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한 적 없는 희망퇴직』은 취업난이라는 거친 파도에 휩쓸린 우리 시대의 표상이다. 단지 일자리를 구할 뿐인데 감내해야 했던 구직자들의 말 못 할 사정들이 있었을 것이다. 저자도 그랬다. 최종 합격에 다다르는 일련의 프로세스는 구직자와 사 측 간 극명하게 구분되는 피아식별의 과정이었다. 단지 입사지원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력서에 몸무게를 적어내야 했던 순간이나 누구 씨는 여성이라 아무래도 마음이 여릴 테니까 이 자리엔 어울리지 않겠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말을 듣고도 속으로 울분을 삭여내야 했던 시간들. 등산 면접을 본다는 회사에 입사지원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니까 가서 장기자랑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우리는 일을 하겠다고 지원했는데 왜 면접 길에 장기자랑할 일까지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들. 취업을 해내기까지 이를 악물고 견뎌내야 했던 ‘을’들의 모진 시간들은 도무지 ‘취업난’ 한 글자로 명명할 수 없다.
일자리는 곧 생존의 문제이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아무렇게나 대해도 되는 자들이 아니라, 마땅히 사람답게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다. 일자리를 둘러싼 생존과 존엄성을 두고 저자는 우리가 걸어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Contents
희망한 적 없는 희망퇴직
우아한 백조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는 그 방식
지금이야, 도망쳐!
불편한 상견례
‘고맙습니다.’라고 하지 말라니요
내 이름은 인턴, 호구라고도 합니다
그렇게 정규직이 되었고
이 세상 복지가 아니라서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아침 아홉 시에 일어나는 직장인 L씨
랜선 회식이라고 들어는 봤나
Author
이래하,최해성
취업난이 극심한 시절 국사학도로 입학해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지만 경제학도로 졸업했다. 그러나 책과 글을 손에서 놓은 적은 없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마케팅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인사총무 담당자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얼마 안 가 회사 사정으로 해고를 당했다. 어쩌다 개발 조직까지 굴러들어왔는데 그 과정은 그야말로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 밤마다 눈물에 젖어 잠들던 고된 시간들의 지층이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 업계에서 칠 년째 살아가고 있는데, 이렇게 길게 존속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생경하기만 하다.
살아가는 일은 매 순간 카멜레온처럼 나를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단 한 번도 결이 같은 환경에 머물러 본 일이 없는 작가의 다음 직업은 글을 쓰는 일이다.
Instagram @raeha.lee
취업난이 극심한 시절 국사학도로 입학해서 역사와 문학을 공부했지만 경제학도로 졸업했다. 그러나 책과 글을 손에서 놓은 적은 없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마케팅 인턴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인사총무 담당자로 일자리를 구했지만 얼마 안 가 회사 사정으로 해고를 당했다. 어쩌다 개발 조직까지 굴러들어왔는데 그 과정은 그야말로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 밤마다 눈물에 젖어 잠들던 고된 시간들의 지층이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까 이 업계에서 칠 년째 살아가고 있는데, 이렇게 길게 존속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해본 적이 없어서 생경하기만 하다.
살아가는 일은 매 순간 카멜레온처럼 나를 변화하는 과정이었다. 단 한 번도 결이 같은 환경에 머물러 본 일이 없는 작가의 다음 직업은 글을 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