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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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ation Date 2016/12/27
Pages/Weight/Size 128*187*20mm
ISBN 9791186530306
Categories 소설/시/희곡 > 시/희곡
Description
‘죽기’와 ‘살기’ 사이의 유추적 상상력

영화를 보고 일어서려는데 이빨 자국 선명한 껌이 척 바짓가랑이에 들러붙은 걸 발견했다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먼저 하게 될까?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비벼 보아도 하! 그놈 끈질기”게 달라붙는다면? “퇴사통고 받고도 쫓겨나지 않으려는 직공” “녀석도 이미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은 놈” “어금니에 씹히고 찢긴 만신창이 된 몸” “단물 쪽 빨아먹고” 내팽개쳐진 그 껌을 어쩌지 못해 시인은 껌 대신 제 “영혼을 그 옆에 붙여두고” “나란 놈도 가끔은 누군가와 합쳐지고 싶은 날들이 있으니까요”하고 능청을 부린다.

그런데 마지막 상상력이 이 시의 재미를 더해준다. “빈 몸으로 덜렁거리며 집에 오는 길, 우연히 하늘을 올려다보았지요. 하! 그런데 말이죠. 내 머리통 저 위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여지껏 상영관을 빠져나가지 못한 영혼들이 다닥다닥 셀 수도 없이 붙어 있습디다.”(시 「심야영화관」)

유수경의 시들은 활달하다. 사물을 의인화 하는 능숙함에 사람살이의 고단함을 엮어 내는 솜씨가 그동안의 시적 연륜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달셋방 있음, 아가씨 환영, 과외 합니다”로 시작된 시 「전봇대의 말」은 “결핍된 것들만 들러붙어 짧은 치마를 들썩”이더니 “이대로 한 점, 발사 대기의 미사일이 되어/ 저 넓은 창공 위로 카운트다운 하는 순간을” 꿈꾸는 것으로 끝난다. 가을산 앞에서 시인은 “누르락붉으락 맘을 주체 못하던 나무들이 쥐고 있던 패를 내려 놓는다.”고 노래한다. “이 가을엔 나무들이 먼저 판을 접자고 한다. 지상 위 광기의 굿판을 뒤엎고, 저린 발 아래 부엽토 온기 같은 회복의 시간을 갖잔다. 빈 손가락이 하늘 가리키며 굴절 없이 투명한 새 판을 짜자고 한다.”(시 「접다」)
Contents
5 시인의 말

제1부

13 강제 이주
14 전봇대의 말
16 우물
18 백악기를 지나며
20 소만 무렵
22 다국적 신문사
24 조문
26 그녀, 수마트라
28 박쥐
30 접다
32 홍게를 말하다
34 이승의 개똥밭
36 석기시대
38 인동초 꽃 피다
40 2014, 씽크홀
42 덩굴장미

제2부

45 낮달
46 심야영화관
48 당신들의 천국
49 뚱딴지꽃
50 이불論
52 물속의 만불사
54 까치 미용실
56 누드
58 비밀의 화원
60 바탐섬의 비밀
62 아날로그 포장마차
64 전원아파트 분양 공고
66 탱자나무 앞에서

제3부

69 비상의 나날
70 옻나무 사랑
72 거미의 직업
74 환절기 삽화
75 산수유꽃
76 마이산은 고분이다
78 울타리, 피라칸사스
80 마이산 능소화
82 담쟁이넝쿨
84 봄, 바람
85 씨 한 톨
86 배롱나무 꽃길
87 보물찾기
88 하굣길

제4부

91 들썩이는 무덤
92 인어를 위하여
94 손금
95 산공부
96 가족
98 웅녀의 접시꽃
100 연못 단상
102 엄마
103 공주들
106 교차로 풍경
107 나른한 오후
108 모유 수유
110 대중탕 실내악

112 해설 유추적 상상력과 헤테로토피아 _ 이성혁
Author
유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