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 시인의 첫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은 끊임없이 자기 갱신을 추구하는 시편들로 가득하다. 자기 갱신은 단순한 성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층위를 달리하고자 하는 능동적 행위를 내포하고 있으며 세계와 주체의 간극을 인식하여 새로운 ‘나’의 현재적 위치와 미래의 장소를 모색하는 수행이다. 김유미 시인은 갱신의 시적 수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서툴게 현재를 긍정하거나 과거를 해석함으로써 자신을 기만하지 않거니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헛된 희망을 품지 않는다. 정확하게 지금을 응시하고 시에 담아 자기 갱신의 촉발로 삼는다. 불가해한 세계에 반응하는 주체의 자기 응시는 정서적 측면에서 비극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그칠 위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김유미 시인의 응시는 파토스에 매몰되지 않은 채 시간을 복기하며 언어에 대한 실험적 자의식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낯선 방식의 독법을 보여 준다. 시인의 전기적 고백이나 자기 전시의 감각적 향연은 김유미 시인과 무관하다. 세련된 언어적 세공을 통해 주체의 감정 상태의 기원을 살펴보는 시편들은 담담하여 오히려 자극적이다.
― 이병국 시인 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Contents
시인의 말
제1부
개인용 옥상 - 11
내일의 지번 - 12
세비야 남자 - 14
노을에 대한 예의 - 16
수혈 - 18
곰팡이꽃 - 20
백 년 후 - 22
이별을 입력하는 수순처럼 - 24
작약 - 26
누군가는 떠나고 무언가는 남는다 - 28
봄의 중첩 - 30
2번 보관함 - 32
극야 -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