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평론가의 이번 비평집은 한마디로 전망과 모색을 위한 ‘망각과의 투쟁’이라고 이를 수 있다. 기억한다는 것, 그것은 “자신을 응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자신이 지나온 과거의 시간을 기억함으로써 자신을 돌아보는 일. 이것이야말로 시의 원천이자 출발이 아니겠는가.”(「누가 미래를 말할 수 있는가」 중에서.) 요컨대 『이후의 시』를 통해 이경수 평론가는 ‘기억’을 시의 원천이자 비평의 거듭되어야 할 심급으로, 새로운 미적 주체의 자기 기획의 방법론이자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의 꺼지지 않는 추동력으로 끌어올리고 입증하고 있다.
그 중심엔 물론 ‘세월호’가 있다. 『이후의 시』는 곧 ‘세월호’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기억이자 끝날 수 없는 애도인 셈이다. 애도는 어떤 의미에서건 언제나 불충분하며, 그러나 그러하기에 기필코 완결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후의 시』는 그 두께만큼이나 장중하고 유려한 비평집일 뿐만 아니라 ‘세월호’ 이후 한국시와 한국 사회가 이루어야 할 미적·정치사회적·시민적 윤리의 모델을 지면마다 기록해 둔 웅숭깊은 역작이다.
Contents
0005 책머리에
013 다시, 무엇을 할 것인가?
023 멎어 버린 시계, 중지된 말
040 절망의 봄, 공감의 노래―세월호 이후의 시
063 현실 접속의 실재와 증언문학의 가능성―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적 실천을 중심으로
083 시도하라! 실패하라!! 다시 실패하라!!!
098 다시, ‘혁명’을 노래하는 시절
120 모국어의 실험과 새로운 전통 수립의 가능성―한국(적인) 시, 가능한가?
132 우리는 무엇을 뒤섞고 싶었을까―2000년대 시와 혼종성에 관한 단상
146 목소리들의 세계사
162 사랑, 그 위험한 열도
185 우리는 아직 진행 중
203 외로운 영혼들이 소통하는 법―시와 소통의 문제
218 리얼리즘 시의 새로운 가능성
234 오늘, 그리고 내일의 서정
253 ‘전위’와 ‘감각’이라는 쟁점이 남긴 것들
268 시의 기원을 둘러싼 풍경들
283 시의 숙명, 혹은 필연
295 구름과 바람과 달의 노래
312 대지의 생산성과 가이아의 딸들
346 알레고리의 확장과 반시(反詩)의 미학
371 저 머나먼 허공에서 오는 것들
391 오늘의 노래
409 ‘나’를 구성하는 감각의 이동
422 부서진 파편들이 빛날 때
436 이 느낌을 무엇이라 부를까
453 인지시학적 독법의 새로운 가능성?진은영의 ?있다?를 중심으로
462 네버랜드의 앨리스들
485 호명되는 소수자들―1990년대 이후 시에 나타난 문화 현상 및 인식에 관한 소론
505 유동하는 주체들
519 그로테스크, 잔혹 웃음의 미학
532 저 너머와 헛것들
541 부유하는 삶, 떠도는 사람들
574 바짓단에 걸린 가족
590 정오의 그림자들
600 사라짐, 저 두려운 매혹에 대하여
611 상처, 그 아린 흔적에 대하여
621 경계에 선 시인들
631 최근 시단의 풍경과 모색―2000년대 하반기의 시단을 중심으로
641 이후의 풍경
651 곤경을 넘어 애도에 이르기까지
668 누가 미래를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