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베스트 일러스트레이션 LER Awards (2013)
포르투갈 2010년~2013년 베스트 북디자인 선정 (2014)
100 Outstanding Picturebooks _dPictus (2018, 2019, 2020)
“간조의 해변에 파도가 밀려와 만조를 이루기까지의 시간을 그린 이 그림책 속에는 어떤 사건도, 극적 순간도 없다. 그저 천천히 뭍으로 겹쳐오는 파도와, 섬처럼 흩어져 바다를 만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고저 없이 흐를 뿐이다. 그럼에도 벅차게 즐겁고 기이하게 슬프다. 이것이 삶의 은유인 것 같아서. 낮은 파도처럼 무한의 기호를 그리며 조용히 겹쳐지고 깊어지다가 끝내 사라지는 이 이야기가 내 안에서 영원히 반복될 것 같아서.” _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간조와 만조 사이
바다가 밀려오지 않는 동안 해변은 거대한 모래밭이다. 나는 모래 위를 걷다가 웅덩이에 발을 담그곤 다양한 색깔의 조개가 달라붙은 바위를 탐험했다. 그때 파도가 다가왔다. 밀려왔다가 물러섰다가 점점 힘 있게 다시 밀려왔다. 오묘하게 반복되는 별의 조화는 금세 무릎을 적시고 다시 가슴까지 차올랐다. 이제 잠수할 만큼 깊어졌다. 저 멀리까지 헤엄칠까? 물구나무서기는? 그냥 물 위에 가만히 누워 본다. 그렇게 한참을 자유로이 유영하던 나는 빈틈없이 차오른 깊은 바다 속으로 이내 사라지고 만다.
세상 모든 해변과 바다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입니다. 제본 또한 흔한 양장 대신 사철 무선이라 마치 파도의 유연함이 느껴집니다. 표지를 넘기면 면지부터 일정한 파고가 일렁이는데, 조금씩 밀려오고 점점 차오르는 파도를 효과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 판형도 아주 큽니다. 해변을 오가는 사람들과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은 모두 여유롭고 즐거워 보입니다. 바다가 가득 차오른 마지막 장을 덮으면 깊은 청보라색 바다로 이 책은 끝이 납니다.
글자 없는 그림책에서 독자들은 가끔 길을 잃습니다. 하지만 글 없는 그림책은 판형, 제호, 색, 이미지 배치, 제본 방식, 뒷표지 색, 바코드 디자인 등 모든 시각적 요소들이 아주 예민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또 독자 의지에 따라 수많은 이미지 내러티브와 구조적 내러티브를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첫 단락 소개글은 11년 전 이 책의 원서를 처음 마주했을 때 감상입니다. 이후 10 여 년 동안 수백 번 보면서 많은 이야기와 비밀을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저에게 마치 이 세상 모든 해변과 바다 같습니다. 오는 여름, 여러분도 빛나는 해변과 바다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지어 보세요. 이 책과 현실에서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