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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사

사라예보에서 몰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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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0/02/17
Pages/Weight/Size 165*235*60mm
ISBN 9791189946494
Description
우리 학자가,
우리의 시각으로,
철저히 고증된 사실(not neutrality but truthfulness)에 입각하여
이론·정책·역사가 동시에 반영된 통합적 관점으로 재조명한 국제관계사!


이 책은 지금까지 서구 중심의 시각에서 기술된 국제관계사가 은연중에 담고 있는 존재론적이고 인식론적인 편향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비서구적 민족주의나 국수주의가 빠질 수 있는 역편향의 위험성을 동시에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관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이 책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냉전 종식까지의 국가 간 관계를 “단순한 균형이나 중립이 아닌 철저히 고증된 사실(not neutrality but truthfulness)”에 입각하여 이론·정책·역사가 동시에 반영된 통합적 관점으로 재조명한 역사적 분석이다. 미국, 영국, 중국, 일본, 러시아, 베트남, 한국 등에서 비밀이 해제된 외교 문건들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미 검증된 기록과 정설로 받아들여진 역사에 대한 타당성을 재검증하였고, 그 동안 영어로만 되어 있던 수많은 문건들을 이런 원본들과 일일이 비교·대조하면서 역사적 증거로서의 객관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고자 한 저자의 지난 10여 년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끝없는 대화’이면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누군가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와도 같다. 그들이 실제로 살아온 역사의 한 장 한 장을 담고 있는 그 ‘편지’는 지금의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의 원인을 짚어주면서 동시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초를 제공한다. 이 책은 이러한 ‘과거와 현재 간의 대화’와 ‘먼 곳으로부터 온 편지’의 내용을 담담히 그러나 생생하고 기운차게 전달하고 있다.
Contents
서문: 국제관계사란 무엇인가?

현존 국제관계사
기점은 1차대전
비밀해제된 문건의 반영
서구 강대국 중심주의에 대한 재성찰
몇 가지 방법론적 지향점
이론·정책·역사의 ‘통합적 삼각인식구조’ - 총체론적 존재론: 개인 대 구조 - 탈실증주의 인식론에 귀를 기울임 - 사가(史家)의 객관성: 역사적 해석에 대한 ‘고난도 테스트’ - 분석의 관점: “이상주의적 현실주의” 또는 “현실주의적 이상주의”
감사
개정판 출간에 덧붙여

제1차세계대전

오스트리아-헝가리 황태자의 암살
제1차세계대전의 원인
제1차세계대전의 시작
제국주의의 충돌 - 비스마르크 이전과 이후의 독일 외교 - 비스마르크의 퇴진과 빌헬름 2세의 등극 - 독일제국의 제국주의: ‘세계정책(Weltpolitik)’으로! - “유럽의 늙은 병자,” 그리고 화약고 발칸반도 - 발칸전쟁 - 제1차세계대전과 유럽 사회주의자들 - 제1차세계대전의 발발 - “‘종이 한 장’ 때문에 전쟁을 한다?”
제1차세계대전의 전개
오스만터키의 패전과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 일본과 중국의 참전 - 미국의 참전 - 영국과 아랍의 약속 - 러시아 혁명과 전선 이탈 - 러시아 내전
제1차세계대전의 종전
베르사유 평화조약 - 제1차세계대전의 결과와 의의

제2차세계대전

제2차세계대전의 원인
베르사유 체제
아돌프 히틀러
비엔나와 뮌헨의 히틀러 - 메시아를 기다리며 - 『나의 투쟁(Mein Kampf)』 - 전권위임법, 그리고 “총통(總統, Fuhrer) 히틀러” - “자유로부터의 도피” - 히틀러의 성과 - 유럽에서의 유대인 박해 - 반유대주의(Anti-Semitism) - “최종해결책(Endlosung, Final Solution)”
제2차세계대전으로 가는 길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 - 히틀러의 라인란트 재무장(remilitarization) - 스페인 내전 -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병합(the Anschluss) - 뮌헨협정, “우리 시대의 평화,” 나치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 독소불가침조약과 독일의 폴란드 침공, 그리고 제2차세계대전의 발발
제2차세계대전의 전개
히틀러의 바바로사 작전 - 미국의 참전과 독일의 패전 - 전시(戰時) 회담 - 승전과 처벌
일본제국주의와 태평양전쟁
관동군(關東軍) - 일본군의 전략가 이시하라 간지 - 류타오후 사건과 만주사변 - 일본의 군국주의화 - 황도파 대 통제파 - 태평양전쟁으로 활도(滑倒, Slide) - 북진론(北進論) 대 남진론(南進論) - 진주만 기습과 미국의 참전 - 미국 핵무기, 나치 대신 일본에 사용하다 - 히로히토, “백성과 인류를 위한 성단”을 내리다 - 종전과 처벌
제2차세계대전의 결과와 의의

냉전의 시작과 전개

스탈린의 ‘2월 연설’: “전쟁은 불가피하다!” - “장문의 전문(the Long Telegram)”과 대소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 - 그리스 내전과 ‘트루먼 독트린’ - 미국과 영국, “페르시아의 애국자 모사덱”을 축출하다 - 소련의 베를린 봉쇄(The Berlin Blockade)와 미국의 베를린 공수(the Berlin Airlift) - 베를린위기(the Berlin Crisis) - “바지가 벗겨진” 흐루쇼프 - 미국의 핵무기 선제공격 구상

중국의 사회혁명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

아편전쟁과 천하질서의 붕괴 - 열강의 침략과 청의 멸망 - 중국공산당의 창립, 그리고 국민당과의 합작 - 중국의 1차내전 - 시안사건(西安事件) - 중일전쟁 - 중국의 2차내전

“한국전쟁”과 냉전의 세계화

한국전쟁의 기원, 발발, 전개
해방과 한반도의 분단 - 한반도의 유일 합법 정부 - 한국전쟁의 기원과 발발 - 한국은 “전략적 주변지역(strategic backwater)” - 김일성과 스탈린, 그리고 마오 - 김일성의 기습적 남침 - 한국전쟁 발발과 UN안보리의 조치 - 미국은 왜 한국전에 신속히 개입하였나? - 소련의 UN안보리 보이콧 전략 - 한국전쟁의 전개 - 중국의 한국전쟁 개입 - 마오와 스탈린 간의 정치, 그리고 중국의 참전 - 군인 맥아더, 정치인 맥아더 - 맥아더의 변명?: 1954년 인터뷰 - 정전협정과 제네바 회담 - 한국전쟁의 결과
한국전쟁의 뒷자락
중화인민공화국의 티벳 침공 - ‘역진정책(the Reverse Course, 역코스)’과 샌프란시스코 체제 -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명과 암 -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2조(영토조항)와 독도 문제 - 제네바 정치회담의 실패와 남한과 북한의 방위조약 - 매카시와 “적색 공포(Red Scare) 제2탄”

“베트남전쟁”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
베트남, 그리고 베트남인 - 응우옌아이꾸옥(호치민) - 프랑스 제국주의의 귀환과 대프랑스 항전 - 디엔비엔푸 전투
친미 가톨릭 총리 지엠과 제2차인도차이나 전쟁
“민족해방전쟁”의 개시 - 케네디의 ‘명백한 운명,’ 그리고 “케네디의 수재들” - 지엠의 독재, 인민의 저항 - 베트남전의 확전: 존슨과 ‘통킹만 사건’ - “이길 수 없는 전쟁,” 그리고 반전운동 - “구정 공세(the Tet Offensive),” 베트남 양민학살, 그리고 종전 - 베트남전의 결과
베트남의 미국, 미국의 베트남: 베트남전과 미국의 국내정치
‘밀라이 양민학살’ - ‘국방부 보고서(the Pentagon Papers)’ 사건 - ‘워터게이트 사건’

중소관계의 부침과 미중관계 정상화

중소관계의 부침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대소일변도정책(對蘇一邊倒政策) - 흐루쇼프의 스탈린 격하 운동과 평화공존론, 마오의 “대국사문주의(大國沙文主義)” 비판 - 대약진운동(大躍進運動, the Great Leap Forward)과 중국의 독자노선 - 타이완해협 위기와 중소 결별 - “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无???文化大革命, 無産階級文化大革命)” - 중소관계의 악화와 마오쩌둥의 대안 모색
미중관계의 정상화
중국의 혁명적인 타개책, 미국의 전통적인 실리 책략 - “좀 엉뚱한 생각” - ‘중공(中共)’과 ‘미제(美帝)’가 만난다 - 닉슨이 중공에! - 상하이공동성명 - “닉슨 충격,” 그리고 일본의 실리주의적 편승외교와 중일관계정상화 - ‘한반도의 봄’과 역사적 퇴행

쿠바미사일위기

위기의 시작
카스트로 혁명정권 - 피그스 만(Bahia de Cochinos, the Bay of Pigs) 침공 - 쿠바미사일위기로 가는 길 - 흐루쇼프의 모험: “샘 아저씨의 바지 속에 고슴도치를 넣자” - 작전계획 ‘아나디르’ -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발견
위기와 해소
군 통수권자 케네디, 강경파를 누르다 - “눈알 대 눈알” - 흐루쇼프의 서한 1, 그리고 서한 2 - 일촉즉발의 위기 - 전 주소 대사 톰슨의 지혜 - 소련의 퇴각 - 흐루쇼프, 통일된 사회주의 독일을 포기하지 않다 -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Ich bin ein Berliner!)”

“중동”의 갈등

갈등의 씨앗 뿌려지다
빠그롬과 시온주의 - 전시 영국의 대아랍 기회주의: ‘맥마흔-후세인 서한’ - 영국, 아랍을 배신하다: ‘사이크tm-피코협정’ - 아랍의 참전 - 영국, 아랍을 다시 한번 배신하다: ‘발포어 선언’ - 후세인 대신 사우드 - 시온산으로! - 영국의 철수, UN의 팔레스타인 분할 -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과 트루먼의 승인
중동의 전쟁들
1948년 전쟁 - 수에즈 위기 - 1967년 전쟁(6일전쟁) - 1973년 전쟁(욤 키푸르전쟁)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 이슬람의 분파: 수니와 시아

데탕트(Detente)

데탕트의 시작과 전개
미소 경쟁과 피로 - 브란트의 ‘동방정책(Ostpolitik)’ - 키신저 대 잭슨(Henry M. “Scoop” Jackson): 데탕트에 대한 신보수주의의 도전
데탕트의 그늘과 종말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 이란의 이슬람 혁명과 미국인 인질구출 작전 -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냉전의 종식

소련 붕괴의 요인
소련 붕괴의 체제적 요인 - 소련 붕괴의 중국 요인(China Factor)
냉전 종식의 과정
레이건의 ‘전략방어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 - 레이건의 온건노선과 소련의 ‘신세대’의 부상 -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그리고 ‘시나트라 독트린’ - ‘몰타 정신,’ 군축, 그리고 독일의 통일
소련의 해체와 냉전 종식의 결과
소련의 해체 - 냉전 종식의 결과
Author
박건영
1989년 University of Colorado에서 ‘칼 도이취 상(Karl Deutsch Award)’ 수상자인 스티브 챈(Steve Chan), 마이클 워드(Michael Ward)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Political Economy of Rapid Development”)를 취득하고 Texas A&M University에서 알렉스 민츠(Alex Mintz) 교수와 협업하고 국제정치이론, 미국정치, 정치학 방법론 등을 가르쳤다. 이 시기 연구 성과는 Journal of Peace Research, Defence Economics, International Interactions, Asian Perspective 등에 실렸다. 1997년부터는 가톨릭대학교에 부임하여 국제학부장,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장, 인문사회연구소장,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하고 국제관계이론·외교사·미중관계특강 등을 가르치며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하였다. 박건영 교수는 2000년 『한반도의 국제정치』로 한국국제정치학회로부터 학술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동아일보』에 국제정치 부문 제3세대 대표적 학자로 언급되었고, 2004년에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코리아펠로우로, 그리고 2014년에는 “미중관계와 한반도의 통일”로 UNESCO-Korea Commission(Korea Journal)의 제1회 ‘Korea Journal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박건영 교수는 국제정치의 보편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사회에 대한 독자적인 문제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자기 사회의 맥락과 유리된 문제의식”을 갖게 만드는 서구의 관념적, 가치관적 지배력을 경계하면서 구체적 시공간의 맥락을 반영하는 분석과 처방을 제시해왔다. 예를 들어, 현재 프랑스인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유는 현재 한국인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유와 유사한 이른바 보편적 가치이지만, 다른 한편 그들이 지금 누리는 자유의 기원은 서로 같지 않다. 프랑스인들이 절대왕정을 타파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얻었다면 현재의 한국인들은 어떤 투쟁을 거쳐 자신들의 자유를 쟁취했는가? 같은 개인의 자유가 구체적 시공간이라는 “감성의 선험적 형식(a priori form of sensibility)”에 의해 서로 다른 자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보자. 프랑스인과 한국인들의 자유를 현재 위협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요컨대 자유를 분별하는 능력의 이론적, 정책적, 실천적 함의는 다대하다. 이러한 접근법과 문제의식은 박건영 교수의 최신작인 『국제관계사: 사라예보에서 몰타까지』(사회평론아카데미, 2020), 『국제정치이론』(공저, 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외교정책결정의 이해』(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한반도의 국제정치』(사회평론아카데미, 2021)에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다.
박건영 교수는 수년 전부터 한국적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는 ‘중범위(midrange) 국제정치이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적 국제정치이론의 유망한 재료 중 하나로 북한을 꼽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중요한 국제정치 주체이면서도 기존의 국제정치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행위자이다. 예를 들어, 북한과 중국 간 관계는 서양식 개념인 ‘후견인-피후견인 관계(patron-client relations)’로 설명될 수 없다. 기존 이론으로 주요 국제정치 주체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중요한 이례(anomaly)로서 국제정치의 훌륭한 이론적 재료가 될 수 있다. ‘북한(또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와 관련하여 유용한 이론적 개념으로는 줄타기 외교(또는 주체 외교), 벼랑끝전술, 햇볕정책, 적대적 상호의존, 근교원공, 순망치한, 기미부절(羈靡不絶), 이이제이, 재조지은(再造之恩) 등이 있을 수 있다. 벼랑끝전술(brinkmanship), 이이제이(divide and rule) 등의 개념은 서양 국제정치에서도 자주 언급되기는 하지만 북한/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고유한 국제정치사적 맥락은 이 개념들의 이론적 의미를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북한과 언어, 역사, 문화적인 면에서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국제정치학자들은 북한에 대한 접근이라는 차원에서 그 어느 다른 나라의 학자에 비해서도 비교우위에 있다. 박건영 교수는 이에 착안하여 국제정치의 주요 일부인 한반도와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보다 적확하게 설명/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
1989년 University of Colorado에서 ‘칼 도이취 상(Karl Deutsch Award)’ 수상자인 스티브 챈(Steve Chan), 마이클 워드(Michael Ward)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Political Economy of Rapid Development”)를 취득하고 Texas A&M University에서 알렉스 민츠(Alex Mintz) 교수와 협업하고 국제정치이론, 미국정치, 정치학 방법론 등을 가르쳤다. 이 시기 연구 성과는 Journal of Peace Research, Defence Economics, International Interactions, Asian Perspective 등에 실렸다. 1997년부터는 가톨릭대학교에 부임하여 국제학부장, 국제정치경제연구센터장, 인문사회연구소장, 국제대학원장을 역임하고 국제관계이론·외교사·미중관계특강 등을 가르치며 최우수강의상을 수상하였다. 박건영 교수는 2000년 『한반도의 국제정치』로 한국국제정치학회로부터 학술상을 받았고, 2003년에는 『동아일보』에 국제정치 부문 제3세대 대표적 학자로 언급되었고, 2004년에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코리아펠로우로, 그리고 2014년에는 “미중관계와 한반도의 통일”로 UNESCO-Korea Commission(Korea Journal)의 제1회 ‘Korea Journal 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박건영 교수는 국제정치의 보편성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사회에 대한 독자적인 문제의식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자기 사회의 맥락과 유리된 문제의식”을 갖게 만드는 서구의 관념적, 가치관적 지배력을 경계하면서 구체적 시공간의 맥락을 반영하는 분석과 처방을 제시해왔다. 예를 들어, 현재 프랑스인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유는 현재 한국인들이 누리는 개인의 자유와 유사한 이른바 보편적 가치이지만, 다른 한편 그들이 지금 누리는 자유의 기원은 서로 같지 않다. 프랑스인들이 절대왕정을 타파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얻었다면 현재의 한국인들은 어떤 투쟁을 거쳐 자신들의 자유를 쟁취했는가? 같은 개인의 자유가 구체적 시공간이라는 “감성의 선험적 형식(a priori form of sensibility)”에 의해 서로 다른 자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뒤집어 말해보자. 프랑스인과 한국인들의 자유를 현재 위협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요컨대 자유를 분별하는 능력의 이론적, 정책적, 실천적 함의는 다대하다. 이러한 접근법과 문제의식은 박건영 교수의 최신작인 『국제관계사: 사라예보에서 몰타까지』(사회평론아카데미, 2020), 『국제정치이론』(공저, 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외교정책결정의 이해』(사회평론아카데미, 2021), 『조선이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한반도의 국제정치』(사회평론아카데미, 2021)에 일관되게 반영되어 있다.
박건영 교수는 수년 전부터 한국적 정체성이 반영되어 있는 ‘중범위(midrange) 국제정치이론’을 개발하고 있다. 그는 한국적 국제정치이론의 유망한 재료 중 하나로 북한을 꼽고 있다. 핵을 보유한 북한은 중요한 국제정치 주체이면서도 기존의 국제정치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특한 행위자이다. 예를 들어, 북한과 중국 간 관계는 서양식 개념인 ‘후견인-피후견인 관계(patron-client relations)’로 설명될 수 없다. 기존 이론으로 주요 국제정치 주체의 행동이 설명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중요한 이례(anomaly)로서 국제정치의 훌륭한 이론적 재료가 될 수 있다. ‘북한(또는 한반도)의 국제정치’와 관련하여 유용한 이론적 개념으로는 줄타기 외교(또는 주체 외교), 벼랑끝전술, 햇볕정책, 적대적 상호의존, 근교원공, 순망치한, 기미부절(羈靡不絶), 이이제이, 재조지은(再造之恩) 등이 있을 수 있다. 벼랑끝전술(brinkmanship), 이이제이(divide and rule) 등의 개념은 서양 국제정치에서도 자주 언급되기는 하지만 북한/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고유한 국제정치사적 맥락은 이 개념들의 이론적 의미를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은 북한과 언어, 역사, 문화적인 면에서 상당 부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국제정치학자들은 북한에 대한 접근이라는 차원에서 그 어느 다른 나라의 학자에 비해서도 비교우위에 있다. 박건영 교수는 이에 착안하여 국제정치의 주요 일부인 한반도와 동북아의 국제정치를 보다 적확하게 설명/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틀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