6. 한상진과 중민이론
7. 《사회와 사상》과 《사회평론》
8. 새로운 사회학을 향하여
6장 정치학
1. 정치학의 전사前史 : 관료적 국가학으로 출발
2. 미완의 정치학자 민병태
3. 재사才士와 학자의 부조화, 이용희
4. 학문 부재의 서울대 정치학과
5. 행태주의 정치학의 공과
6. 걸음마 단계의 ‘한국 정치학’
7. 비주류 정치학의 존재
8. 진보 정치학의 선구자 최장집
9. 변두리 학문으로 전락한 한국 정치사
10. 지역학의 등장
11. 신세대 정치학자들의 출현
1. 학문과 사회 기풍
2. 학문 세계와 대충주의
3. 대충주의의 구조화
4. 학계의 세대별 특징과 유형
5. 제4세대 학자들의 시대적 사명
덧붙이는 글
번역, 제발 제대로 합시다!
베끼기에서 시각 도용까지, 한국 학계의 표절 백태百態
Author
이한우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한국판]과 [문화일보]를 거쳐 1994년부터 [조선일보]기자로 일했고 2002~2003년에는 논설위원, 2014~2015년에는 문화부장을 지냈다. 2001년까지는 주로 영어권과 독일어권 철학책을 번역했고,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탐색하며 『이한우의 군주열전』(전 6권)을 비롯해 조선사를 조명한 책들을 쓰는 한편, 2012년부터는 『논어로 논어를 풀다』 등 동양 사상의 고전을 규명하고 번역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오고 있다. 2016년부터는 논어등반학교를 만들어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했으며, 그 외 대표 저서 및 역서로는 『이한우의 주역』(전 3권), 『완역 한서』(전 10권), 『이한우의 사서삼경』(전 4권), 『대학연의』(상·하) 등이 있다.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 석사 및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뉴스위크 한국판]과 [문화일보]를 거쳐 1994년부터 [조선일보]기자로 일했고 2002~2003년에는 논설위원, 2014~2015년에는 문화부장을 지냈다. 2001년까지는 주로 영어권과 독일어권 철학책을 번역했고, 이후 『조선왕조실록』을 탐색하며 『이한우의 군주열전』(전 6권)을 비롯해 조선사를 조명한 책들을 쓰는 한편, 2012년부터는 『논어로 논어를 풀다』 등 동양 사상의 고전을 규명하고 번역하는 일을 동시에 진행해오고 있다. 2016년부터는 논어등반학교를 만들어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고전을 강의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이한우의 태종실록』(전 19권)을 완역했으며, 그 외 대표 저서 및 역서로는 『이한우의 주역』(전 3권), 『완역 한서』(전 10권), 『이한우의 사서삼경』(전 4권), 『대학연의』(상·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