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이반 일리치 강의』는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라는 사상가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전염병과 기후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재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재난을 넘어 우리의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위기는 효율과 속도를 중시하면서 전 세계의 자본과 노동과 상품을 연결하고, 끊임없는 소비로 지구의 온도를 한계까지 높힌 결과이며, 이런 위기를 성찰하기 위해서는, 성장과 속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공생’의 삶을 이야기한 이반 일리치를 꼭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용인의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를 꾸리고, 이 공동체를 기반으로 청년인문학스타트업 ‘길드다’, 양생공동체 ‘인문약방’ 등 ‘공유지’를 확장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고 있는 지은이 이희경은 이 책에서, 80년대부터 대안교육 운동을 거쳐 인문학공동체를 꾸리기까지 본인의 활동 국면마다 이반 일리치의 책들과 마주한 경험을 풀어내면서 전지구적 재난에 마주한 우리가 어떻게 이반 일리치의 사유를 실천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이고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일리치의 대표작 세 권(『성장을 멈춰라』,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에 주목하면서, 우리 시대의 성장과 교육, 의료에 대한 지배적인 관념에 맞서 대안적 상상력을 기르고 실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일리치는 자신의 여러 저서에서 망치와 드라이버와 같은 간단한 도구부터 공장이나 기계, 나아가 학교, 병원, 결혼제도 등 현대 사회를 이루는 모든 테크놀로지나 제도를 ‘도구’라고 규정하고, 이 ‘도구’의 규모나 속도가 어떤 한계를 넘게 되면 인간의 삶을 오히려 고통스럽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은이는 일리치의 이러한 비판적 사유가 오늘날 코로나 시대의 학교와 병원을 성찰하는 데에도 유용하다고 이야기한다. 즉 교육과 질병과 죽음의 문제를 학교나 병원, 즉 교사나 의사와 같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과 공동체에 좋은 방향으로 재도구화할 때, 위기를 재생산하지 않는 ‘공생’의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Contents
머리말 5
첫번째 강의 _ 성장을 멈추어라 : 이반 일리치의 생애와 사상
이반 일리치, 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
사제 이반 일리치
대안을 꿈꾸다
『성장을 멈춰라』와 공생의 도구
생산적 도구와 반(反)생산적 도구
공생적 도구와 조작적 도구
좋은 삶, 버내큘러와 커먼
첫번째 강의 Q&A
두번째 강의 _ 학교 없는 사회 : 공생적인 배움의 도구를 상상하기
학교의 역할과 뉴 노멀
불평등을 확산시키는 학교
학교화된 사회
의례를 넘어
학교를 재도구화하기
두번째 강의 Q&A
세번째 강의 _ 병원이 병을 만든다 : 자기 돌봄의 능력을 회복하기
의료는 건강을 증진시키는가
부작용의 고통, 임상적 의원병
‘정상’이 되라는 명령, 사회적 의원병
죽음조차 잃어버린 삶, 문화적 의원병
건강에서 양생으로
세번째 강의 Q&A
부록 _ 신화가 된 학교
Author
이희경
일명 문탁.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거쳐 지금 <문탁네트워크>까지 20년 넘게 인문학공동체에서 공부하고 있다. <수유+너머> 시절에는 한국근대젠더 연구를, <문탁네트워크>에 와서는 인류학과 선물의 공동체, 또 동양고전과 윤리적 주체 문제 등을 탐구했다. 최근에는 공동체와 영성, 공동체와 양생, 늙음과 죽음 등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잡식성 공부. 이를 통해 공부와 현장이 결합되길 꿈꾼다. 지금 구성하고 있는 현장은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타트업과 <인문약방>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양생공동체이다. 『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를 썼으며, 함께 쓴 책으로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 『루쉰, 길 없는 대지』, 『신여성?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 『인물 톡톡』이, 풀어 엮은 책으로 『낭송 장자』가 있다.
일명 문탁.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거쳐 지금 <문탁네트워크>까지 20년 넘게 인문학공동체에서 공부하고 있다. <수유+너머> 시절에는 한국근대젠더 연구를, <문탁네트워크>에 와서는 인류학과 선물의 공동체, 또 동양고전과 윤리적 주체 문제 등을 탐구했다. 최근에는 공동체와 영성, 공동체와 양생, 늙음과 죽음 등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잡식성 공부. 이를 통해 공부와 현장이 결합되길 꿈꾼다. 지금 구성하고 있는 현장은 <길드다>라는 청년인문학스타트업과 <인문약방>이라는 새로운 콘셉트의 양생공동체이다. 『루쉰과 가족, 가족을 둘러싼 분투』를 썼으며, 함께 쓴 책으로 『문탁네트워크가 사랑한 책들』, 『루쉰, 길 없는 대지』, 『신여성?매체로 본 근대 여성 풍속사』, 『인물 톡톡』이, 풀어 엮은 책으로 『낭송 장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