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언제 무너질까? 지금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지만, 1990년대 초에는 흔하게 만나는 질문의 하나였다. 그때는 북한도 머잖아 붕괴할 것이고 한반도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북한과 가깝게 지냈던 루마니아가 시민혁명으로 무너지고 차우세스쿠 대통령이 처형되었을 때, 프랑스의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다음 차례는 북한인가?”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실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3대째 권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한·소수교와 소련 붕괴 이후 중국에 의지하려던 북한은 중국마저 남한과 수교하자 극심한 국제적 고립에 직면했다. 이 때 북한의 핵사찰 수용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북한은 1993년 3월 ‘주권 수호’를 외치면서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핵확산을 방치할 수 없는 미국은 북한과 직접협상에 나섰다. 중국은 북한이 갖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을 내세워 북한을 감싸고 나서기 시작했다. 북·미관계와 중·북관계의 상호작용이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을 동맹에 붙들어 매놓는 한편, 미국의 압박에 성공적으로 대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북핵문제는 사반세기를 넘어 우리 외교의 최대 현안으로 이어오고 있다.
이 책은 한반도 비핵화의 방법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가 바라는 결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이제 한 번 쯤 “왜 그랬을까?”라고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그 당시 일을 한번 복기해 보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룬 북한외교의 변화과정을 추적했다.
Contents
머리말
I. 들어가며
1장 서론
1. 1989-1994년이 왜 중요한가?
2. 연구 대상과 범위 및 책의 구성
2장 북·미·중 전략적 삼각관계
1. 삼각관계 이론의 효용성
2. 전략적 삼각관계 모델
3. 북·미·중 사이의 ‘전략적 삼각관계’ 성립 여부
4. 구조로서의 ‘전략적 삼각관계’와 역동성
5. 1989-1994년간 북·미·중 관계의 진화와 ‘전략적 삼각관계’의 역동성
II. 다가오는 위기 (1989-1992)
3장 북·중동맹의 약화 (1989-1992)
1. 북한의 소련 상실
2. 천안문 사건과 북·중동맹의 재확인
3. 북·중동맹의 약화와 한·중수교
4. 소결론 : 혈맹보다 중요한 이익
4장 북·미대립의 지속 (1989-1992)
1. 북한의 대미관계개선 모색
2. 일본과 한국을 통한 북한 압박
3. 소결론 : 모든 길은 핵문제로 수렴
III. 위기 탈출
5장 탈냉전기의 미·중관계 (1989-1994)
1. 냉전의 종식과 신국제질서
2. 탈냉전기의 미·중관계
3. 소결론 : 천안문 이후의 상호적응
6장 북·미직접대화관계 구축 (1993-1994)
1. IAEA 특별사찰 요구와 북한의 NPT 탈퇴 선언
2. 북·미고위급회담의 시작
3. 북·미직접대화관계 구축을 위한 북한의 노력
4. 북·미제네바합의
5. 소결론 : NPT 탈퇴 선언을 통한 정면돌파
7장 북·중동맹의 복원 (1993-1994)
1. 한·중수교의 후유증
2. 북·중동맹의 복구
3.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
4. 소결론 : 지정학의 재등장
VI. 나오며
8장 결론
참고문헌
Author
조병제
37년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학사,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늦깎이로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외교부에 들어간 후 북미국장,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 외교부 대변인, 주미얀마 대사와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냈고, 국립외교원장을 마지막으로 외교부를 떠났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석좌 교수이며, 현재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북한, 생존의 길을 찾아서』가 있다.
37년간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학사, 영국 서섹스대학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늦깎이로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외교부에 들어간 후 북미국장,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 외교부 대변인, 주미얀마 대사와 주말레이시아 대사를 지냈고, 국립외교원장을 마지막으로 외교부를 떠났다.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초빙 석좌 교수이며, 현재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북한, 생존의 길을 찾아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