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집은 모두 똑같이 생겼습니다. 세모난 빨간 지붕에 창문이 두 개, 대문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밤이 되면 덧창을 꼭 닫았고, 아침이 되면 덧창을 활짝 열었습니다. 한 사람도, 한 집도 빼지 않고 모두 똑같이 행동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밤이 되었는데 한 집이 덧창을 닫지 않았습니다. 창밖으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았는데도, 세상에나! 덧창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도 이런 황당한 일이 밤낮으로 계속되었고, 동네 사람들이 이상한 집주인에 대해 수군거렸습니다.
다행히 어느 화창한 오후, 문제의 집주인이 멀리 떠나자 동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주인이 떠나간 집은 눈에 띄게 망가졌고, 동네 사람들은 그 집을 헐어 버렸습니다. 어느 날, 돌아온 집주인은 집터에 여행에서 가져온 것들로 새 집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우리 동네에서 볼 수 없었던 아주 특이한 집이었습니다. 또다시 동네 사람들은 흥분해서 쑥덕거렸습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동네 사람들 중 한 명이 파란색이 좋다며 덧창을 파란색으로 칠한 것입니다. 누구는 빨간색 덧창도 괜찮아 보인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지붕 꼭대기에 망루를 올리고 작고 예쁜 탑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늘 새로운 집이 생기는 우리 동네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날마다 새로운 것을 꿈꾸게 되었고, 맨 처음 밤에 불을 켜 놓았던 집주인에게 고마워하며 밤새 불을 밝힌답니다.
책콩 그림책 49권인 『생각이 켜진 집』은 개성과 창의력이 왜 중요한지를 알려 주는 그림책입니다. 모두들 똑같은 집에서 살고, 똑같이 행동하는 ‘완벽한’ 동네에 나타난 다른 생각을 하는 존재가 어떻게 동네를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키는지를 감각적인 그림을 통해 보여 줍니다. 인물 캐릭터가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집밖에 나오지 않지만 조금도 지루하다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그림 속에서 변화하는 집의 모습을 찾아내는 재미, 그리고 각각의 생각만큼이나 다양하게 표현된 집의 모습을 살펴보는 재미, 그리고 나라면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창의력을 발휘해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입니다. 특히 수많은 생각들이 꽃을 피우는 동네로 바뀐 동네를 보여주는 양쪽 펼침 그림은 다양한 집들을 찾아보는 재미뿐 아니라 우리의 다른 생각들이 모이면 세상을 더 풍요롭고 새롭게 바꿀 수 있음을 알려 줍니다.