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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직 서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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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U
97911901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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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0/09/23
Pages/Weight/Size 145*200*30mm
ISBN 9791190105101
Categories 에세이
Description
2011년 겨울, 작은 승용차에 이불, 옷, 책, 노트북 하나 들고 무작정 구례로 내려간 지은이와 그 옆지기가 지난 10년간 구례에서 맞닥뜨린 사람, 사건, 사고에 관한 글들을 엮었다.

이들에게 서울은 서울이라기보다 도시에서의 삶이고, 구례는 구례라기보다 도시의 삶이 아닌 삶이다. 온갖 상품이 넘쳐나는 화려한 도시의 삶은 지은이에게는 불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의 삶과 같아 보였다. 늘 바쁘게 움직여도, 아무리 해도 도달할 수 없는 무언가에 쫓기는 불만족스러운 삶에서 벗어난 이들의 삶은 성공적인가? 아니다. 성공의 잣대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가난하고, 보잘것없고, 초라하지만 빛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흔한 내 집 한 채 없고, 지어먹을 땅 한 평 없어도, 낮부터 꽃그늘에 앉아 한잔할 수 있는 그 기막힌 여유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런저런 농사를 다 망치고도 다시 땅을 만지며 희망을 품는 기개는 어떤가? 몸이며, 마음이며 노동이며 내 것 다 내놓고 함께 어울리는 지혜는 또 어떤가? 그래서 지은이는 말한다. 발랄한 자유, 요상한 풍요함, 건방진 당당함의 삶이라고. 그래서 묻는다. ‘넌 아직 서울이니’라고.
Contents
여는 글

난 구례에 산다

왜 구례로 오셨나요? / 둘이 부부야?/ 동아식당과 가야식당 / 신분세탁의 꿈 / 농자천하지대본야 /농부라고 부르지 마세요/ 안·강·최·고/ 옆지기의 벌레 전쟁/ 열두 가지 재주 가진 놈 저녁거리 간데없다/ 이번 생은 망했어요

밤에 푹 자기 위해서는 낮에 충분히 자둬야 한다

봄꽃 투어·정자투어 / 차차차/ 오일장 / 포트락 파티 / 행사와 축제 / 전용 목욕탕 / 손님 다구리 / 이러면 안 되는데 /게으름과 창조, 그리고 번개적 낭만팅 / 게으른 길치의 산보학

감히 꿈을 꿔도 될까요?

협동할 수 있을까?/ 땅 없는 사람들 / 자급자족과 목구멍/ 구루를 찾아서 / 마고 전설과 마고이즘 / 미신쟁이 / 전남편의 전부인

구례 양산박

스뎅간/ 철인 3종 경기 /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묻지를 않는다 / 난 거지다 / 내 그럴 줄 알았다 / 넌 내일이 있니? / 1번 삽과 2번 낫 / 프로 낚시꾼 / Who are you? / 당최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어! / 인도파와 동남아파 제주도파 / 뿌리를 옮기는 게 쉬운 일인가? / 무소유 구름씨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귀농 실패자 H씨, 드디어 풀을 수확하다! / 정자 할머니의 투시 / 날품의 비애 / 할아버지 대 할아버지 / 빈집과 커피점 /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고 / 토종과 토박이 / 황금만능교
Author
안영삼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충청도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를 했다. 막내가 천재성이 있으니 도시에서 교육하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다들 그렇듯 막내는 천재에서 열등생을 거치더니, 이내 빠르게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버렸다.

언젠가 사주를 잘 본다는 승려 한 분이 내 사주를 보고는 ‘비승비속지명非僧非俗之命’이라고 했다. 중이 되지도 못하고 속세에서 살지도 못하는 가상이 인생이라고 했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지금, 몇 년 더 살면 돌아가신 아버지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정말 인생을 한 번도 진지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업도 그랬고 직장도 그랬고 사업도 그랬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없었고 마음이 있는 곳으로 몸이 따라가지 않았다. 모호하고, 허황하고, 어찌 보면 밑도 끝도 없어서 깨고 나면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꿈과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크게 후회되는 부분은 없다. 적어도 사회적 제약이나 인연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귀농도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도시에서의 일, 가족, 인연 모든 걸 나 자신을 위해 떠났다. 시골에서의 하루하루는 더더욱 나 자신을 위한 날의 연속이다. 다음 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시 태어나도 이번 생처럼 이기적으로 살기는 어려울 성싶다.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는 충청도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를 했다. 막내가 천재성이 있으니 도시에서 교육하기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다들 그렇듯 막내는 천재에서 열등생을 거치더니, 이내 빠르게 사회 부적응자가 되어 버렸다.

언젠가 사주를 잘 본다는 승려 한 분이 내 사주를 보고는 ‘비승비속지명非僧非俗之命’이라고 했다. 중이 되지도 못하고 속세에서 살지도 못하는 가상이 인생이라고 했다. 어느덧 50을 바라보는 지금, 몇 년 더 살면 돌아가신 아버지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정말 인생을 한 번도 진지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학업도 그랬고 직장도 그랬고 사업도 그랬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없었고 마음이 있는 곳으로 몸이 따라가지 않았다. 모호하고, 허황하고, 어찌 보면 밑도 끝도 없어서 깨고 나면 기억도 제대로 나지 않는 꿈과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크게 후회되는 부분은 없다. 적어도 사회적 제약이나 인연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살아왔으니까 말이다. 귀농도 온전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도시에서의 일, 가족, 인연 모든 걸 나 자신을 위해 떠났다. 시골에서의 하루하루는 더더욱 나 자신을 위한 날의 연속이다. 다음 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다시 태어나도 이번 생처럼 이기적으로 살기는 어려울 성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