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적인 인생의 단편적인 서사
길 위의 기타 연주자, 이민자, 조직 폭력배… 분석할 수 없는 부스러기 이야기를 담다
이 세계 도처에 굴러다니는 무의미한 단편에 대해
그 단편이 모여 세계가 이루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그 세계에서 다른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것에 대해
사회학자는 연구 대상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을 관찰하고 분석한다. 이를 위한 주요 방법론으로 인터뷰나 통계 자료, 사회학 이론 등을 사용하는데, 이로 인해 전문적이고 냉정한 관찰자로서의 시선을 띤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 기시 마사히코는 이와 같은 통상적인 사회학적 방법론과 시선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그 이야기에 대한 저자의 서술 역시 기존 사회학자들이 흔히 취하던 관찰자적, 학술적 서술이나 판단, 단정적 어투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 그 옆에 자신의 목소리를 얹어 놓을 뿐이다.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저자의 관심사이자 일본 사회의 소수자로 흔히 거론되는 오키나와인, 재일 코리안, 피차별 부락민, 장애인, 게이, 이주 여성 등이거나, 우리 곁에 흔히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던 주변인(복장 도착자, 조직 폭력배, 거리의 연주자, 방치된 아이들, 가정폭력의 희생자 등)이다. 저자는 이들의 삶을 사회구조적 차원으로 손쉽게 치환하여 분석하거나 폭력적으로 재구성하지 않는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삶을 만들어 낸 곡절과 개인의 역사, 사회적 폭력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눈에 띄지 않던 보통 사람들을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시화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면을 곰곰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에세이이자 사회학적 저술이다.
Contents
한국 독자에게 드리는 글
머리말 - 분석 안 되는 것들
인생은 단편적인 것이 모여 이루어진다
누구에게도 숨겨 놓지 않았지만,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것
토우(土偶)와 화분
이야기의 바깥에서
길 위의 카네기홀
나가는 것과 돌아오는 것
웃음과 자유
손바닥의 스위치
타인의 손
실유카 나무에 흐르는 시간
야간 버스의 전화
평범하고자 하는 의지
축제와 망설임
자신을 내밀다
바다의 저편에서
시계를 버리고 개와 약속하다
이야기의 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