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많은 것을 흘려보냈습니다. 알면서도 흘려보내는 것들이 있고, 모르는 사이에 훌쩍 흘러가 버리는 것들도 있습니다. 사는 동안 우리는 계속 이러한 것을 반복하곤 하지요. 그중에서도 2020년의 봄은 모두가 알면서 흘려보낸 나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 흔한 꽃놀이를 가는 일이 어려워졌고,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새 학기와 새봄을 맞이할 기회를 흘려보냈습니다. 주워 담을 수 없 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한껏 오므려 담고자 했던 시간이었을 겁니다. 흐르는 물을 손바닥에 가둬둘 수 없듯이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흘러가는 시간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대신 기록이나 기억으로 남겨둘 수는 있지요.
이 책에는 2020년의 봄의 기억을 손으로 담아낸 열 사람의 글이 담겨있습니다. 손을 오므리는 대신 각자 펜을 들어 이 시간을 차근히 적어냈습니다. 각자 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은 다양했지만, 글로 이 순간을 남겨보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을 겁니다.앞으로의 삶에서도 이렇게 기억을 글로 붙잡은 순간이 오래도록 남기를, 삶의 어느 부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기를. 유난히 갑갑했던 올해의 봄이 글쓰기와 함께 조금은 견딜만한 순간으로 남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