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들은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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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20/10/01
Pages/Weight/Size 125*200*20mm
ISBN 9791189128869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부재와 고독 속에서 획득한 여성 주체의 인식과 목소리

걷는사람 시인선의 28번째 작품으로 희음 시인의 『치마는 마주 본다 들추지 않고』가 출간되었다. 2016년 등단한 시인은 비평 웹진 《쪽》을 발행하며 여성주의 비평에세이 쓰기에도 몰두해 왔다.

“누런 개는 느리게 마을을 돈다. 느리고 확실하게 죽어 가고 있다.//노을은 아무것도 거두어 가지 않는다.”(「우리는 키스한다」)라는 표현에서 보듯 시인은 세계의 고통과 그 고통을 외면하는 단절감을 시로 받아쓴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뒤에는/늘 사람이 있었습니다”(「시인의 말」)라고 고백하는데, 그는 잘 들리지 않는 어떤 ‘목소리’를 찾기 위해, 함께 ‘발화(發話) 연습’을 하기 위해 세계를 헤매는 사람이다. 그의 시적 화자가 사건화하는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누가 내게 고백을 한 적이 있다/사랑한다고 했고/그게 고백이라고 했다”(「장래희망 달성 수기」). 하지만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를 함부로 대해도 괜찮다는 말은 아니었다. 또 어떤 이는 ‘나’를 죽은 사람으로 대하고, 어떤 자는 대놓고 ‘구멍’ 취급을 한다. 희음의 시는 그런 남성 중심의 지리멸렬한 구조에 틈을 내고 균열을 가한다. 시원하게 오줌을 갈기고, 스스로를 유동적이며 죽음을 향하여서도 열려 있는 ‘구멍’이라 자처한다. 남성이 여성을 기본적으로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태도를 뜻하는 ‘맨스플레인’이란 제목을 가진 시를 보자.

“구멍이 되려고 태어나신다/소리 나는 구멍이 되려고/조였다 풀었다 (중략) 죽음으로 생을 벅벅 긁으며/죽음이 낫구나,/죽음은 이렇게나 시원하구나!”(「맨스플레인」)

시인은 자신에게 상처가 되었던 말들을 스스로 되뱉으며, 훌쩍 성장한 존재로서 ‘우리들’의 찬란한 연대를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간다. “치마들은 마주 본다/들추지 않고 (중략) 도처의 치마 안쪽에서/지치지 않고/마중 나오는 눈빛들//한줌의 낭비도 없이/공중에서 만나//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치마는 바람에 펄럭인다. 더 이상 연약하게 날아가 버리지 않을 것이다. 바람을 자유자재로 만끽하는 ‘우리’가 될 것이다. 소유정 평론가가 예언한 대로 “공중에서 얽힌 눈빛과 맞대어진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가 있다.” 이 단단한 결속을 가진 ‘우리’가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입으로, 다시 일어난다.” 그 믿음에 부응할 한 권의 시집이 여기 있다.
Contents
1부

동거
한 자세로 오래 있지 않기
스프링 노트의 스프링 홀
창문의 쓸모
(불)가능한 추방
이후의 잔
보물찾기
종합병원 구내 이용원
유리 판자
Mass
삼킨 것들
도로 끝, 그리고
라이프

2부

아프지 않게 조금씩 버려지는 코뼈
우리는 키스한다
미아
서 있는 사람
앉아 있는 사람
배낭이 된 남자
도서관 사람
가위들
우리는 반쯤 잠이 든 채로
월미도
이국의 루이스
비가 내렸고 개가 없었다
사랑의 완성
연주를 하자
목젖의 시절
비대한 사람
국경일 오후
어루만지는 높이

3부

목뼈들
우리는 세계과자점에 가요
두 사람
맨발
스푼들
사양
미끄럼
목소리의 계속
얼룩 이야기
비린내
어느 날, 젤리피시
아니다

4부

의자 이야기
장래희망 달성 수기
인류 보편의 잡화상
뛰어내리는 달
브루클린
걸어도, 걸어도 젖지 않는
죽음이 말하는 한 방식
맨스플레인
어느 선한 의도에 대하여
여름 벽
붉은
치마와 치마와 치마와 치마

해설
시로 그리는 몽타주
-소유정(문학평론가)
Author
희음
이따금 시인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나의 시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나의 목소리를 의심했지만, 이제 나는 내가 아닌 세계를 의심하기로.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가깝고 먼 곳에서 경련하는 귀를 봅니다.

시 쓰고 공부하고 움직이는 사람. 2016년 「창문의 쓸모」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앤솔러지 시집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를 동료들과 함께 펴냈다. 2018년부터 여성주의 일상비평 웹진 [쪽]을 발행?편집하며 비평에세이를 써왔다.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이따금 시인이라 불리기도 했지만 나의 시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았어요.
나의 목소리를 의심했지만, 이제 나는 내가 아닌 세계를 의심하기로.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가깝고 먼 곳에서 경련하는 귀를 봅니다.

시 쓰고 공부하고 움직이는 사람. 2016년 「창문의 쓸모」 외 4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앤솔러지 시집 『구두를 신고 불을 지폈다』를 동료들과 함께 펴냈다. 2018년부터 여성주의 일상비평 웹진 [쪽]을 발행?편집하며 비평에세이를 써왔다.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