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 놓여야 할 위치는 “over view”이다. 높고 쓸쓸한 자리에서 시대와 역사와 문학을 바라보는 일. 우리 문학사의 질곡을 긴 안목으로 사유하는 일. 때로는 접사 카메라가 되어 밀착하여 바라보는 일. 다시 멀어지는 일. 이것이 부사 ‘왜’의 작동방식일 것이다. 언제나 유행과 시류를 주도하는 이론과 담론이 있다. 그런 유행에도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관습적인 안목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래야 ‘아니오’를 외칠 수 있다. 나의 질문으로 나만의 대답을 찾기. 이것이 문학을 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문학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은 ‘왜’라는 부사를 가슴에 새기고 사는 이들이다. ‘왜’라는 씨앗에 물을 주는 일. 우주 바깥으로 질문을 던지는 일. 질문의 각도를 수정하는 일. 권위적인 답변에 반항하는 일. 굴복하지 않는 일. 안주하지 않는 일. 실패로 인하여 기꺼이 무너지는 일. 자신의 답을 지워버리는 일. 이것이 ‘왜’라는 부사가 가진 효과이다. 그리하여 ‘왜’는 여행을 한다. 호기심을 잃지 않는 ‘왜’는 저 우주 속에서 끊이지 않는 존재 이유를 갖는다.
Contents
‘왜’라는 설정 | 5
1부 누구한테 머리를 숙일까
* 김수영의 「꽃잎」에 나타난 수사학적 특성 | 13
* 그는 왜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까
― 김수영 신화의 이면 | 41
* 흐르는 몸이, 가닿은 곳에서, 노래하기
―김혜순의 『달력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 61
* 광야, 넘쳐흐르는 바깥에서 만난
―김혜순 시의 시적 주체를 중심으로 | 83
2부 어떤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
* 할 수 없는 일 가운데 할 수 있는 일 찾기 | 101
* 생의 발끝에서 아름다운 낙법(落法)이 필요한 이유 | 131
* 인공 정원에서 길들여지기, 혹은 탈옥하기 | 161
3부 ‘이후’를 견디는 작품들
* 세로로 박힌 시간, 그 ‘이후’를 견디는 사람들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 김영하의 『오직 두 사람』 | 197
* 그녀가 밀도 높은 총을 쏘았다
―주수자의 『빗방울 몽환도』 | 211
* 흘러넘치는 ‘소리’와 떠남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와 이청준의 『천년학』 | 233
* ‘가능성’과 ‘장벽’ 사이
―스탕달의 『적과 흑』 | 249
* 고백이라는 권력
―다야마 가타이 『이불』 | 273
* 푸른빛 세상을 그리워했던 단재 신채호
―아니키즘과 『용과 용의 대격전』 | 293
Author
금은돌
1970년 안성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형도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애지]에 평론, 2013년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서 『거울 밖으로 나온 기형도』, 평론집 『한 칸의 시선』 『그는 왜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 눕혔을까』, 1인 잡지 『mook돌』 등을 출간했다. 전시 활동을 하며 화가로도 활동했다. 2020년 4월 15일, 한창 예술혼을 불태우던 안타까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했다.
1970년 안성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기형도 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8년 [애지]에 평론, 2013년 [현대시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연구서 『거울 밖으로 나온 기형도』, 평론집 『한 칸의 시선』 『그는 왜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 눕혔을까』, 1인 잡지 『mook돌』 등을 출간했다. 전시 활동을 하며 화가로도 활동했다. 2020년 4월 15일, 한창 예술혼을 불태우던 안타까운 나이에 운명을 달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