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역사상 최대의 개조작품은 어떻게 탄생했고, 그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열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동물학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
너덜너덜해진 진화의 설계도를 읽는다!
우주의 역사는 150억 년(논자에 따라서는 138억 년), 지구의 역사는 46억 년, 최초 생명의 역사는 30억 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체의 역사는 얼마나 되었을까? 『인체, 진화의 실패작』에 따르면 5억 년 정도라고 한다. 물론 5억 년 전의 모습은 생선조림 재료로나 어울릴 법한 ‘창고기’ 같은 아주 원시적인 형태다. 그러나 우리 인간의 심장이 창고기나 우렁쉥이(멍게)의 체강상피에서 진화해왔다는 사실을 알면 어리둥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장대하고 유구한 역사에 놀라게 된다. 그만큼 인체의 역사는 동물 신체의 진화사와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이 책은 ‘설계’와 ‘변경’이라는 개념으로 진화사에 접근한다. 당연히 여기서는 그 어떤 초월적 존재도 배제된다. 진화는 결코 계획적이거나 화려한 사건이 아니다. 몇 억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면서 온갖 시행착오와 설계변경을 거친 끝에 실패로 귀착되기도 하고 놀라운 성공을 거두기도 해온 우연의 산물이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사람과Hominidae는 포유류에 속한다. 예전에는 포유류가 파충류 무리에서 발생했고 공룡과 새가 그야말로 전혀 다른 역사를 밟아왔다고 여겼다. 뒷부분은 옳은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포유류를 낳았다고 여겼던 파충류의 계통진화에 관한 생각이 크게 바뀌어 포유류는 파충류를 거치지 않고 근원적으로는 양서류에서 직접 발생했다는 주장을 타당하게 여긴다. 양서류 같은 척추동물에서 닭으로 가는 파충류 계통과 사람에 이르는 포유류 계통이 까마득한 옛날에 전혀 다른 진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조류는 파충류, 그중에서도 특히 공룡류와 같은 집단이라 해도 무방한 존재다. 초등학교, 중학교 과학 수업에서는 조류라는 집단이 확립되어 있는 것처럼 가르치며, 그 자체는 척추동물의 분류를 가르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진화의 역사적 사실을 논리적으로 들춰보면 이미 조류를 공룡의 종류에서 빼고 생각할 수가 없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프라이드치킨은 바로 아주 먼 옛날 지구의 지배자였던 그 공룡의 후예인 것이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해 상세한 그림과 더불어 장구한 진화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치킨을 먹으며 어깨뼈를, 악어의 턱에서 사람의 이소골(청각기능)을, 어류의 지느러미에서 인간의 사지를, 부레에서 폐를, 아가미에서 심장을, 포유류의 앞다리에서 새와 박쥐, 익룡의 날개를 살펴보는 식이다. 더불어 인간을 인간답게 한 대사건인 직립보행을 가능케 한 골반의 진화와 아치형으로 움푹 팬 사람 발바닥의 놀라운 기능, 거의 인간의 전매특허라 할 여성의 월경도 두루 다룬다.
저자 엔도 히데키 교수는 ‘강한 제약에 얽매이면서도 조상의 신체를 재료로 새로운 신체형태와 기능을 획득해나간다’는 감각으로 진화의 역사를 바라볼 것과 ‘진화의 분기점을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양자택일로 생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 무엇보다도 설계도를 변경하거나 개조하는 사태를 ‘역사놀이’ 정도의 감각으로 즐길 것을 권한다. 동물의 무수한 시체해부를 통해 저자가 이른 결론은 일반인의 감각과는 달리 진화라는 사건이 대단히 즉흥적이며 무리한 개조 탓에 실패로밖에 볼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과학뿐 아니라 ‘돈이 되지 않는 시체과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호소한다. 세계 어디나 배금주의 물결에 휩쓸려버린 오늘날, 이는 비단 기초과학 분야만의 고충은 아닐 것이다. 더 성숙한 문화를 위해 기꺼이 “돈도 안 되는 진화를 배우는 지금이야말로 유례가 드문 행복한 시간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 5억 년의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Contents
머리말
시작하며 | 주연은 여러분 자신이다
1장 신체의 설계도
어깨뼈의 이력
심장의 역사
2장 설계변경의 반복
5억 년의 망설임
뼈를 창조하다
소리를 듣고 사물을 씹다
사지를 손에 넣다
배꼽의 시작
공기를 마시기 위해
하늘을 손바닥 안에
3장 전대미문의 개조품
두 발 달린 동물
직립보행을 실현하다
여문 손
거대한 뇌
여성의 탄생
4장 막다른 길에 이른 실패작
수직으로 선 신체의 오산
현대인의 고뇌
끝맺으며 | 지식의 보고
지은이의 말
참고문헌
Author
엔도 히데키,김소운
196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교 농학부를 졸업한 뒤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 연구관, 교토대학교 영장류 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도쿄대학교 종합연구박물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의학 박사로 동물의 시체에 숨겨진 진화의 수수께끼를 추적하고, 시체를 문화의 초석으로서 보존하는 ‘시체과학’을 제창했다. 판다의 발바닥과 돌고래의 호흡기 등에서 새로운 발견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체과학의 도전遺?科學の挑?』, 『소의 동물학ウシの動物學』, 『포유류의 진화哺乳類の進化』, 『판다의 시체는 되살아난다パンダの死?はよみがえる』, 『해부남解剖男』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비교해부학은 지금比較解部學は今」, 「자연지 박물관의 미래自然誌博物館の未?」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1965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도쿄대학교 농학부를 졸업한 뒤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 연구관, 교토대학교 영장류 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도쿄대학교 종합연구박물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수의학 박사로 동물의 시체에 숨겨진 진화의 수수께끼를 추적하고, 시체를 문화의 초석으로서 보존하는 ‘시체과학’을 제창했다. 판다의 발바닥과 돌고래의 호흡기 등에서 새로운 발견을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체과학의 도전遺?科學の挑?』, 『소의 동물학ウシの動物學』, 『포유류의 진화哺乳類の進化』, 『판다의 시체는 되살아난다パンダの死?はよみがえる』, 『해부남解剖男』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비교해부학은 지금比較解部學は今」, 「자연지 박물관의 미래自然誌博物館の未?」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